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 지역부본부장, MBC인터뷰
"수신료 분리 징수, 공영방송 사회 제도 흔들어"
"국민제안? 여론몰이로 만들어진 여론 업고 정책 추진"
"통합징수에 공익적 효과 크다는 대법원 판단 있어"
◆…전국언론노조 윤창현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지난 4월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KBS TV 수신료 분리 징수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언론노조 KBS본부는 7일 대통령실이 KBS(한국방송) TV 수신료 분리 징수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현 정부가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이나 이해가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라며 "그게 아니면 공영방송의 재원을 흔들어서 공영방송 장악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 지역부본부장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은 공영방송 재원을 약화시키겠다는 것이고 나아가 공영방송이란 사회적 제도를 흔들려는 시도"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본부장은 "공영방송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최소한의 문화적 소양과 교양을 누리고 필요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하는 사회의 한 제도이고 이 제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재원이 바로 수신료"라고 짚었다.
이어 "공영방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추진한 것이 아니라면 결국 공영방송의 재원을 흔들어서 공영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이미 TBS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또 정부가 공공기관이 가진 YTN 지분을 매각을 추진하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공영방송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5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KBS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브리핑에서 "도입 후 30여년간 유지해온 수신료와 전기요금의 통합 징수 방식에 대한 국민 불편 호소와 변화 요구를 반영해 분리 징수를 위한 관계 법령 개정 및 그에 따른 후속 조치 이행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국민제안에 따라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한다는 대통령실 주장에 "어폐가 있다"며 "국민제안이 아니라 정부가 특정 안건을 던져서 여론몰이를 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여론을 등에 업고 정책을 추진하려고 하는 포퓰리즘 수단"이라고 반박했다.
박 본부장은 "국민의힘은 당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안내 팝업창을 띄우고 소속 의원들은 SNS에서 참여를 독려하고, 일부 보수 유튜버들은 국민제안에 동참해야 한다고 선동을 했다"며 "한 유튜버는 자기가 방송한 이후 찬성하는 인원이 1만 명이 늘어났다며 자기 업적처럼 홍보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의 97%가 아니라 참여자의 97%로 국민제안시스템에서 중복투표가 가능한 점도 오류"라고 덧붙였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3월 9일부터 한 달 동안 TV 수신료 징수 방식을 국민참여토론에 부쳤다. 강 수석은 토론 결과에 대해 "총투표수 5만8251표 중 약 97％에 해당하는 5만6226표가 찬성표로 집계됐다"며 "자유 토론에서는 전체 6만4천여 건의 의견 중 3만8천여 건이 TV 수신료 폐지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박 본부장은 수신료 자체의 정당성과 통합징수의 합당성에 대해서도 법원의 판단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신료 자체 정당성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이 있었다"며 "공영방송사의 공적 기능 수행을 위해 공익사업 경비조달에 충당하는 것으로써 수신료는 특별부담금에 해당한다라고 판단을 했었다. 특별부담금은 일반 세금과는 다르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합징수 방식 같은 경우에는 대법원 판결로서 결론이 났다"며 "통합징수 이전과 비교했을 때 징수율은 향상되고 징수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에 공익적 효과가 크다라고 대법원이 판단을 했었다"고 부연했다.
또 KBS 전체 예산에서 수신료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라고 설명하며 "수신료 분리징수를 하게 되면 징수율도 줄어들고 징수비용도 지금보다 약 2배 가까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이어 "공익성 강화 의미에서 1TV는 광고를 안 하고 있으나 분리징수를 강행하면 1TV 광고 등 다른 방안들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행령으로서 고치겠다고 하면 이것이 사실상 상위 법령인 방송법에 어긋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과연 이것이 시행령으로 가능할까 의문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5일 "대통령실이 돈줄을 쥐고 공영방송을 협박하는 날이 올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며 "기어코 공영방송을 장악해 '땡윤뉴스'를 만들려는 작정인가"라고 맹폭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공영방송은 수신료를 재원으로 삼아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TBS는 이미 조례를 통과시켜 지원금을 끊었고, YTN은 민영화를 시도하고 있다. MBC는 방문진 감사로 찍어 누르고 있다. 정권을 향한 불편한 목소리는 조금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겁박"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공영방송을 대통령의 손아귀가 아닌 국민의 품에 돌려놓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