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VB, 36시간만에 파산...'디지털 뱅크런' 우려
예금보호 한도, 2001년 이후 23년째 5000만원
인터넷뱅킹 중 모바일 비중 85.4%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모습. 로이터 제공
안유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27일 발간한 '최근 디지털 뱅크런 우려 확산에 따른 주요국 대응체계 강화 움직임'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올해 3월 미국 SVB가 대규모 예금인출로 인한 자본 잠식으로 초고속으로 파산한 가운데 2개월만에 4개의 은행이 잇따라 파산하거나 매각되는 사태가 발생하며 은행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SVB가 유동성 위기 대응책을 발표하고 파산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36시간에 불과해 '디지털 뱅크런'에 대한 위기감이 커졌다. 온라인 및 모바일뱅킹 발달로 전통적인 뱅크런보다 규모가 크고 속도가 매우 빨라 은행의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후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기업 결제계좌의 예금보험 한도의 상향을 추진하는 예금보험제도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대형은행을 대상으로 추가 보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국내의 경우 뱅크런 사태를 계기로 예금보호 한도 상향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8월말 예금자보호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국내 역시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과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체제의 확대로 온라인 금융서비스 이용이 일상화됐다.
작년말 기준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수와 이용건수, 이용금액 모두 2019년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냈다. 전체 인터넷뱅킹 이용건수 중 모바일뱅킹이 차지하는 비중은 85.4%에 달했다.
다만 모바일뱅킹 이용금액 및 인터넷전문은행의 평균 예금액은 소매고객 중심으로 분산돼 있어 크지 않은 수준이었다.
안 선임은 "디지털 뱅크런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은 금융안정을 목표로 사전에 보완장치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예금보호 한도 상향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예금보험기금에 대한 예금자의 신뢰 확보를 통해 위기 상황에서 뱅크런을 방지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내 예금보호 한도는 2001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된 이후 23년째 유지되고 있다. 예금보호 한도를 초과하는 예금 비중은 꾸준히 상승하며 작년말 기준 전체 예금액의 66.5%에 달했다. 예금보호 한도의 상향을 추진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올해만 8개가 잇따라 발의된 상태다.
안 선임은 "예금보호 한도의 상향 시 부보금융회사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만큼 부보금융회사의 리스크를 정교하게 측정하고 평가하며 적정한 보험료를 책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예금보험기금에 대한 예금자의 신뢰를 확보해 위기 상황에서 뱅크런을 방지할 수 있도록 금융안정성과 소비자보호 간 조화를 이루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