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초과저축 지속 상승…“실물·금융상황 불확실성에 향후 추이 관망”

한은, ‘BOK 이슈노트: 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저축 분석 및 평가’ 보고서 발표

韓 초과저축, 명목 국내총생산(GDP) 4.7~6.0%…민간소비 대비 9.7~12.4%

“초과저축, 소비·부채 상환으로 사용 안돼…예금 주식 등 금융자산 보유”

“팬데믹 기간중 100조원 이상 초과저축 축적…자산시장 유입 가능성”

미국은 초과저축 일부가 소비재원으로 이용되면서 초과저축 규모가 빠르게 감소한 반면 우리나라는 초과저축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가계가 실물 및 금융상황의 높은 불확실성으로 향후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24일 'BOK 이슈노트: 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저축 분석 및 평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해 이후 큰 폭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주요국에서 소비가 양호하고 주택가격 조정폭도 과거 위기때 보다 크지 않은 상황으로 이는 누적된 가계의 초과저축에 일부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우리나라 가계의 초과저축 현황을 살펴보고 실물 경제와 금융여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점검했다.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 가계부문 초과저축은 누증이 지속되고 있으며 규모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4.7~6.0%(민간소비 대비 9.7~12.4%) 수준으로 추산됐다. 미국과 비교해 볼 경우 미국은 초과저축 일부가 소비재원으로 이용되면서 초과저축 규모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초과저축이 지속적으로 늘고있는 모습을 보였다. 초과저축의 증가원인을 소득과 소비로 구분해 보면 팬데믹 직후에는 소비감소, 지난해에는 소득증가가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저축률 상승 원인을 저축 동기별로 분해해 보면 저축률 상승의 대부분이 팬데믹으로 인한 소비제약 등 비자발적 요인(forced saving)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는 축적된 저축을 소비재원으로 활용하거나 부채 상환 및 자산 취득에 사용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가계는 초과저축을 추가적인 소비재원으로 활용한 부분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지난해까지 이어진 고용호조와 정부지원 등으로 소득여건이 양호했던 데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됐다.

부채상환에 사용된 초과저축 금액도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금리상승으로 부채상환 유인이 증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계의 디레버리징이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딘 모습을 보였다. 한은은 2020~22년 중 우리가계의 금융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크게 늘어났는데 이는 우리 가계가 초과저축을 부채상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봤다.

소비와 부채상환에 사용되지 않은 가계의 초과저축은 주로 예금, 주식 등 유동성이 높은 금융자산의 형태로 보유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자산은 저축 누증 등으로 팬데믹 이후(2020~22년중) 현금‧예금, 주식‧펀드를 중심으로 1006조원 늘어나 이전(2017~19년중 591조원)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

또한 가계의 금융자산이 저축 외에도 부채조달을 통해 늘어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순금융자산(금융자산-금융부채) 측면에서 살펴보더라도 순금융자산 취득 규모가 팬데믹 이후 크게 늘어났다. 조주연 한은 조사국 동향분석팀 과장은 "팬데믹 기간중 우리나라 가계는 100조원 이상의 초과저축을 축적하였으며 이를 유동성이 높은 금융자산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가계가 실물 및 금융상황의 높은 불확실성으로 향후 추이를 관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초과저축이 유동성 높은 금융자산의 형태로 보유됨에 따라 앞으로 실물경제측면에서 소비 충격시 완충역할(buffer)을 하는 한편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기대 변화 등에 따라 자산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