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바우」가 그리게 될 한국세무사회의 미래는

6월의 마지막 날, 카톡의 단톡방이 요란하다. 한국세무사회의 신임 회장에 대한 축하와 기대감이 다양한 방식으로 쏟아져 나온다. 돌이켜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그와의 인연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에서 써클 활동을 함께하면서다. 만화와 비평에 남다른 재주를 보였다. 그는 4단 만화와 만평을 맡았다. 동아일보의 「고바우」에 견주어 「구바우」라고 불렀다.

이번 선거는 세무사뿐만 아니라 유사 전문직은 물론이고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업계 종사자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리고 결과는 투표를 통해 드러났다. 33표 차이로 구재이 후보가 제33회 한국세무사회 회장에 당선되었다.

그동안 세무사회 선거에 무관심한 편이었다. 현장 지키기에 바쁘다는 핑계를 대면서, '누가 되든 잘하겠지'라고 믿었다. 회장이 바뀌어도 그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없다는 경험도 한몫했다. 그렇다고 아예 '나 몰라라'한 것은 아니다. 귀동냥을 통해 들은 공동의 관심 사항에 대해서는 나름의 의견을 피력했으니까.

선거 과정에서 특정 후보자의 선거운동 방식에 대해 의아해하던 세간의 시선이 일부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믿기 어렵고 거북했다. 한국세무사회의 설립 목적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세무사의 품위향상(세무사법 제18조) 조항의 의미가 퇴색될 지경이라며 노(怒)하는 사람도 보았다.

아쉬웠던 것은 또 있다. 세무사회 선거의 씁쓸한 뒷맛치고는 꽤 고약하다. 향후에는 이러한 일들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후보자의 정견 발표를 없앤다거나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의 선거공약을 일일이 확인한 후 실현 가능성이 없을 경우 게재하지 못하도록 했다니 그저 말문이 막힌다. 선거의 근본을 뒤흔든 셈이다. 반장선거에서부터 대통령 선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선거를 경험해본 사람들에게는 도대체 납득하기 어렵다. 판단은 오롯이 유권자의 몫이 아닌가.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 무섭다.

게다가 서울지방세무사회장이 회장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중도 사퇴함으로써 공석이 된 서울지회장 보궐선거를 할 수 없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는 것도 석연찮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고 한 것처럼 오해받기에 십상이다. 앞으로는 선거전(前) 관련 규정 개정은 허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개정한다 해도 해당 규정은 당해 선거에는 효력이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는 또 있다. 선거제도와 관련해서다. 한국세무사회의 회장 등 선거는 아직도 선거권자가 지정된 투표소에 가서 손으로 선택 기표하는 직접 투표제를 운용하고 있다. 유사 전문직 단체인 한국변호사협회나 한국공인회계사회, 그리고 대한법무사협회도 진작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여 시행 중이다. 전자세정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세무사회의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낯설다.

세상(稅上)은 새로운 집행부에 모든 관심이 쏠려있다. 지금은 구재이호(號)의 시간이다. 회장 임기는 2년, 길어야 4년이다. 신임 구재이 회장 체제가 말하는 사업현장·세무사회·세무사제도 등 3대 혁신 아젠다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해 나갈 것인지 궁금하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화가에게 중요한 세 가지로 "잘 훈련된 손(Hand), 사물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각(Eye), 그리고 이를 지치지 않고 만들어 나가는 열정(Heart)"을 꼽았다. 그의 경험과 역량, 열정은 세무사업계의 「데이비드 호크니」에 비견할만하다.

다만, 기대가 크다 보니 조심스럽게나마 사족을 달게 된다. 혁신을 명분으로 공동체의 힘(권력)을 도구로 삼는 우(愚)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힘을 가진 사람은 어디서든 그 힘을 행사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집행부는 앞서 나가면서 물꼬를 터 주는 역할이면 충분하다. 또한, 소수의 자기기만과 도색을 혁신으로 포장해서도 안 된다.

구 회장은 혁신이 필요함을 선거기간 내내 설파했다. 주변에서도 많은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공감한다. 하지만, 너무 달면 쓴 법이다. 달면 삼키지만 쓰면 내뱉기 마련이다. 치대국(治大國) 약팽소선(若烹小鮮)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작은 생선을 요리할 때도 살이 부서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다루어야 하는 것처럼 세심하게 살피고 다듬는 마음이 필요하다. 세무사회라 하여 다르다고 하겠는가.

33표 차이로 이겼다고 환호할 것이 아니라, 불과 33표 차이로 패한 후보자를 지지한 상당수 회원의 입장도 살펴야 한다. 포용의 리더십과 함께 "약지승강 유지승강 천하막부지 막능행(弱之勝强 柔之勝剛 天下莫不知 莫能行)"-약함이 강함을 이기고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기는 것을 천하에 알지 못하는 자는 없지만, 능히 행하지 못한다-라는 의미도 새겨볼 만하다.

세무사회는 대내외적으로 중차대한 기로에 섰다. 내부적으로는 인적 쇄신과 세무사의 권익신장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고 외부적으로는 프리랜스 중개플랫폼 업체와 무자격 세무대리행위 등의 근절이라는 당면과제에서부터 유사직역 단체 간의 업역 갈등 등에 이르기까지 이슈가 산재해 있다. 1만 5천여 세무사는 국민의, 국가의, 우리(세무사)의 세무사회로 거듭나기 위한 구재이호를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그라면 능히 해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순항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