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1주년
불공정거래 근절 강조..."거취 걸겠다는 책임감"
금융권 CEO 간담회, 은행 현장방문 지속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융시장의 안정화와 안정 도모에 우선을 두어야 하겠습니다"
지난 1년간 레고랜드발 사태와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SG발 주가조작 사태 등 굵직한 사건이 금융시장을 흔들었다. 이 원장은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일명 'F4'를 꾸려 원팀으로서 대응해왔다.
이 원장은 늘어난 가계부채와 불안정한 물가로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됐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은행과 증권사의 과도한 이자장사를 비판하고 취약차주 연착륙 지원 대책을 촉구한 것도 금리상승기 서민들의 상환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소홀함이 없어야 합니다"
이 원장은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불공정거래를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지속 천명했다. 최근 금융당국 합동토론회에서 "거취를 걸겠다는 책임감으로 시장교란 세력과 전쟁을 선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조사 역량 강화를 위해 10년 만에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기획조사·자본시장조사·특별조사국에서 조사 1·2·3국 체제로 전환하고 조사인력을 확충할 방침이다. 불법공매도와 사모 전환사채(CB) 관련 기획조사도 지속한다.
이 원장은 유사투자자문회사 등에 의한 투자자 피해 예방을 위해 '유사투자자문업자 등 불법행위 단속반'을 설치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불안심리 고조에 편승해 고수익 등을 미끼로 SNS‧유튜브 등을 통해 투자자를 유인하거나, 불공정거래를 일삼는 등 여전히 폐해가 지속되고 있어 금융질서의 근간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대응인 셈이다.
이와 함께 금감원의 온‧오프라인 시장정보 수집‧분석기능 강화 및 인력 확충, 불공정거래 조사 관련 조직 및 기능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금융위·수사기관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신속한 불공정거래 단속 및 처벌 등을 지시하기도 했다.
또한 금감원은 최근 발생한 SG증권발(發)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해 다단계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 금융위와 공조해 합동 조사를 실시하는 등 자본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금융범죄 대응 강화 방침도 밝혔다. 신용융자와 차액결제거래(CFD) 제도에 대한 손질과 함께다.
특히 이 원장은 "불공정거래와 불법 공매도, 악성 루머 유포행위 등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증권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는 과도한 신용융자 및 차액결제거래(CFD)에 대해서는 투자자 보호절차를 강화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우리 모두 의견을 주고받음에 있어서 주저함을 잠시 내려놓으면 좋겠습니다"
이 원장은 금융기관 및 소비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봤다. 취임 직후 은행장 간담회를 시작으로 금융투자, 보험, 여신전문회사, 저축은행, 상호금융, 금융지주 등 업권별 CEO들을 만났다.
올해 들어서는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현장 방문 행보를 펼쳤다. 은행들은 상생금융 보따리를 내놓으며 화답했다. 금감원은 170만명의 차주가 3300억원 가량의 이자를 감면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해외 감독당국과의 의견 교환과 조율도 이 원장이 취임사에서 중점을 둔 사안이었다. 그는 이달 8~12일 국내 금융회사 CEO의 해외출장에 동행해 'K-금융' 홍보에 동참했다.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감독당국 수장과 만나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MZ세대를 대상으로 직접 강연에 나서기도 했다. 무분별한 금융투자로 인해 미래의 꿈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청년들에게 "부동산, 가상자산 등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좋으나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원장은 참석한 MZ세대들에게 "금융투자는 자산증식의 주요 수단이기도 하지만,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는 원금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투자대상 및 상품을 잘 알고 투자하는 현명한 투자가 기본"이라며 " '묻지마 투자'는 지양하고 금융투자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자신에게 있으므로 투자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아울러 청년들의 개인 신용관리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신용에 문제가 있으면 대출, 카드발급 등이 어렵고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등 금융생활에 불이익이 되므로 사회초년기부터 신용관리는 필수"라고 밝혔다. 금감원장이 FSS아카데미에 직접 강연자로 나선 것도 처음이다.
이밖에 이 원장은 금감원장으로는 처음으로 해외 투자설명회(IR)에 국내 금융지주사 CEO들과 동행해 투자유치를 직접 이끌어내는 파격 행보도 이어갔다. 이 원장은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해외 IR 행사에 동행했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고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유관기관 수장들을 불러 질의하는 기간이라 비난도 쏟아졌다.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은 당시 전체회의에서 "SG발 주가조작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감원장이 해외 IR 참석을 이유로 회의에 나오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직접 참여해 행사 자체에 무게감을 더할 수 있었다"며 "해외 투자자들에게 국내 금융 시장을 이해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호평했다.
반면 이 원장의 거침없는 행보에 '관치금융'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은행의 과도한 예대마진과 성과급 잔치를 꼬집자 시장질서에 개입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금융권 인사에 개입하는 듯한 발언으로 노조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신중한 탓에 이 원장의 발언이 두드러져 '월권'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공매도 전면재개 여부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말을 아끼는 와중에 이 원장이 블룸버그 인터뷰를 통해 '연내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게 화근이었다.
총선출마설도 끊이지 않는 이슈다.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주목받았던 이 원장이 민생이슈에 발벗고 나서자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그는 "금융감독원은 검찰만큼 중요한 조직"이라며 "금감원에 거머리처럼 딱 붙어 끝까지 열심히 일하겠다"고 해명했다.
역대 '최연소·첫 검찰 출신 금감원장'이란 타이틀을 갖고 취임 후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온 이 원장이 우리 금융시장 정상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불공정거래' 등 현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나갈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원장은 최근 주가 폭락 사태 등으로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남은 임기 2년 동안 '불공정거래와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