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불체포특권 포기' 존중" 혁신위 요구 수용…김기현 "이재명, 공동서명하자"

더불어민주당은 26일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민주당 의원 전원 불체포특권 포기 제안을 존중하고 당내 총의를 모아나가겠다며 사실상 수용의사를 밝혔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불체포특권 관련 혁신위의 제안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체포동의안 부결을 위한 임시회는 열지 않고 비회기 기간을 확보해 영장실질심사를 받도록 하겠다"며 "회기 중 체포동의안 요구가 올 경우 당론으로 부결을 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체포 영장이 온 경우 비회기 때는 나가서 심사를 받겠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혁신위원회의 요청은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나가는 과정을 밟아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또 "(불체포특권은) 의원 개개인의 권한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의원들 동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절차나 형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은경 혁신위원회는 지난 23일 "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서약서를 제출하고 향후 체포안 가결을 당론 채택할 것을 당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혁신위 윤형중 대변인은 "불체포특권은 의원에게 보장된 헌법적 권리이나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내려놓고, 체포와 구속 심사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을 신뢰하되 문제가 발생하면 당내 조사를 통해 억울한 분 없게 법률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당내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방탄정당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체포동의안 가결의 당론 채택이 불가피하다는 당내 목소리도 있다.

이개호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에서 "현재 검찰의 무리한 야당 탄압을 놓고 볼 때 걱정되는 측면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민주당이 방탄정당으로 모습으로 비춰져선 안 되기 때문에 불체포특권 포기는 당론으로 채택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현 시점에서 사법부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민주당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가 현실적으로 일사불란하게 흘러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각서에 서명하라는 것을 의원들이 선뜻 하기가 어렵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국회에서 20명 숫자를 얘기했다. 이 사람들을 소환을 하겠다는 거 아니냐"며 "이분들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포기각서에 서명을 해야 돼?', 이런 아주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간단하게 일사불란하게 흘러갈 수는 없다"고 날선 지적을 했다.

이어 "지금 별로 반응이 좋지 않다. '이재명 대표, 그럼 혼자 해라'라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 대표가 얘기하고 혁신위가 얘기하니까 의원들이 말을 못하는 것일 뿐이지,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당 내 분위기, 특히 현역의원들의 분위기가 곧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최고위원회, 의원총회, 국회 등 넘어야 할 산이 있다며 "이 제안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국회에서 결국 판단해야 된다. 이 문제를 의원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게 지금 여러 가지 분위기 때문에 전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이것도 아마 굉장히 중요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이 대표에게 다시 한번 촉구한다. 저와 둘이 즉시 만나서 회담하면서 불체포특권 포기에 공동 서명하자"고 거세게 몰아쳤다.

이어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 책상 하나 두고 만나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지만, 그것이 힘들다면 제가 민주당 대표실로 찾아가겠다. 전향적 답변을 기다린다"며 이 대표가 김 대표를 향해 로텐더홀에 의자 하나 놓고 만인이 보는 가운데 정책 대화하자고 한 발언을 차용해 압박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도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으니 이제는 실천만 남았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 전원은 물론이고, 무늬만 탈당한 김남국, 윤관석, 이성만 의원 등도 반드시 서약해야 한다"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