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담임은 고인 희망" 학교입장문에 유가족 "새내기 교사에게 맡긴 게 갑질"

인터넷에 학부모 민원에 시달려왔다는 의혹 제기

서이초 입장문 "학교폭력 관련 이야기 사실무근"

유족 "학교서 극단적 선택한 진상 규명 밝혀져야"

학교 정문앞에는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수백 개의 근조화환이 늘어서 있었고 정문 담벼락에는 '선배교사로서 함께 해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괴롭히는 사람 없이 편히 쉬세요' 등 고인을 추모하는 포스트잇 수십여장이 붙어 있었다.

초등학교 수업이 끝난 20일 오후에는 검은 옷 차림을 한 시민들과 교사들의 행렬로 학교 앞 인도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추모객들이 크게 늘어나자 학교 측은 학교 정문 앞 녹색 펜스 앞에 임시분향소를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서이초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던 20대 교사 A씨가 교내에서 극단전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해 3월 서이초에 첫 부임해 올해 교직 2년 차인 신규 교원이었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되지 않아 아직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은 모른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교사노동조합은 19일 성명을 통해 "동료 교사에 따르면 지난주 고인이 맡았던 학급에서 학생끼리 사건이 있었다"며 "한 학부모가 이 사건을 이유로 교무실에 찾아왔고 고인에게 '교사 자격이 없다',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고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A씨가 학교 폭력 업무를 담당하면서 학부모 민원에 시달려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권선태 서이초 교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여러 이야기들이 사실 확인없이 떠돌고 있다"며 "SNS에서 거론되고 있는 정치인 가족은 이 학급에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담임 학년은 본인의 희망대로 배정된 것"이라며 "고인의 담당 업무는 학교폭력이 아닌 나이스 권한 관리였으며 이 또한 본인이 희망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올해 학교폭력 신고 사안은 없었고 A씨가 학교폭력과 관련해 교육지원청을 방문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A씨의 유가족은 이날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교사노동조합연맹 기자회견에 참석해 "사회 초년생이 왜 학교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는지 정확한 답이 안 된다"며 반박했다. 이어 "젊은 교사가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원인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유가족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1학년 담임은 경험이 많은 분을 배치한다고 들었다"며 "업무 스트레스, 민원이 많을 텐데 (1학년 담임을) 새내기 교사에게 맡긴 자체가 엄청난 갑질에 던져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