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경영연구소 김준산 연구위원 “애플세이빙스 저축계좌 아냐…부가 서비스 중 하나”
“애플, 진입 장벽 형성하는 전략 추구…사용자 락인하는 목적”
“지속적으로 규제 차익 노리면서 자사 플랫폼 영향력 확대해나갈 것”
◆…사진=현대카드 제공
KB경영연구소 고객·디지털연구팀 김준산 연구위원은 15일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최근 애플 저축 계좌로 알려진 애플세이빙스(Apple Savings)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애플이 은행이 되고자 하는지에 대해 업계 내에서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며 "그러나 애플세이빙스는 은행에서 일반적으로 취급하는 저축 계좌가 아니며 애플의 또 다른 금융 서비스인 애플카드 사용 시 지급되는 캐시백에 이자를 지급하는 부가 서비스의 하나"라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 4월말 골드만삭스와 협력해 애플세이빙스 서비스를 출시했다. 애플은 애플세이빙스에 앞서 월렛, 애플페이, 애플캐시, 애플카드 등 다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월렛은 아이폰 사용자가 일반 신용카드, 직불카드 등을 등록하거나 멤버십 카드, 항공권 등을 저장할 수 있는 앱이며 애플페이는 아이폰 월렛 앱에 등록한 신용카드, 직불카드로 온오프라인 결제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애플캐시는 월렛에 저장되는 직불카드 중 하나로 실물 카드는 없이 가상으로만 존재한다. 애플페이를 통해 온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하다. 애플카드는 실물로 존재하는 신용카드로 월렛 앱에서 신청하면 발급된다. 실물 카드로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하며, 애플페이로도 사용 가능하다. 골드만삭스와 제휴해 북미에서만 서비스 중이며 한국이나 유럽 등 미국 이외 지역에서는 신청 불가능하다.
김 연구위원은 "애플세이빙스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애플카드 발급이 필요하다. 월렛에 등록한 애플카드 메뉴에서 애플세이빙스 가입이 가능하며 가입 후에는 애플카드 사용 시 발생하는 캐시백이 애플세이빙스에 저장된다"며 "소비자가 아이폰에서 애플세이빙스 계좌 번호를 확인할 수는 있으나 고객이 이를 통해 직접 골드만삭스에서 잔액을 확인하거나 송금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플페이로 금융사가 제공하는 일반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외에 애플에서 금융사 제휴를 통해 제공하는 직불카드인 애플캐시와 신용카드인 애플카드도 사용 가능하다"며 "애플세이빙스는 애플카드에서 발생하는 캐시백에 이자를 제공하는 서비스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자료=KB경영연구소 제공
실제 애플이 플랫폼 확장을 위해 출시한 음악(애플 뮤직), OTT(애플 TV+), 결제(애플페이) 등 부가된 서비스가 창출하는 수익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애플의 전체 매출 중 서비스 부문 비중이 2012년 8.2%에서 2022년 19.8%으로 성장했다. 애플페이를 출시하고 2년이 지난 2016년에는 애플페이 사용자가 전 세계 아이폰 사용자의 약 10%인 6700만명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50%, 2022년에는 75%에 이를 정도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구글, 메타 등 타 빅테크는 신규 사업 진출시 해당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기업을 인수합병하여 발 빠르게 1인자의 자리에 등극하는 전략을 선호한다"며 "애플은 느리지만 꾸준히 가입자를 확보해 5년, 10년 후에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을 좋아한다. 이는 12억명에 이르는 아이폰 사용자가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전략 추진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애플의 금융 서비스 확대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산업과 은행산업의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산업은 기본적으로 규제 준수를 기반으로 해당 라이선스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이익극대화를 추구하는 반면 플랫폼 기업은 특정 분야에서 공고하게 구축한 생태계와 고객 기반을 중심으로 신규 사업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추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애플은 은행이 되어 규제 준수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규제 차익을 노리면서 자사 플랫폼 영향력을 확대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애플페이, BNPL, 세이빙스 등 금융 서비스 출시를 애플의 금융산업 직접 진출 의도로 파악하는 것은 지나친 추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