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평행선 대치..."간호사 이직률 44%" vs "간호 직역 기득권 확보"

박형욱 "간호법에 행정처분·형사처벌 규정 없어 국민 안전 위해"

장숙랑 "숙련된 간호사 부족으로 팬데믹같은 쓰나미 또 올 것"

이재명 "대통령 공약 대신 입법화했는데 발목잡기로 일관"

김대기 "간호사의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이 대통령의 공약"

간호법은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의 업무범위와 처우개선 등의 사항을 규정한 법률이다. 기존엔 의료법 체계 안에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에 대한 내용까지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현행 의료법은 간호사가 지역사회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간호행위에 포함하지 않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간호사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간호법이 제안됐다.

◇ 의료계 직역단체 간 갈등 심화

간호법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 2월 민주당이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갈등의 핵심은 '지역사회·단독개원' 조항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역사회 조항이 단독개원의 근거가 될 것이라며 문제삼고 있다. 이들은 의사의 지도 없이 간호사 단독 의료행위로 인해 국민건강과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의협을 비롯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지난 16일 "간호법은 별도 독립법 제정의 실익이 미미할 뿐만 아니라 의료법과 상충되는 '지역사회'와 같은 내용은 국민의 건강 보호나 간호사 처우 개선과는 무관하게 '간호 직역의 기득권을 확보하려는 것'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박형욱 대한의학회 법제이사는 대한의학회 e-뉴스레터 149호에서 "정부가 간호법에서 '지역사회'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으로 바꾸자는 중재안을 제안하자 대한간호협회는 이를 거부했다"면서 "간호법의 목표가 정말 간호사 처우 개선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간호법에는 의료법과 달리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 규정이 전혀 없다. 의료법에서 간호사의 의무를 간호법으로 옮겼지만 위반하였을 경우 간호법으로는 제재할 수 없고, 의료법으로도 제재를 할 수 없다"며 "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해가 된다"고 짚었다.
 
장숙랑 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 교수는 지난해 5월 6일 YTN 포스트잇을 통해 "간호법은 간호사를 위한 법이 절대 아니다. 우리 사회의 돌봄에 대한 노동 가치를 바로 세우자는 의미를 담은 법"이라고 밝혔다.

장 교수는 간호 인력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방안으로 '간호법 제정'을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 초기에 호흡기 중증 환자를 돌볼 숙련된 간호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 이유를 보니 간호사들이 1년, 2년만 하면 다 그만둬서 숙련될 시간이 없다"며 "1년에 간호사의 이직률이 44%다. 이렇게 이직률이 높은 직종은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간호법 제정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 장 교수는 "간호사 면허만 가지고 단독 개원을 할 것이 우려된다고 하는데, 사실 지금도 간호사는 장기요양센터 개업을 할 수 있다"며 "사회가 많이 변해서 간호의 역할이 굉장히 다각화되고 다양화됐다. 우리나라처럼 간호에 관련된 법 조항이 이렇게 없는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누가 돌보고, 누가 돌봄을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지 않으면 앞으로 팬데믹 저리 가라는 쓰나미가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 국회로 돌아온 간호법...여야 '강 대 강 대치'

한편 여야 역시 간호법 제정안을 놓고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간호법 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이 지난 16일 재의요구안을 재가해 다시 국회로 돌아가게 됐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대선 공약 파기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명 대표는 2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이 대통령의 공약을 대신 입법화하면 환영해야 할 텐데 환영은커녕 발목잡기로 일관한다"며 "국민과의 약속을 당연히 지켜야 하는데 헌신짝처럼 내던져서야 되겠나"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