친명계 "대의원제 폐지가 '강성 당원' 장악? 당원 폄하한 것" 반박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전날 '전당대회 대의원 투표 배제'를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내놓자 사실상 대의원제를 무력화하고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당권 장악을 하기 위한 것이란 비명계의 격앙된 반발이 쏟아진 데 대해 친명계는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김용민 의원은 "당 국회의원이 당원들과 싸우자는 얘기라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당원들을 폄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11일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정당 혁신이니까 정당 내 가장 문제가 되는 지점을 지적하는 게 필요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의원은 "당 지지자이고 당원인 분들과 왜 싸우나, 그분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114만명의 권리당원들이 다 강성이고 다 일방통행 하지 않는다"며 "그분들을 강성이고 개딸이다 폄하하면 오히려 그것은 잘못된 프레임 안에서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 내 (자체 이슈)에 관심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겠지만 민주당의 미래를 결정하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제가 국회의원으로 국민의 대표인 대의기관의 구성원인데, 대통령선거에서 저에게 60표 달라 주장하면 받아들이겠나? 똑같다. 당대표를 뽑는데 왜 대의기구인 대의원들한테 60표, 70표의 가치를 주느냐, 이거 평등선거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1인 1표로 가고, 대의원들은 원래 목적대로 대의제로서 논의하게 만들자, 이건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인 얘기"라며 "당내 민주주의를 위해서 그렇게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원들이 240, 250만명이고 권리당원도 지금 110만명이 넘는다. 이분들이 다 강성이고 다 일방적으로 특정인의 지지를 하면서 특정인이 하자는 대로 한다? 그렇지 않다"고 거듭 반박했다.

혁신위 등장 배경이 돈봉투 사건, 팬덤정치, 방탄 정치였는데, 대의원제를 거론할 이유가 있나란 지적에 "윤석열 정부가 못하는데도 민주당이 제 역할을 못해 지지율이 반사이익으로 오르지 않고 있다"며 "계파 중심으로 민주당이 운영되면 민주당이 기득권을 계속 갖기 위해서 지금처럼 여전히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114만 당원들과 소통하며 다수의 의견을 듣다 보면 민주당이 뭘 해야 할지 답이 나올 것"이라며 "당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소통하고 반영하는 당의 구조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원들도 요새 지쳐간다. 정당이 알아서 잘 돌아가면 우리도 목소리 안 낸다는 것"이라며 "대의제의 배신이라고 하는데 국민의 대표, 당원의 대표를 뽑아놨더니 뽑아준 사람과 전혀 다르게 별도로 자기만의 생각을 가지고 정치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이 최근 중요한 선거를 다 졌다. 결국 대표성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영교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혁신위가 약 50일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각계각층을 만나서 의견을 수렴해서 이 안을 내놓은 이상 의미 있게 평가한다"고 호평했다.

서 의원은 "당원들도 한 표, 국민도 대통령을 뽑을 때 한 표인데 일리가 있어서 충분히 논의해 볼 내용"이라며 "당원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서 또 대의원들의 의견도 들었을 텐데 혁신위가 이렇게 의견을 냈으니 충분히 긍정적으로 같이 검토해볼 만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전당대회 대의원 배제'에 대해선 "혁신위가 대의원의 등가성을 아예 없앴다. 이 부분은 의원총회나 의원 워크샵, 최고위에서 의견을 수렴하면서 논의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최고위에서는 등가성 폭을 좀 줄여나가는 건 괜찮겠다, 정도까진 얘기했다"면서도 대의원제 가중치를 없애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봤다.

서 의원은 "국민의힘은 대의원의 가중치가 없다. 국힘당은 권리당원의 당원들의 투표로 하다 보니 전광훈과 같은 사람의 입김이 최고위원을 뽑거나 당대표를 뽑는데 좌우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부정적인 경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 대의원의 권리당원 직접 선출안 등 '개딸의 영향력 강화' 아니냐는 지적에 "실제 저희 지역에도 당원들이 뽑은 대의원들이 있다. 그런 분들에게 개딸들이나 이분들이 강력하게 뭘 휘두르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또 '제가 개딸입니다' 하고 저희 지역위원회도 오시는데, 아주 참하고 당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며 "저는 개딸들이 긍정적으로 당을 위해 역할 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의미를 크게 두고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혁신안 수렴의 최종 결정은 어디인지 묻자 "최고위원회"라며 "의원들의 의견, 당원들의 의견 수렴을 했을 텐데, 어떻든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서 혁신위 내용을 충분히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마지막 결정이 남아 있다"고 답했다.

앞서 혁신위는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에서 권리당원 투표 70%·국민 여론조사 30%로 선출하는 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현행 민주당 당헌·당규의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은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다. 대의원 투표 반영 비율을 배제한 것이다.

혁신위 발표 직전까지도 비명계 윤영찬 의원은 대의원의 투표 반영 비율 축소에 대해 "왜 지금 꺼내서 '평지풍파'를 일으키느냐라는 부분들이 가장 큰 불만"이라며 "대의원제 폐지 문제는 옳고 그르고를 떠나 전당대회 때나 필요한 얘기"라고 비판했다.

또 이원욱 의원도 "완전히 대의원제를 표의 등가성을 일대일로 만들고, 공천룰을 건드리는 등 심각하게 볼 수 있는 정도의 내용이 나온다면 아마 당내 갈등은 굉장히 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혁신안을 당에서 수용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비명계'과 '친명계'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출되며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