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태원참사 북한 소행”… ‘2차 가해’에 무너진 유가족들

"이태원은 북한 소행이다, 북한 소행!"

"경찰 뭐하는 거예요, 기자회견 방해하는데!"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도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을 향한 '2차 가해'가 버젓이 벌어졌다. 이내 시민들이 개최한 기자회견장이 절규와 눈물로 뒤범벅되고 말았다.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및 시민대책회의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이상민 탄핵심판 헌법재판소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이상민 장관 탄핵심판 '기각' 선고에 대한 유감을 밝혔다.

참사 희생자 이주영씨의 아버지 이정민씨가 발언하던 중이었다. 이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헌재의 이 장관 탄핵 '기각' 결정에 대해 "유가족으로서 너무 참담하고 너무 아프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모든 국가 행정기관들이 159명의 국민을 외면했다. 우리는 이 나라 국민이 아니냐"며 흐느끼고 있던 때였다.

기자회견 중에 지나가던 행인이 "이태원은 북한 소행이다, 북한 소행!"을 크게 외치면서, 현장은 유가족들의 눈물·절규에 뒤섞인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거리에서 가족을 잃고, 국가로부터 외면을 받았지만 꿋꿋이 버텨온 이들은 '이태원은 북한 소행'이라는 한마디에 무너졌다.
분노한 유가족들, 거리 속 행인들, 인파 관리를 하던 경찰들, 취재·보도를 위해 자리를 지켰던 현장기자들이 뒤섞였고, 기자회견장 도로 일대는 난장판이 됐다. 그 과정에서 유가족 두 명이 쓰러졌다. 한 명은 현장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인근 병원으로 응급 후송됐고, 다른 한 명은 현장 응급처치를 받았다.
 
다시 마이크를 잡은 이정민씨는 "여러분이 목격했듯 같은 국민이지만 유가족들의 아픔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오히려 조롱하는 그런 사람들도 있다"라며 "그런 사람들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정민씨는 그러면서 "잘못된 권력을 응징하지 못하고 모든 기관들이 국가 권력에 동조한다면 계속 이런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라며 "이는 불행한 국민에게 더 불행을 강요하는 행태가 되지 않겠는가"라고 호소했다.
 

헌재 '이상민 탄핵 기각' … 시민대책회의 "#무정부상태 확인"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는 25일 오후 헌재가 이 장관 탄핵심판에 대한 '기각' 선고를 내린 직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가 오늘 10.29 이태원참사 최고책임자에 대한 면죄부를 줬다"라며 "이는 헌법이 부여한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무정부상태를 확인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장관은) 오늘 헌재 결정으로 공직을 유지한다고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인가"라며 "이미 국민들은 이상민 장관을 파면했다. 국민 신임을 배신한 그때부터 그는 행안부 장관이라고 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오늘 헌재 결정은 대한민국이 #무정부상태임을 공식적으로 확인시켜 준 결정인 만큼 참담한 심정"이라며 "잘못 가고 있는 나라를 바로세우는 것 역시 주권자인 국민의 몫인 만큼, 우리는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과 책임자에 대한 합당한 문책을 위해 멈추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영국 변호사(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TF위원)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을 만나 헌법재판소의 이상민 장관 탄핵 '기각' 결정에 대해 "앞으로 재난 안전을 부패시키는 결정이 될 것"이라며 "헌재에 대한 과오도 물어야 한다고 본다. 또 정권을 의식한 정치적 판단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이어 '일각에서는 행정적 결정을 사법적으로 판단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 있다'는 지적에, 권 변호사는 "행정이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이를 최종 판단하는 것은 사법부"라며 "헌재가 행정부 견제 기능을 스스로 부인한 것 같아 매우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