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흑해곡물협정에서 정한 '약속부터 이행' 요구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의 일부가 이행된다면 연장에 동의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잠정적인 협정 중단 의사를 나타냈다.

모스크바 타임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4일 러시아 이익과 관련된 부분이 이행된다면 흑해 곡물 계획(Black Sea Grain Initiative)에 복귀할 수 있다고 말해 잠정적 중단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매체 로시야 24(Rossiya 24 TV)에 출연해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지금까지 협정은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일방적인 게임으로 러시아가 요구한 것은 아무것도 이행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이스탄불에서 튀르키예, 유엔, 러시아, 우크라이나가 처음 서명한 이 협정은 우크라이나 항구에서의 곡물 수출을 재개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2월 시작된 러-우 양국의 갈등으로 인해 중단되었다. 지난 5월 18일 협정에 따라 곡물 수출의 지속성을 보장하면서 60일 연장된 바 있다.

푸틴은 "우리는 이 협정에 참여하는 것을 중단할 수 있다"라며 "다만 모든 당사자들이 다시 한번 러시아와 약속한 모든 내용을 이행할 것을 확약하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준다면 즉시 협정에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는 협정의 일부라도 이행되기를 오래 기다릴 준비가 되어있지만 "연장 먼저, 확약은 나중에 이행"이라는 옵션에 더는 끌려다닐 수 없다며 "먼저 약속 이행, 그리고 러시아의 협정 복귀"만이 답이라고 덧붙였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곡물 협정 장과 관련해 보냈다는 서신을 아직 받아보지 못했지만, 유엔이 서방국들이 협정에 따른 거래 조건을 이행하도록 하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방해로 식량 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서방 언론과 정치인들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부유한 서방 국가들이 위기를 부추기면서 시장에서 곡물이 바닥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화살을 돌렸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관련,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움직임이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침공)의 가장 핵심적인 이유로 이러한 기도가 우크라이나의 안보 자체를 증진시키지 못하는 것은 물론 국제적 긴장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스탄불에서 준비됐다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쓰레기로 버려졌던 양국의 협정 초안에도 우크라이나 안보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서방의 무기지원에 대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우리 병사들의 가장 우선적인 목표물이 되기 때문에 가장 먼저 파괴된다는 점을 걱정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서방 탱크에 탑승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상황도 있다"라고 밝혔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평화협정 초안은 지난해 아프리카 연합 지도자들과 회담에 앞선 6월 16일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책임자가 작성한 것으로 러시아가 키예프에서 출수하는 대신 우크라이나는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당시 언론들은 국가 간 평화회담이 성공할 것이라는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가 갑자기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에게 대대적인 군사적 지원을 약속하면서 우크라이나 회담 대표단이 협상장에서 철수한 후 다시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