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A씨 "음식 부족, 곰팡이 발생, 날씨, 태풍 등 여러 문제"
"청소년, 어른 구분 없는 화장실과 샤워실, 제일 큰 문제였다"
"139명 온열질환자 발생, 뉴스와 너무 달라…개영식날 1천명 쓰러져"
"미국 학부모, 아이들을 빨리 구출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
"참가비만 6100불…손해배상 청구 소송 하고 싶은 심정"
◆…8일 오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서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철수한 뒤 텐트 팔레트만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원들은 야영장을 떠나 서울과 경기, 전북 등으로 이동하게 됐다. 대회 참가자 약 3만6천명은 8일 오전 10시 새만금 야영지에서 모두 철수한다.
지난 6일 이미 조기 퇴영 결정을 내린 미국 대표단은 철수 명령이 떨어진 이유 중 하나로 태풍을비롯해 음식 부족, 곰팡이 발생, 폭염, 비위생적 환경 등이 포함돼 있었지만 화장실과 샤워실이 사용 불가했던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학부모 A씨는 8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입영 예정일이 8월 1일이었는데 연기돼 8월 2일에 입영한다는 소식에 그때부터 불길하기 시작하더라"며 "몇 년을 준비한 국제대회가 하루 연기한다는 자체가 문제고 그 하루 연기로 문제 해결을 했을까, 불안하고, 화도 나고 잠도 못 잤다"고 털어놨다.
미국 대표단의 야영장 조기철수 결정 당시에 대해 "철수 명령 떨어지고 학부모님들, 관계자들, 한국에 나가 계시는 대표단들과 줌미팅을 했다. 철수하게 된 여러 가지 이유 중 태풍도 들어가 있었다"며 "7월 31일에 쏟아진 비 때문에라도 지금 힘든데 허리케인 때문에 비가 많이 쏟아지면 더 이상은 힘들다며 철수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논의한 철수 이유 7가지에 대해 "음식 부족, 특히 첫날 받은 식사 칼로리가 600킬로칼로리였고, 곰팡이 (발생), 날씨, 태풍 문제도 있었고, 비위생적인 환경 등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화장실과 샤워실 문제 때문에 철수한다, 제일 큰 문제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 스카우트는 청소년보호훈련이 아주 기본 중 기본이다. 화장실, 샤워실이 남녀 구분은 물론 어른, 청소년 구분이 확실하게 돼야 하는데 여기서는 그게 안 돼 있었다"며 "영내 청소년 화장실, 샤워실이 다 고장이 나거나 엉망이어서 사용 불가 상태에서 아이들을 하는 수 없이 어른들이 사용하는 샤워실 화장실을 사용하게 했던 게 제일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또 "단지 한 번으로 끝내면 문제가 아닌데 지속적으로 연결되다 보니 지속적인 건 절대 용납이 안 되는 게 미국 쪽이었고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서 철수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 또한 4~5년 정도 스카우트 시킨 부모이기에 이 결정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전북900단 김태연 대장님 사건만 봐도 미국 측에서는 미리 잘 결정한 거다. 이런 일을 간파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보이스카우트 전북연맹 제900단 지역대 비마이프랜드 김태연 대장은 영지 내에서 발생한 성범죄에 대해 조직위가 부실 대응한 것을 이유로 조기 퇴영 방침을 밝혔다. 지도자와 대원 80여명 전원은 조기 퇴소했다. 김 대장은 "며칠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고, (조직위에서는) 피해자 보호와 분리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퇴영 이유를 밝혔다.
잼버리 개영식 행사에서 참가자 중 139명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는 조직위 발표도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학부모 A씨는 "줌미팅에서 한국의 대표로 나가 계신 분 중 의사분이 개영식날 1천명의 환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며 "뉴스랑 너무 달랐다. 개영식날 1천명이 쓰러지거나 아팠다고 했다. 그 환자 중 한 명이 저희 아이였다. 아이가 쓰러지고 호흡 곤란 정도가 아니라 숨을 안 쉬는 상태에서 앰뷸런스를 불렀는데 45분 동안 오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에 실려 갔고 회복된 이후에야 저희한테 연락이 왔다. 회복된 저희 아이보다 더 중증환자가 오면 침상에서 내려와서 의자로 옮기고, 의자에서 내려와서 바닥에서 자고 (했다)"며 "또 미국 측 의사가 '너는 더 하루를 더 묵어야 된다', 그런데도 한국 측에서는 '나가라', 그런 실랑이도 없지 않아 있었다. 결국 쫓겨나 다른 데서 애가 잠을 잤다고 하더라"며 성토했다.
미국 학부모들의 반응에 대해 묻자 "완전 개망신인데, 미국 학부모들은 한국이 격이 떨어졌다 이런 건 모르고 그냥 '한국이 이런 나라'라고만 안다"며 "아이들을 빨리 구출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고 했다.
학생들이 모금활동 등 마련한 참가비에 대해서도 "저희는 참가비만 6100불을 냈다. 4회 분할, 6회 분할로 냈고, 준비하는 돈까지 합치면 7000불 가까이 된다. 아이가 해외를 나가니까 비상금도 많이 챙겨줬다"고 만만치 않은 액수라고 전했다.
A씨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소송전이 벌어지면 동참할 뜻을 밝혔다.
그는 "줌미팅 때 학부모들 사이에서 환불 얘기가 나왔다"며 "저희도 환불 요청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저희 부부가 대화 중에 미국은 어차피 소송의 나라인데 소송전이 벌어지면 동참할까, 당연히 해야지 이런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돈이 문제가 아니다. 스카우트 하는 아이라면 정말 꿈의 행사다. 14세부터 18세 생일 전인 아이들만 참석할 수 있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대회다 보니까 모든 아이들한테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번을 놓쳤으니까 다음 기회는 없는 것"이라며 "이 마지막을 망친 누군가에게 묻고 따지고 싶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