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硏 "한-미 기준금리 역전, 양적 완화 누적된 탓"

자본연, 시장금리 측면 비교 분석

美 기준금리 5.0%p 인상 속 국채금리 1.53%p 상승

"기준금리 인상 민감도 낮아져...통화긴축 효과 감소"

양적긴축 유지시 기간프리미엄 정상화...韓 환율변동성 유의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이 심화한 것은 미국의 누적된 양적완화로 기간 프리미엄이 이례적으로 낮게 유지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기간 프리미엄이 정상화될 경우 한국 국채금리의 상승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응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7일 '시장금리 측면에서 살펴본 한미 기준금리 인상 영향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기간 프리미엄은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관계에 있는 금리격차를 말한다.

한-미 모두 기준금리 인상기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이번 인상기 동안 미국의 국채금리 상승이 제한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0.25%(지난해 3월)에서 5.25%(올해 5월)로 5.0%p 인상했다. 반면 국채금리 상승폭은 1.93%에서 3.46%으로 1.53%p에 그쳤다. 국채금리 고점도 4.24%(지난해 10월)로 최종 기준금리(5.25%)를 크게 밑돌았다.

한국의 경우 기준금리를 0.5%(2021년 8월)에서 3.5%(올해 1월)까지 3.0%p 올리는 동안 국채금리가 1.89%에서 3.59%로 1.67%p 상승했다. 국채금리 고점은 4.62%(지난해 10월)로 최종 기준금리(3.50%)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미국이 한국보다 기준금리를 2.0%포인트(p) 더 인상했음에도 국채금리 상승폭은 한국이 미국을 0.14%p 상회했다. 백 선임은 "이는 미국 국채금리에 대한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력이 작아졌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누적된 양적완화의 영향으로 미국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이 최근까지 이례적으로 낮게 유지된 점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장기금리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민감도가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이라며 "결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의도한 만큼의 통화긴축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양적완화가 기간 프리미엄의 구조적 하락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기간 프리미엄은 투자자가 인지하는 국채금리 상승위험, 즉 금리변동성이 증가할수록 커진다.

양적완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보유자산 규모로 가늠해볼 수 있다. 연준은 코로나 팬데믹 대응을 위해 자산을 2020년 1월 4.2조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5월 8.9조달러까지 늘렸다. 이후 대차대조표 축소와 양적긴축을 통해 보유자산을 줄여가는 중이다. 지난달 보유자산 규모는 8.5조달러 수준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양적긴축은 유지할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누적된 양적완화 효과가 줄면서 기간 프리미엄이 확대될 수 있다. 백 선임은 "향후 미국 국채금리 결정요인 중 통화정책 못지않게 기간 프리미엄 변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한미 기준금리가 동결되더라도 미국 기간 프리미엄이 확대되면 한국 국채금리의 중요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또 그는 "미국 기준금리의 장기금리에 대한 영향력 축소가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 확대에도 기여했다"며 "기준금리 역전의 주요 요인이 미국에 있다는 점은 국내 통화정책 대응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잠재적인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응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