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갈라파고스화(化)'를 우려함

'상생 정치' 복원을 위하여

이런 추세에 대해 일본 총무성이 연구를 의뢰하고 2007년 '일본 무선 전화 시장 보고서'가 나오게 됐다. 일본 IT산업의 부진이 국제적인 표준을 따르지 않고, 일본 내수시장에서만 통용될 제품에 집중하면서 독립적인 진화를 하게 되고, 결국은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도태됐다는 진단이다.

'갈라파고스화(化)' 또는 '갈라파고스 증후군'이라는 이름은 이렇게 탄생했다.

나쓰노 다케시는 이런 경향을 다윈(종의 기원의 저자)이 독립적인 진화 경향을 연구했던 갈라파고스 제도에 빗대 '갈라파고스 증후군'이라고 이름 붙였다.

윤석열 정부 1년을 돌아보면서 '갈라파고스화'가 진행되고 있지는 않은지…, 징후들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외교 분야에서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을 한 축으로 미국과 일본, 대한민국을 다른 한 축으로 한 신냉전 질서를 지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시절 외교 1차관을 지낸 최종건 교수는 최근 자신의 저서 '평화의 힘'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비단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과거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이어서 대의명분과 실리적 측면에서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 이어나가야 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설파하고 있다.

또 최근 미국과 중국, 일본과 북한이 우리 정부와 달리 관계 회복과 대화를 이어간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가치'를 앞세워 중국과 북한에 대립적인 스탠스를 취해 왔던 우리 정부만 외교 무대에서 고립돼 결국 실리도 명분도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외교란 모름지기 실리를 추구하면서 우리 패를 감추고, 상대와 끊임없이 협상하면서 최대한 국익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묘수를 찾아가는 것이 기본 아닐까.

검찰 편중 인사는 무엇보다 현 정부를 갈라파고스화 할 위험성이 높은 요인으로 꼽힌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최근 인사에 대해 '극우 유튜버 내각'이라고 평가하면서 "흡수통일론자인 극우 뉴라이트 김영호 교수를 통일부 장관에 앉히려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 보라"고 지적했다.

이 뿐 아니라 "'뉴라이트 대표인사'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을 필두로,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간첩'이라고 한 박인환 경찰제도발전위원장, '군인 마스크를 벗게 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군인을 생체실험 대상으로 사용하라 지시했다'는 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내정자 등 최근 인사들이 극우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검찰 편중 인사에 더해 정부 주요 직책에 극우적인 인사들로 채워지는 점 역시 갈라파고스화를 심화하면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이번 13명의 차관급 인사에는 대통령실 비서관이 5명이나 포함돼 있어, 이들 차관들을 통해 국정 운영을 직접 통제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시선이 제기된다. 실세 차관에 허수아비 장관 체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서도 갈라파고스화 한 정부로의 위험 요인이 감지된다. 최근 자유총연맹 행사에서 전 정부를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지지층 결집이라는 국내 정치용 발언이라고 해석되지만 전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낸 윤 대통령의 인식이 놀랍다. 김종대 전 의원의 지적처럼 언급한 내용 자체도 왜곡돼 있지만, 현직 대통령이 직전 정부를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한 발언에는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언론 분야에서도 최근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해 임기를 채우기 전에 쫓아내면서, 그 자리에 이동관 전 대변인을 앉히려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언론에 이르기까지 '자유'를 주창한 윤 대통령의 공언과는 다르게 계속해서 자유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급기야 건설노동자 분신 사건까지 발생했다.

사회 통합을 이뤄내야 하는 대통령의 역할을 고려하면 이런 갈라치기 정치는 결국 국정 운영의 부담으로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본 IT 산업들이 왜 세계 무대에서 도태되고 말았는지를 돌아보면서 윤석열 정부에 쓴 소리를 보탠다. "갈라파고스화를 경계하라, 상생 정치를 복원하라"

지난 1년을 돌아보면서 당정관계를 비롯해 여야 관계, 국제 외교 관계, 그리고 인사를 비롯한 정부 운영 시스템에서 갈라파고스화를 경계하고, 건전한 '상생 정치'의 복원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