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제 폐지'에, 비명 "'혁신 대상'은 이재명" 與 "혁신안 가장한 쿠데타"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차기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을 배제하고 권리당원 비중을 높이는 사실상 대의원제 폐지안을 제3차 혁신안으로 발표하자 당내 계파갈등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비명계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역시나다.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은 관심조차 없다. 혁신할 수 없는 분들로 꾸려진 사람들이 내놓은 안은 관심대상이 아니다"며 혁신안에 대해 정면 비판했다.

앞서 혁신위는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에서 권리당원 투표 70%·국민 여론조사 30%로 선출하는 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현행 민주당 당헌·당규의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은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다. 대의원 투표 반영 비율을 배제한 것이다.

또 전국대의원을 지역위원회 권리당원 총회에서 직접 선출하는 '대의원 당원 직선제'도 제안했다. 대의원을 권리당원이 직접 선출하게 함으로써 사실상 대의원제를 무력화한 것이란 분석이다.

또 선출직 공직자 평가에서 하위 20%까지 일괄적으로 경선 득표 20% 감산하는 규정을 변경해, 평가 결과 하위 30%까지 비례적 감산하는 방식으로 제안했다. 총선경선 과정에서 '패널티'를 받는 현역 의원의 비율을 확대해 컷오프를 강화한 것이다. '3선 의원 연임 제한'은 아니지만 현역 중진 의원들과 당 원로들의 용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혁신대상은 당 안에서 가장 기득권을 많이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국회의원 4명이 있는 지역에서 지자체장을 두 번이나 한 분이 있다. 이어 경기도지사가 되어 (2023년 기준) 1년 33조나 되는 예산을 집행하신 분이 있다. 또 당 대선후보가 되신 분이 있다"며 "화룡점정! 연고도 없는 전 당대표가 국회의원으로 있던 인천 지역의 보궐선거로 국회의원이 되신 분이 있다. 무려 선출직만 4번이신 분, 지금의 당대표 이재명 대표"라고 겨냥했다.

특히 "혁신 대상에서는 피해갔다"며 "혁신안 문장 중 갈라치기 전형, 핵심을 피해가는 문장이 있다. '수차례 의원직을 역임하시고 의회직과 당직을 두루 맡으시면서 '정치발전'에 헌신하신 분들 중에 이제는 후진을 위해 용퇴를 결단하실 분들은 당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나서주시기 바란다', 위 구절은 아래와 같이 치환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수차례 시장직을 역임하시고, 지사직과 의원직을 두루 맡으시면서 '지방발전과 의회발전'에 헌신하신 분들 중에서 후진을 위해 용퇴를 결단하실 분은 당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나서주시기 바란다', 바로 당의 최고의 기득권자, 수혜자 이재명 대표"라고 지목했다.

끝으로 "용퇴를 결단하겠나. 당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나서주시겠나"라고 반문하며 "이재명 대표님의 응답을 기다린다"고 답변을 촉구했다.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은 "혁신위가 자꾸 권리당원 문제를 천착을 해서 오늘 발표까지 하는 이유는 12월 28일 이전에 전당대회가 열리는 상황을 가정한 것 아니냐라는 관측이 있다. 그 관측에 동의한다"고 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최측근인 신 전 의원은 이날 YTN '이슈앤피플'에서 "만약 전당대회를 해서 권리당원 70, 여론조사 30, 가면 누가 대표가 될 가능성이 제일 높으냐를 계산한 끝에 이렇게 바꾼 거라고 밖에는 해석이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 전 의원은 "지금 이재명 지도부가 전당대회를 갑자기 열더라도, 아니면 내년 8월에 정상적으로 전당대회를 하더라도 누구한테 유리한 전당대회 룰을 만드느냐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표 임기는 내년 8월 28일까지로 12월 28일이 '잔여 임기 8개월 미만' 시점이다. 12월 28일 이후 사퇴할 경우 잔여 임기가 8개월 미만으로 중앙위원회 결정으로 전당대회 없이 대행을 뽑을 수 있다.

한편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오늘 혁신위원회의 제안은 민주당의 쇄신을 위한 고언"이라며 입장을 발표했다.

한 대변인은 "민주당은 혁신위의 제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여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당 쇄신을 이루어 내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혁신위의 이날 발표를 두고 "김은경 위원장의 기행 끝에, 오늘 민주당 혁신위는 대의원제 축소와 공천룰 개정이라는 최종혁신안을 쫓기듯 내놓았다"며 "대의원제 폐지도 유지도 아닌 어정쩡한 '축소'를 선택한 '친명 혁신안'"이라고 비판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당내싸움일 뿐인 대의원제를 폐지하고 공천룰을 바꾸면 국민 삶이 나아지기라도 하나"라며 "대체 이 혁신안이 국민과 무슨 관계가 있나"라고 이같이 지적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반쪽짜리 혁신안도 모자라 이재명 대표의 법치유린에도 침묵하면서, 고작 이런 안을 내려고 '혁신'을 운운했으니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며 "용두사미 김은경 혁신위. 한국정치사에 부끄러운 기록으로 두고두고 남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행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대의원을 없앴다는 것, 특히 권리당원 70%는 개딸들을 투표하게 시키겠다는 얘기"라며 "혁신안을 가장한 이재명 쿠데타"라고 평했다.

김 전 비대위원은 "지금 개딸들이 전해철 의원, 윤영찬 의원 지역에 가서 '수박들 내쫓아라' 시위도 하고, 본격적으로 친이재명계로 당을 탈바꿈하겠다(는 것), 혹시 어떤 사법적 처리가 있더라도 끝까지 이재명 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비명계가 그대로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소위 비명계 분들이 그동안 민주당을 지켜온 다선 의원들도 많고 그분들의 역사도 민주당 역사에서 무시할 수 없다. 3선 이상 의원들한테 불이익을 주겠다는데 지금 민주당에 사고 치는 사람들이 다 초선 아니면 비례대표"라고 매섭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지켜온 3선 의원들을 잘라내겠다? 이재명 당 만들겠다는 것 말고 뭔가"라며 "이재명 대표가 당을 갖고 장난치는 것은 참 마뜩잖다"고 꼬집었다.

앞서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당의 미래를 위해 현역 중진 의원들과 당 원로들의 용퇴를 결단해달라고 요구하며 혁신안 발표를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