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Stage 1 뇌피셜
신조어 중에 개인적인 생각을 마치 공식적으로 검증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을 '뇌피셜'이라고 한다면, 이 글은 모두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어 '뇌피셜'이다.
그저 얻는 것이란 없다고 하지만, 자세히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중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사용하거나 소유하기도 한다. 모르고 있을 뿐이다. 마치 숨을 쉬는데 필요한 공기처럼. 자연은 우리에게 아낌없이 내어준다. 골고루.
자연만큼은 아니더라도 세상사에서 그냥 얻는 일이 없지는 않다. 사랑이 그렇고 증여가 그렇다고 한다. 어느 영화에 나오는 대사처럼 '사랑은 대가 없이 주는 것이다.' 노랫말 중에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중에서)라는 가사도 매한가지 느낌이다.
사랑에 법적 정의는 없지만, 증여가 무엇인지는 민법에 나온다. '증여는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554조)
무형의 가치인 사랑과 경제적 값어치가 뒤따르는 증여는 일관된 과정을 거친다. 시작은 대가 없이 주는 데서 출발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결실을 맺는다. 바라는 것 없이 주기도 쉽지 않지만, 상대방이 흔쾌히 받아들이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랑과 경제력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다. 삶의 원동력이자 지주목 같은 존재다.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사랑과 증여가 인생의 활력소가 될 수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를 더욱더 강하게 만든다.
사랑받거나 증여를 받는 사람은 행운아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가 없이 받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사람의 마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사랑과 증여는 건조한 세상에 윤활유이자 단비다. 숨통을 트이게 한다. 오가는 대가가 없다고 하여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절차나 단계도 거친다. 진통도 따른다. 때론 법에 기대기도 한다. 나름의 방식으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위해서라며.
Stage 2 잘못된 만남
세상일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모든 일이 뜻대로 귀결되지도 않는다. 사랑과 증여도 마찬가지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 남녀 –일시적 연인(?)- 사이에 주고받은 돈의 성격을 다룬 사례가 나왔다. 세금과 관련된 소송이다 보니 주변에서 관심을 두는 것이 자연스럽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대략적인 내용이다.
20여년 전에 두 남녀가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연결된 이후 한동안 지속적인 만남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남성의 경제적 지원이 있었고 남녀간의 관계도 이루어졌다. 세무서에서 특별한 직업이 없었던 여성의 주택취득자금과 금융소득에 대한 자금원을 조사하면서 출처가 드러났다.
수억 원의 돈의 성격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과세당국은 한 남성으로부터 받은 돈을 증여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 여성은 증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조건 만남의 대가'로 받은 것이니 무상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세법에서 ''증여'는 그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ㆍ형식ㆍ목적 등과 관계없이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타인에게 무상으로 유형ㆍ무형의 재산 또는 이익을 이전(移轉)하거나 타인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상속세및증여세법 제2조 제6호)하고 있다. 이 사건은 무상으로 받은 것인지 아닌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대가관계가 있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법원의 입장은 이러했다. 조세 소송 전에 두 남녀 사이에 민·형사소송이 있었다. 남성은 여성에게 대여금 반환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하자 사기 혐의로 고소했으나 수사 과정에서 '연인관계로 교제하면서 지원해 준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러한 사실에 근거하여 법원은 여성의 주장이 이유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아낌없이 내어주는 사랑과 증여가 사람을 잘못 만나 뜻하지 않은 고초를 겪은 셈이다.
Stage 3 모순과의 공존
태초에 하나님은 사랑하는 아담과 이브에게 에덴동산에 있는, 선악과를 제외한 모든 열매를 증여(?)하였다. 그러나 아담과 이브는 뱀의 유혹에 벗어나지 못해 죄를 짓고 말았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이 이처럼 정신적으로 유약한 인간을 만들었는지, 선악과가 아닌 선한 과일만 있었다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을. 지상낙원에서 불행이 시작되게 한 것은 또 무슨 까닭인가.
원죄라고 한다. 불교와 힌두교의 카르마(업) 사상 또한 그렇다. 몇몇 인간의 잘못된 행위가 모든 인간에게 원죄와 업보를 가져온 것이다. 또한, 유다의 배신에 의한 하나님의 죽음과 춘다의 버섯으로 열반에 든 부처님은 그들의 제자들로 인해 죽게 될 것을 알았음에도 스스로 희생을 택했다. 이 모든 것이 범인(凡人)의 사고로는 극히 모순이다.
우리는 원죄와 업보로 선악(善惡)이 공존하는 세상에 산다. 사랑과 증여에도 예외 없이 선악이 물들어 있다. 간혹 사랑과 증여가 악성종양처럼 변질되어 내밀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행여 '나에게는 사랑할 힘과 용기도, 증여할 재산과 마음이 없는 것이 차라리 과분한 은혜'라며 자위한 적은 없었던가.
지울 수 없는 죄가 선악과에서 비롯되었다면, 악(惡)의 가지치기나 선(善)의 접붙이기처럼 죄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바르작거리기라도 해야겠다. 원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모순과 함께 공존해야 한다면, 우리의 사랑과 증여가 무탈하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 글쓴이 :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약력] 현)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 현) (사)대한바둑협회 임원(이사), 현)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분과실행위원회 위원, 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중부청 국세심사위원, 법무법인 율촌(조세그룹 팀장), 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총동문회 수석부회장
신조어 중에 개인적인 생각을 마치 공식적으로 검증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을 '뇌피셜'이라고 한다면, 이 글은 모두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어 '뇌피셜'이다.
그저 얻는 것이란 없다고 하지만, 자세히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중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사용하거나 소유하기도 한다. 모르고 있을 뿐이다. 마치 숨을 쉬는데 필요한 공기처럼. 자연은 우리에게 아낌없이 내어준다. 골고루.
자연만큼은 아니더라도 세상사에서 그냥 얻는 일이 없지는 않다. 사랑이 그렇고 증여가 그렇다고 한다. 어느 영화에 나오는 대사처럼 '사랑은 대가 없이 주는 것이다.' 노랫말 중에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중에서)라는 가사도 매한가지 느낌이다.
사랑에 법적 정의는 없지만, 증여가 무엇인지는 민법에 나온다. '증여는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554조)
무형의 가치인 사랑과 경제적 값어치가 뒤따르는 증여는 일관된 과정을 거친다. 시작은 대가 없이 주는 데서 출발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결실을 맺는다. 바라는 것 없이 주기도 쉽지 않지만, 상대방이 흔쾌히 받아들이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랑과 경제력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다. 삶의 원동력이자 지주목 같은 존재다.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사랑과 증여가 인생의 활력소가 될 수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를 더욱더 강하게 만든다.
사랑받거나 증여를 받는 사람은 행운아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가 없이 받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사람의 마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사랑과 증여는 건조한 세상에 윤활유이자 단비다. 숨통을 트이게 한다. 오가는 대가가 없다고 하여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절차나 단계도 거친다. 진통도 따른다. 때론 법에 기대기도 한다. 나름의 방식으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위해서라며.
Stage 2 잘못된 만남
세상일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모든 일이 뜻대로 귀결되지도 않는다. 사랑과 증여도 마찬가지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 남녀 –일시적 연인(?)- 사이에 주고받은 돈의 성격을 다룬 사례가 나왔다. 세금과 관련된 소송이다 보니 주변에서 관심을 두는 것이 자연스럽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대략적인 내용이다.
20여년 전에 두 남녀가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연결된 이후 한동안 지속적인 만남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남성의 경제적 지원이 있었고 남녀간의 관계도 이루어졌다. 세무서에서 특별한 직업이 없었던 여성의 주택취득자금과 금융소득에 대한 자금원을 조사하면서 출처가 드러났다.
수억 원의 돈의 성격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과세당국은 한 남성으로부터 받은 돈을 증여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 여성은 증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조건 만남의 대가'로 받은 것이니 무상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세법에서 ''증여'는 그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ㆍ형식ㆍ목적 등과 관계없이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타인에게 무상으로 유형ㆍ무형의 재산 또는 이익을 이전(移轉)하거나 타인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상속세및증여세법 제2조 제6호)하고 있다. 이 사건은 무상으로 받은 것인지 아닌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대가관계가 있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법원의 입장은 이러했다. 조세 소송 전에 두 남녀 사이에 민·형사소송이 있었다. 남성은 여성에게 대여금 반환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하자 사기 혐의로 고소했으나 수사 과정에서 '연인관계로 교제하면서 지원해 준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러한 사실에 근거하여 법원은 여성의 주장이 이유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아낌없이 내어주는 사랑과 증여가 사람을 잘못 만나 뜻하지 않은 고초를 겪은 셈이다.
Stage 3 모순과의 공존
태초에 하나님은 사랑하는 아담과 이브에게 에덴동산에 있는, 선악과를 제외한 모든 열매를 증여(?)하였다. 그러나 아담과 이브는 뱀의 유혹에 벗어나지 못해 죄를 짓고 말았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이 이처럼 정신적으로 유약한 인간을 만들었는지, 선악과가 아닌 선한 과일만 있었다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을. 지상낙원에서 불행이 시작되게 한 것은 또 무슨 까닭인가.
원죄라고 한다. 불교와 힌두교의 카르마(업) 사상 또한 그렇다. 몇몇 인간의 잘못된 행위가 모든 인간에게 원죄와 업보를 가져온 것이다. 또한, 유다의 배신에 의한 하나님의 죽음과 춘다의 버섯으로 열반에 든 부처님은 그들의 제자들로 인해 죽게 될 것을 알았음에도 스스로 희생을 택했다. 이 모든 것이 범인(凡人)의 사고로는 극히 모순이다.
우리는 원죄와 업보로 선악(善惡)이 공존하는 세상에 산다. 사랑과 증여에도 예외 없이 선악이 물들어 있다. 간혹 사랑과 증여가 악성종양처럼 변질되어 내밀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행여 '나에게는 사랑할 힘과 용기도, 증여할 재산과 마음이 없는 것이 차라리 과분한 은혜'라며 자위한 적은 없었던가.
지울 수 없는 죄가 선악과에서 비롯되었다면, 악(惡)의 가지치기나 선(善)의 접붙이기처럼 죄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바르작거리기라도 해야겠다. 원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모순과 함께 공존해야 한다면, 우리의 사랑과 증여가 무탈하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 글쓴이 :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약력] 현)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 현) (사)대한바둑협회 임원(이사), 현)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분과실행위원회 위원, 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중부청 국세심사위원, 법무법인 율촌(조세그룹 팀장), 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총동문회 수석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