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알리바이 조작 가능성" vs "위험 감수할 필요도 이유도 없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보석 석방을 전후해 증거 조작이 의심된다는 검찰 주장이 나왔다.

반면 김용 측 변호인은 "증거를 조작, 위조한 가능성을 언급하는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증거를 조작할 수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김 전 부원장 속행 공판에서 "김씨 보석을 전후로 허위 증언이나 증거 조작이 의심되는 사정이 발생했다"며 "필요적 보석 예외 사유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허위 진술과 조작된 증거로 형사재판을 오염시키는 것은 방어권의 한계를 현저히 일탈한 행위로서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2021년 5월3일 김 전 부원장이 처음으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김 전 부원장 측은 검찰이 지목한 날 다른 사람을 만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이달 4일 이모 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2021년 5월3일 오후 3∼4시경 김 전 부원장을 수원컨벤션센터 내 집무실에서 만나 업무를 협의했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이를 입증하는 증거로 김씨와의 약속을 메모한 자신의 옛 휴대전화 캘린더 사진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검찰의 공소사실이 크게 흔들리는 탓에 재판부는 해당 휴대전화를 포렌식 하겠다며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씨는 이를 제출하지 않았고 이후 재판에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직권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 검찰이 집행했으나 이 휴대전화를 찾지 못했다.

검찰은 "주거지, 차량을 수색했으나 영장에 기재된 갤럭시 휴대폰은 발견되지 않았다. 5월4일 법정 증언 이후에 집에 있던 갤럭시 휴대폰이 갑자기 없어졌다고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갤럭시 휴대폰에 저장된 캘린더는 김 전 부원장의 알리바이 주장과 이씨의 증언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핵심 증거였다"며 "김 전 부원장이 5월3일 자신의 차를 타고 이씨의 사무실이 있는 수원컨벤션센터를 방문했다고 진술했으나, 재판부의 사실 조회 결과, 같은 날 김 전 부원장의 차량은 수원컨벤션센터에 출입한 내역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전 부원장이 2021년 5월3일 수원컨벤션센터에 방문했다는 이씨의 증언과 이씨의 휴대폰 캘린더는 김 전 부원장의 알리바이를 위해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재판에서 김 전 부원장 측은 "아직까지 검찰이 첫 번째 자금 전달 일자 관련해 공소장 확정을 안 하고 있다. 5월3일 날짜를 특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증거를 조작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증거를 조작, 위조한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얘기하는데, 3일이라고 특정도 안 했는데 그날을 위해서 우리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증거를 조작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거듭 반박했다.
 

"유동규 진술 번복으로 신빙성 없어" vs "실체 못 숨긴다 판단"

김 전 부원장 측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 관한 유동규의 진술이 변경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도 유동규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진술을 번복한 이유로 "검찰의 전면적인 재수사 과정에서 실제 진실에 상당 부분이 규명됐다는 점을 확인하고, 더 이상 실체를 숨길 수 없다는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사실을 진술하기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은 수사 초기부터 2022년 하반기 수사팀 재편이 된 9월경까지 대장동 핵심 내용을 부인했고, 윗선의 관여 여부에 대해서는 철저히 은폐했다"고 짚었다.

이어 "수사팀 재편 이후 검찰 추가 수사를 통해 유 전 본부장은 공단 기획본부장 임명 과정, 비밀리 설치했던 기술지원TF 등 대장동 사업 이전 사실관계까지도 규명됐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관련 사실들을 순차적으로 진술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당시 민간업자들의 2014년도 이재명 성남시장 재선 자금 지원 등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무렵, 검찰의 수사 단서가 전혀 없었던 이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먼저 실토하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유 전 본부장의 이런 진술 변경은, 이재명 대표 측에서 본인을 위해 소개해 준 것으로 알고 있던 변호인의 불성실한 변론 의지와 동태를 살피는 것으로 보이는 태도에 크게 실망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반면 김 전 부원장 측은 유 전 본부장이 남욱 변호사로부터 돈을 받고는 가로채는 '배달 사고'를 냈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유동규가 8억4700만원을 받았던 건 맞기 때문에 본인이 중간에 써버린 것에 대해서 어떻게 해명할지에 대해 궁리했을 것"이라며 "김용에게 줬다는 날짜도 특정하지 못하고 얘기를 꾸며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유동규의 마음을 바뀌게 된 계기가 허황 된다"며 "변호인이 마음에 안 들 수는 있으나 갑자기 마음을 바꿔서 실체를 밝히게 된다는 것은 전혀 납득이 안 가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남욱 "버틸 일인가" vs 김만배 "넌 너의 길 가라"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남욱 변호사도 유 전 본부장이 태도를 바꿀 무렵 검찰이 대장동 사업의 전모를 파악했다고 판단해 자신도 입장을 변경해 진실을 말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지난해 8월 검찰이 자신과 김만배 씨의 구치소 수용 거실을 압수수색할 때 김만배 씨가 관련 서류를 미리 치웠다고 증언했다.

남 변호사는 "압수수색 전에 수용 거실에 있는 서류를 치웠냐고 저한테 물어봐서 저는 치운 적이 없다, 그거 왜 안 치웠냐라고 얘기하신 적이 있다"며 "김만배 씨는 압수수색 이후 열린 재판에서 만났을 때 수용 거실에 있는 서류를 구치소 도우미를 통해 폐기하라 해서 서류를 치웠다고 말했다"고 했다.

또 "(당시) 조사를 받거나 재판정에서 이동하는 과정에서 있는 그대로를 말해서 빨리 마무리되게끔 했으면 좋겠다, 동생들 좀 살려야 하지 않겠냐고 김만배 피고인에게 말했다. 굳이 이렇게까지 버틸 일인가 싶어서 제 의견을 말했던 것"이라며 "그는 본인은 할 이야기가 없다, '너는 너의 길을 가라'고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