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동안 공식 민원 11건...교사 개인이 받은 민원은 셀 수 없어
서이초 교사,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학교 측에 10차례 상담 신청
◆…서울특별시교육청 정문에 서이초등학교 담당교사 A씨를 추모하는 검은 리본이 달려있다. 2023.7.27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올해 1학기에 제기한 민원 내용이 공개됐다.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 교사는 숨지기 전까지 학교 측에 상담을 요청한 사실도 알려졌다.
JTBC는 27일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23학년도 1학기 서이초 학부모 민원 내역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5개월간 교무실에 공식 접수된 민원만 11건이고 교사 개인이 받아 집계에서 빠진 민원은 셀 수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몇몇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4월 한 학부모가 '후문 앞 도로가 혼잡하다'고 민원을 넣어 교감과 보안관이 도로 주변을 통제했다. 8일 뒤 다른 학부모가 '왜 도로를 통제하냐'고 항의하면서 차에 앉아 욕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학부모는 3일 뒤 통제가 과했다며 교육청에 민원을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교과서를 가져오지 않은 학생이 있어 한 교사가 학부모에게 "교과서를 준비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학부모는 "교사가 교과서를 안 준 것 같다"면서 곧바로 학교로 찾아왔다. 이 민원은 교감이 중재한 뒤에야 마무리됐다.
교사의 교육활동을 평가하는 내용의 민원도 있었다. '담임교사의 생활과 교과지도, 수행평가에 대한 3가지 문제점'을 지적한 한 학부모는 "담임과 면담해 고치겠다"는 교감의 답변을 받고도 나흘 뒤 6가지 문제점이 있다며 민원을 추가로 넣었다. 교감은 또다시 담임을 면담했다고 한다.
학부모 민원 내역 맨 마지막 줄엔 지난주 학교에서 숨진 교사에게 들어온 민원 내용도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8일 교내에서 숨진 서이초 교사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학교 측에 10차례 상담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2건, 올해 8건이다. 숨진 이번 달에만 3건의 상담을 요청했는데, A씨 학급 학생이 연필로 다른 학생의 이마를 그은 이른바 '연필 사건'과 관련된 것이 2건이었다고 한다.
A씨는 13일 상담을 요청하면서 연필 사건을 보고했고, 학교 측은 학생과 학생 학부모의 만남을 주선해 사안을 해결했다. 그러나 A씨는 연필 사건을 또다시 상담 요청하면서 '잘 해결되었다고 안도했으나,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 번 전화해서 놀랐고 소름 끼쳤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에 학교 측은 A씨에게 "전화번호를 얼른 바꾸라"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또 다른 학생의 학부모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A씨는 '학생과 학생 학부모가 자꾸 선생님 잘못이라고 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지만, 자꾸 들으니까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고 가스라이팅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에 학교 측은 "A씨의 잘못이 아니며 학생의 상담 치료가 절실할 것 같다"고 답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연필 사건의 양측 당사자인 학부모들을 지난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