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두노미(藏頭露尾), '머리는 감췄으나 꼬리는 드러나 있다'는 사자성어로 진실을 숨기려 해도 이미 거짓의 실마리가 드러나 보인다는 의미다.
'아무 것도 답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일까?'
김건희 여사의 리투아니아 방문 당시 명품 쇼핑 가게를 들렀다는 기사가 리투아니아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외교 순방 길에 쇼핑을 한 점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12일 리투아니아 매체 '주모네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윤 대통령과 리투아니아를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11일 경호원과 수행원 16명을 대동하고 일반인의 출입을 막은 채 '두 브롤리아이(Du Broliai)'에서 쇼핑을 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리투아니아 현지 매체 주모네스(Žmonės) 기사 캡처]
국내 언론 중 한 매체가 이와 관련된 기사를 실으면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발로 '호객 행위가 있었고, 김 여사가 그냥 따라 들어갔으며, 따로 물건을 사지는 않았다'고 보도하면서 대통령실의 관련 해명이 오히려 비판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는 모양새다.
뒤이어 대통령실은 지난 18일 브리핑 과정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특별히 언급을 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며 "과거 쥴리라든가, 청담동술자리 등이 여야 간 정쟁화된 것처럼 이 사실에 대해 (팩트를 얘기해도) 정쟁의 소재가 될 가능성이 커, 대답을 하지 않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다"며 구체적인 설명을 회피했다.
아무 질문을 받지 않으면, 혹은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일까? 대통령실은 이번 뿐 아니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다가 IAEA의 보고서가 나오자 마지못한 듯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민과 야당의 엄청난 반대 의견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조사보고서가 발표 된 이후에야 '국제기구인 IAEA의 보고서 내용을 존중한다'며 사실상 방류를 묵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떠올려 보면 과거 대통령실의 사적채용 문제가 불거졌을 때에도, 코바나컨텐츠 관련 업체의 관저 공사 수주 문제에 대한 질문에도 구체적인 설명이나 해명보다는 답변을 회피하거나 보안을 이유로 정보를 감추는 게 대통령실의 대응으로 기억된다.
장두노미(藏頭露尾), '머리는 감췄으나 꼬리는 드러나 있다'는 사자성어로 진실을 숨기려 해도 이미 거짓의 실마리가 드러나 보인다는 의미다.
본뜻은 '쫓기던 타조(또는 장끼)가 덤불 속에 머리를 처박고 숨으려 하지만 몸 전체를 가리지는 못하고 꼬리를 드러낸 모습'을 형용하는 말로서 진실을 감추려 전전긍긍하는 태도를 비유하는 말로 사용된다. (출처 두산백과)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쇼핑 논란에도,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서도 난처한 상황에는 짐짓 모른체, 아무런 일이 없는 듯 무대응 전략을 들고 나온 것처럼 보인다.
문득 과거 안철수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주저 앉힐때도 대통령실 수석이라는 분이 했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리고 이번에는 조금 바뀐 대통령실 버전으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 되는 것일까?'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계절
김 여사의 명품 쇼핑 가게 방문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국민의힘 의원들의 방패막이 해명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수행실장을 지낸 이용 의원은 19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리투아니아는 인구가 총 250만명이 작은 국가이고, 가장 큰 산업이 바로 섬유 패션"이라며 "김 여사의 쇼핑을 문화 탐방의 일원이지 않을까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리투아니아의 수출 2위가 섬유나 패션인데, (김 여사가) 그 부분을 알고서 문화 탐방을 했을 거라고 보기 때문에 이것도 하나의 외교라고 판단된다"고 방어막을 쳤다.
유상범 수석대변인 역시 18일 문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국내에서 어떻게 평가받든 대통령 부인의 행보는 리투아니아 언론보도에 보면 (현지에서는) '젊고 패션 감각 있는 셀럽'이라고 인식이 되고 있다. 즉, 대통령 부인의 행보 자체도 하나의 외교적인 행보일 수 있다"며 비슷한 발언을 했다.
성일종 의원 역시 19일 KBC '여의도초대석'에 나와 김 여사의 쇼핑 관련 문제에 대해 매일경제의 기사의 ('호객을 당해서 들어갔다'는 발언을 한) 취재원을 밝혀달라며 신빙성을 깎아 내리는 듯한 발언으로 방어막 치기를 거들었다.
가뜩이나 수해로 큰 피해를 입고, 많은 사상자까지 발생해 심란해진 국민들의 마음에 얼토당토 않은 태도로 회피하거나, 방어막을 치는 것이 책임있는 정부 여당의 자세인지 묻고 싶다.
이 장마가 지나고 나면 '지록위마'의 계절이 찾아올지 모르겠다는 불길한 느낌마저 엄습한다.
그리하여 "아무일도 묻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이 되는 것인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인지?", 덤불 속에 머리를 처박고 몸을 숨긴 것으로 알고 있는 장끼의 모습과 자꾸 겹쳐지는 대통령실의 대응이 못내 아쉬워지는 더운 여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