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부동산PF 리스크·새마을금고 ‘뱅크런’ 우려…금융부실 위험 낮출 필요성"
"근원물가 여전히 높지만 국내 물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 듯"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 크지만 금리 인상보다는 동결이 더 큰 실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무엇보다 국내 부동산PF 시장 불안이 재차 부각되고 새마을금고 사태에 금융시장 안정을 '우선'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한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2, 4, 5월 기준금리 동결에 이은 네 번 연속 동결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다소 매파적인 것으로 공개되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이 7월과 9월 정책금리를 각각 0.25%포인트(p) 인상해 연내 두 차례 추가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진 상황이다.
연준은 6월 FOMC 정책금리 결정회의에서 긴축정책의 누적효과를 감안해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바 있다.
6월 의사록에 의하면 일부 참석자들은 물가가 연준의 목표치인 2%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노동시장은 견조하고 경제지표는 강하기 때문에 0.25%p 인상을 지지했다.
하반기 추가 인상에 대해서 2명을 제외하고는 16명의 위원이 그 필요성을 공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12명은 두 차례 이상 인상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대내적으로는 수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부진이 지속되면서 한국경제의 '경기침체' 강도가 높아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한 부동산시장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도 재차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새마을금고 부실 사태까지 더해지며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시장의 이목이 집중돼왔다.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경기부진에 빠진 경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지난 5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1.6%에서 1.4%로 0.2%p 낮춘 바 있다. 정부도 지난 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한은과 동일한 1.4%로 수정했다. 금통위는 5월 경상수지가 19억3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서고 상품수지는 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경기를 지원할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통위는 비은행권 중심으로 늘고 있는 부동산PF 리스크에 대한 관리가 여전히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부동산경기 부진이 가계부채 누증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반면 대출 부실화 등을 통해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정책대상과 목적을 명확히 하면서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부동산PF와 관련해 사업장별 미시적 대응책을 진행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PF 관련 규제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은은 금융기관이 대내외 리스크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자본확충 등을 통해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특히 저축은행, 상호금융조합 등 수신을 기반으로 하는 비은행예금취급기관들이 안정적 수신구조를 유지하고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통위는 새마을금고 사태 안정 등을 통해 금융시장 불안을 조기 차단하기 위한 정책 공조에 나선 것으로도 풀이된다. 지난 9일 정부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주재 하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경제수석 등이 참석한 '확대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서 정부는 새마을금고 상황을 조속히 안정화시키기 위해 '범정부 새마을금고 실무 지원단'을 10일 발족해 한층 강화된 대응체계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새마을금고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영향은 제한적이나 경계감이 상존하고 있어 관계기관 합동으로 금융시장 전반을 철저히 점검하는 한편 필요시 기 마련된 상황별 대응 계획에 따라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히 시행해 나가기로 했다.
금통위는 국내 물가가 상당히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해 금리동결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의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7%로 2021년 9월 2.4% 이후 21개월 만에 2%대에 진입했다. 한은은 지난 4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예상대로 2%대로 둔화됐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완만한 집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개인서비스물가 오름폭 축소 등으로 예상대로 둔화폭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번 달까지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으나 이후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원물가는 완만한 둔화 흐름을 나타내는 가운데 지난 전망경로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학교 겸임교수)은 "금통위의 이번 결정에는 한국경제의 경기침체 정도가 조금 강하다고 판단한 것과 부동산PF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또 새마을금고 사태로 인해 금융부실 상황도 염려되고 있어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더욱이 부동산 경기가 어느 정도 연착륙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해석되며 근원물가가 더디게 떨어지고는 있지만 물가상승률은 2.7%로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금통위원들은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 볼 때 추가적인 금리인상보다는 기준금리동결이 낫다고 생각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강조했다.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가 이미 벌어졌고 추가적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은 있지만 격차를 좁이기 위해 금리인상을 하는 득보다는 인상으로 인한 실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기준으로 1.75%p이며 7월 미 FOMC 회의에서 0.25%p 인상 결정 시 2.00%p로 확대되게 된다. 이는 역대 최대 격차다.
김 실장은 "한은은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벌어짐에 따라 나타나는 부작용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금리인상을 통해 한미 간 금리 격차를 줄이는 것보다는 현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금리동결로 금융시장 안정을 지원하는 등 효과가 더 크다고 금통위원들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