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룸, 퍼시스홀딩스서 시디즈 지분 인수 후 의자사업 양수
‘돈 되는 사업’ 2세 기업에 넘겨 10년 새 매출 6배 증가
◆…사진=일룸 웹사이트 캡처
퍼시스그룹은 손동창 회장이 대주주인 퍼시스홀딩스의 알짜 사업을 자녀가 지배하고 있는 가구업체 일룸으로 넘기는 수법으로 증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룸이 퍼시스홀딩스로부터 시디즈의 지분 40.58%를 양수한 뒤 시디즈로 하여금 퍼시스홀딩스의 알짜 사업인 의자 제조업 부문을 인수하도록 했다. 손동창 회장의 퍼시스홀딩스가 '돈 되는 사업'을 2세 손태희·손희령이 지배하는 기업 일룸으로 넘겨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증여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형식은 그룹 관계사들 사이의 사업 양수도 계약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사업전망이 좋은 사업을 미래가치를 반영하지 않고 헐값에 매각하는 증여가 이뤄졌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퍼시스그룹은 이에 앞서 일룸의 지분 가운데 오너 일가 이외의 지분을 자사주 형태로 매입한 뒤 손동창 회장의 일룸 지분을 손태희·손희령에게 증여하면서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작업에 들어갔다. 일룸은 이어 대주주인 퍼시스홀딩스의 지분을 전량 자사주 형태로 매입한 뒤 소각하여 손태희·손희령을 실질적인 대주주로 만들었다. 오너 일가가 '증여세 없는 승계'로 절세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룸은 2017년 4월 퍼시스홀딩스로부터 시디즈를 인수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증했다. 일룸은 오너 2세가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 기업 규모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어 손동창 회장이 2세 기업 키우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일룸과 시디즈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일룸은 두 차례 자사주 매입 이후 별도 영업실적이 부쩍 늘어났다. 일룸이 1차로 자사주를 매입한 2013년 별도 매출액은 635억원이었다. 두 번째 자사주를 매입·소각한 2016년에는 1555억원으로 2013년 보다 매출이 2.4배 증가했다. 이후에도 매출이 줄곧 증가해 2022년에는 3707억원으로 늘어나 2013년 대비 매출이 5.8배 증가했다.
매출 증가와 더불어 별도 영업이익도 급증했다. 2013년 영업이익 17억원에서 2016년 36억원, 2022년에는 159억원으로 급증해 2013년 대비 9.3배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퍼시스그룹의 일룸 밀어주기는 퍼시스홀딩스의 시디즈 지분을 넘겨주며 더욱 가속화된다. 일룸은 2017년 4월, 퍼시스홀딩스(구, 시디즈)로부터 시디즈(구, 팀스) 지분 40.58%를 149억원에 인수했다. 같은 해 시디즈 매출은 125억원이었다.
이은 2018년에는 시디즈가 퍼시스홀딩스로부터 '의자 제조업' 부문을 325억원에 인수했다. 시디즈가 퍼시스홀딩스로부터 의자 제조업을 인수한 2018년부터 시디즈의 매출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일룸은 2020년부터 종속회사 시디즈의 실적이 재무제표에 반영되면서 '연결 실적'이 별도 실적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나게 되었다.
2020년 일룸의 별도 매출액은 3124억원인 반면 연결 매출액은 5406억원으로 늘어났다. 2022년 별도 매출액 3707억원인데 비해 연결 매출액은 6371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퍼시스홀딩스로부터 일룸을 분리(독립)시키고, 퍼시스홀딩스의 시디즈를 일룸에 넘기고, 또다시 퍼시스홀딩스의 의자 사업부를 시디즈에 넘기는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2세 손태희의 일룸 연결 매출액은 6천억원 대로 불어났다.
일룸이 자사주를 매입하여 2세 승계 작업을 시작한 2013년 635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22년 연결 매출액 6371억원으로 10배나 증가했다.
기업 전문가들은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증여세를 회피하며 2세 경영 지배력을 확대한 데 이어 특수관계자로부터 자회사를 매입하며 영업실적을 키우면서 기업승계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조세일보가 이와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 질의를 한 데 대해 일룸 측은 "일룸의 성장은 학생방 중심 가구에서 종합생활 가구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