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진 교수 "착수보고서에 강상면 왜 좋은지는 설명 없어"
"환경적 편익? 전체에서 상당히 작은 부분"
"경제성 분석 없이 조사 종료? 있을 수 없어"
"교통수요량 6천 6백대 늘어 편익 증가?"
"시점에서의 교통 수요 예측, 이상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안노선 종점 인근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하던 중 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으로 백지화 논란에 휩싸인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논란과 관련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전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상대로 질문 공세를 이어갔지만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27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상임위 과정은 자료 요구만 지루하게 이어졌고, 사실 확인은 그렇게 잘 되지 않았다. 향후 국정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첫째, 누가 언제 이 대안을 제시했나를 규명해야 되고, 둘째, 종점 변경안이 예타안보다 우월한 안인지 평가 결과 등을 검증해야 한다"고 두 가지를 지적했다.
우 교수는 "(지난해 5월) 착수보고서 처음부터 종점변경안이 나왔는데 이건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예컨대 5월 착수보고서의 발표 슬라이드를 보면 예타안이 '종점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그 얘기는 나와 있다. 그래서 강상면으로 가야 된다는 대안이 제시돼 있는데 그럼 왜 강상면이 좋은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문제가 있으니까 강상면으로 가자' 식으로 논리가 돼 있기 때문에 그런 보고는 사실은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예타에 '대안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에 대해서도 "원래 종점에 다리 연결하는 방법에 대해 한번 고민을 해보라고 했던 건데 (국토부가) 이것을 종점을 완전히 변경하라고 확대하고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종점을 일반도로하고 붙여야 되니까 교량, 다리를 확장하겠다고 국토부 설명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자들이 혹시 기술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으니 연결 방법에 대해 근본적 대안을 한번 생각해 봐라 제안하고 있다"며 "그런데 그 문구를 따와서 국토부 보도자료는 이 노선 자체의 근본적 대안을 내놔라 확대하고 있다. 연구진을 불러 이 뜻이 뭐였는지 국정조사를 통해 다시 확인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국토부가 25일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국토부 공문서에 '대안'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대선 전인 지난해 1월 작성된 '서울-양평 고속국도 타당성조사(평가) 추진 방안', 즉 타당성조사 지침 문서다.
국토부는 타당성조사의 주요 과업으로 '최적의 대안 노선 검토'와 장래 교통수요 예측, 경제성 분석, 지역균형발전 효과 분석을 제시했다. 앞서 있었던 예비타당성조사(예타)에도 '대안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타당성조사는 3월 29일 시작됐고, 이때 용역업체는 '서울-양평 고속국도 타당성조사(평가)용역 과업수행계획서'를 제출했다. 종점 변경이 언급된 부분은 보고서의 '예비타당성 조사 문제점 및 처리계획' 항목이다.
용역업체는 두 달 뒤인 5월 24일 열린 타당성조사 착수 보고 때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대안 노선을 제시했다.
타당성 조사의 경제성 분석에서 '환경 분야' 검토 보고서가 안 나와 완료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우 교수는 "어제 원희룡 장관이 상임위에서 경제성 분석은 아직 안 끝났다고 했다. (타당성 조사가) 작년 3월 시작했고 과업이 360일로 올해 3월에 끝나야 된다. 그렇다면 용역이 마무리됐을 것이고, 잔금 지급, 검수도 끝내 보고서를 탑재하게 돼 있다. 보고서에 가장 중요한 내용 중 하나인 경제적 분석이 안 끝난 상태로 탑재했다는 얘기인데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경 부분이 아직 보고서가 완료 안 돼 어떤 값을 가정한 상태로 들어갔기 때문에 공개하기는 어렵다 정도로 해석된다. 환경 부분이 전체 편익 부분에서 상당히 작은 부분"이라며 "비중이 굉장히 작다. 전체의 결과를 바꿀 만한 요소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원 장관이 교통수요량 분석 결과 편익이 증가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우 교수는 "지금 국토부가 교통수요 예측 결과를 공개한 결과를 보면 예타안에서는 평균적으로 보통 3만 1천대가 다니는데 종점을 변경하면 3만 8천대가 다녀서 한 6600대가 늘어난다"며 "예타 비용편익분석(B/C) 0.67이 0.82로 올라가는 식이면 그 차이가 1천대 차이다. 6600대 늘어나는 것은 편익이 어마무시하게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토부가 발표할 때 고속도로 구간별로 나눠 교통량을 따로 발표한 게 있다. 시점에서 출발해 차 타기 시작해서 양평까지 가는데 첫 번째 구간이 시점하고 감일JCT 구간이다. 시점 관점에서 보면 종점이 북쪽으로 나든 남쪽으로 나든 별 큰 상관은 아니다. 교통 물량이 그렇게 큰 차이가 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점 입장에서 보면 예타안은 4만 6천대라고 나와 있는데, 종점 변경안은 5만 2천대로 6천대가 더 많다. 이건 상당히 이상하다. 왜냐하면 종점 관점에서는 IC가 하나 더 나고 또 시내에 가까워지니까 교통량이 바뀔 수가 있는데, 시점 관점에서 보면 종점이 바뀐다고 해서 안 타던 걸 타고, 타던 걸 안 타고, 이럴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관련 국정조사 요구서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은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관련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에 이름을 올렸다.
국회법상 국정조사 요구서는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제출할 수 있다. 앞서 민주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