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물가 2%대 수렴 때까지 금리 인하 논의는 성급"

이창용 "IT, 반도체 경기 회복 더뎌…중국 경제, 회복 속도 생각보다 느려"

“선진국 평균 경제성장률 1.3%…너무 비관적으로 파국이다 생각할 필요 없어”

“환율 결정하는 것은 금리 격차라는 프레임워크에서 벗어났으면”

“금융기관, 취약계층 타겟해서 재정당국과 지원방안 논의하겠다”

“재정, 통화정책은 단기적으로 경제 안정화시키는 것”

이창용 한은 총재는 25일 물가가 확실하게 2%대 목표수준으로 수렴한다는 증거가 나올 때 까지는 금리 인하 시기를 언급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시기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한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1월, 4월에 이어 세 번 연속 동결이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현재의 긴축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이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일치였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통화정책 운용과 관련해서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안정되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근원인플레이션 둔화속도 등과 관련한 전망의 불확실성도 여전한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긴축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미 연준의 통화정책, IT경기의 반등 시기, 중국 경제의 회복의 파급 영향 정도, 국내외 금융안정 상황 등 여러 불확실성 요인들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정교하게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국내 금융안정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금리를 조급하게 내릴 경우에 금융불안정을 촉발할 위험은 없는지 그런 면들을 검토한 후에 금리인하를 생각한다"면서 "결론적으로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물가가 확실하게 2%대 목표수준으로 수렴한다는 증거가 나올 때 까지는 인하 시기를 언급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시장의 연내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는 과도하다고 이미 말씀드린 바 있다"면서 "금통위원들도 같은 의견"이라고 인하 시기 언급이 성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서 "금통위원 6명 모두 최종금리를 3.75%로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했다"며 "먼저 소비자물가가 예상처럼 둔화되고는 있으나 근원물가 둔화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기 때문에 근원물가 속도를 점검할 필요가 있고 미 연준의 금리인상, 동결 여부가 국내 외환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성장률을 1.4%로 하향 조정한 이유로는 그는 "IT, 반도체 경기가 생각한 것보다 회복이 조금 연기됐다. 중국경제가 회복되는 속도도 생각보다 느렸다"며 "중국 경제가 내수 중심으로 가다 보니 주변국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전파 속도가 느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IT와 반도체 전망과 중국경제는 서로 연관되는 면도 많다. IT섹터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성장은 1.4%가 아니라 1.8%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는 지금 갖고 있는 정보 하에서는 상저하고 패턴이 유지되고 있고 1분기 정도 연기되는 면은 있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성장률이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1.4% 정도의 성장률이 비관적인 전망이고 경제가 파국된 거라는 용어로 여러차례 보도되고 있는데 조금 과도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전 세계 선진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1.3% 정도다. 물론 안이하고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리만 너무 비관적으로 파국이다 이런 생각을 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미 금리 격차가 1.75%로 벌어지면 역사적으로 1.50%를 넘어가니까 환율이 절하될 거란 우려가 많았다"며 "경험적으로 이자율 격차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를 줌으로써 환율이 지난 몇 주간은 오히려 내려갔다. 그래서 꼭 금리 격차를 기계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고 주변의 다른 요인도 많이 봐야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위 얘기하는 이자율평형이라는 이론도 그런 것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금리 격차만 보는 것은 경험에도 맞지 않고 이론에도 맞지 않다"면서 "이자율 격차를 물론 하나의 위험 요인을 보지만 너무 집착을 안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금리조정, 정부 정책 등으로 부동산 시장 연착륙 가능성 훨씬 커져"

이 총재는 부동산 PF 불안, 전세 이슈 등 금융안정과 관련해 "전세문제는 낮은 이자율과 여러 가지 제도의 잘잘못을 떠나 집값이 굉장히 올라간 상황에서 버블이 있는데 금리를 빨리 올리다 보니 생긴 원치않은 부작용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위험 상황을 전체적으로 판단해 보면 부동산PF도 관련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리조정, 정부의 여러 정책으로 부동산시장의 연착륙 가능성은 훨씬 커졌다"며 "오히려 너무 연착륙을 빨리하다 보면 다시 가계부채가 늘어날 것을 걱정할 정도까지다. 금융위기라든지 경착륙 가능성은 없더라도 소수의 금융기관, 소수의 취약계층이 이런 문제가 생겨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전체적으로 파급되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대응을 계속해 나가는 그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연체율은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내년 초 정도까지는 계속해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과거 연체율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고 현재 금융기관의 손실흡수 가능성, 대손충당금, 자본비율 등을 고려할 때 큰 위기가 올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소수의 기관,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타겟해서 어떻게 지원할까를 재정당국과 함께 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장기 저성장구조 벗어나려면 빨리 대응해야... 노동·연금·교육 구조개혁 절실"

장기적으로 저성장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과 대응방안에 대해서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이미 장기 저성장구조로 와있다고 생각한다"며 "저출산과 고령화가 워낙 심하다. 이 큰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실을 보고 빨리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낮은 성장률 때문에 청년 실업, 비정규직 문제 등이 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데 5년, 10년 내 노후 빈곤 문제가 굉장히 큰 사회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 연금, 교육을 통해서 구조개혁이 정말 필요한데 개혁을 해야된다는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이해당사자 간의 사회적 타협이 너무 어려워 진척이 안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한은 총재가 통화정책에는 관심없다고 할 것 같지만 구조적으로 어려운 것을 해결 못 하니까 결국은 재정으로 돈을 풀어 해결해라, 금리를 낮춰서 해결해라, 이렇게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으로 부담이 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재정, 통화정책은 단기적으로 경제를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구조개혁을 위해서는 이해당사자와 사회적 타협이 안 되는 것을 어떻게 타협해 나갈지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거기서 해결 못하는 문제를 재정당국과 통화정책을 통해 단기정책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