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여야대립 쟁점은?

與 김형동 “사용자 범위 아니라 교섭 방식 넓히는 방식으로 입법되어야”

野 이은주 “노동3권 강조, 무권리 상태 노동자에 대한 교섭권 주장”

경제6단체 “기업·경제 무너져” VS 민주노총 “노동 기본권 보장”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사측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노란봉투법' 개정안은 '사용자'의 개념을 확장해 원청과 하청 근로자 사이에도 법적인 노사관계가 성립하도록 하고, 노조의 합법적인 파업 범위를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 與 김형동 "사용자 범위 아니라 교섭 방식 넓히는 방식으로 입법되어야"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내용상 절차는 차치하고라도 노사의 교섭권이 소수 노조나 하청 노조의 교섭권을 보장하느냐"며 "또 사용자 재산권이 파업권 쟁의권과의 균형에 대한 쟁점 둘 다 보호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조합 위원장을 예시로 들며 "이른바 케이지 안에서 옥쇄파업을 하지 않았냐"며 "사용자 범위를 넓히는 노란봉투법이 개정돼도 하청 조합원들이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교섭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사용자 범위에 있어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를 가지고 있어야 하므로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교섭을 하기가 더 어려워지지 않았나"라고 판단했다.

그는 "사용자 범위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교섭의 방식을 조금 더 넓혀주는 방식으로 입법이 됐어야 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입장을 바꿔서 민사집행법에서 가압류의 범위를 줄여주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제도를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체법에 있어서 손해 본 청구금액을 제한하는 법은 어느 자본주의 사회법에도 있기 어렵다"며 "그런 것이 조화롭게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위헌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야당에서 '기업들이 노조 파업 후 무분별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악용을 막는 취지'라는 주장에 김 의원은 "집행단계의 문제지 실체법에서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도시 노동자를 상대로 어떤 채권자가 집행하게 되면 생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생활비는 제외하고 그 부분은 압류에서 제외된다"며 "집행의 단계 문제지 권리를 제한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김형동 의원은 "상임위가 원활하게 처리하지 못해 여야 양당의 지도부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회의에 간다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나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마지막으로 대통령 거부권에 대한 재의 요청까지도 건의 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형동 의원은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 직회부에 의결되자 퇴장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 단독 투표로 재적 10명 의원 전원 동의로 의결된 바 있다.

김 의원은 퇴장 이유로 거대 야당의 강행을 언급하며 "의사일정을 변경하면서까지 강행했지 않았냐"며 "직회부에 관한 의사 일정 변경은 예외가 돼야 되는 것이지 마치 어제 직회부가 원칙인 것처럼 의사 진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 이은주 "헌법의 '노동3권' 강조하며 무권리 상태의 노동자들에 대한 교섭권 주장"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 일환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노란봉투법'의 통과를 강력히 주장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2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하청기업이나 외주업체에 다니는 노동자들이 노동 조건을 개선하려면 실질적으로 결정권자인 원청기업과 교섭할 수밖에 없다"며 "그래야 대기업과 중소기업, 또 원청과 하청 간 격차도 해소되고 이중구조가 극복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야당의 강행 처리에 대한 주장에 이은주 의원은 "법사위로 노란봉투법 보낸 지 90일이 이미 경과된 시점으로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환노위 법안을 그냥 방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사위가 월권하는 걸 대비해서 국회법 86조에 직회부에 대한 방지 조항을 여야 합의로 만든 것"이라며 본회의 직회부 결정에 대한 원칙과 절차를 강조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60일 이상 계류된 법안은 상임위원회 재적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본회의 부의를 요청할 수 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이 '파업 만능주의로 귀착될 것'이라며 '노란봉투법'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 이은주 의원은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 예시를 들며 "법원은 현재 하청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도 실질적인 교섭권이 없어서 결국은 무권리 상태에 있는 것으로 판결했다"고 전했다.

이어 "쟁의권 또한 실질적으로 없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는 무권리 상태의 노동자들,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수백 명이다. 헌법의 노동3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단체교섭도 하지 못하고 격차 해소가 가능하다? 전혀 불가능한 말씀"이라며 "거부권 행사하지 않도록 정의당은 끝까지 대화하고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여당 일각에서 '노란봉투법'이 '김남국 코인 의혹에 대한 국면전환용'이고 '야당의 검은 입법 거래'라는 비난에 대해 이은주 의원은 "엉뚱한데 화풀이 한다"며 "가상자산 공직자 재산 신고 추가 법안을 정의당이 제일 먼저 발의했고, 적당히 덮어둘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 경제6단체 "기업·경제 무너져" VS 민주노총 "노동 기본권 보장"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24일 공동성명을 통해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법체계 근간이 흔들리고 기업과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며 노동조합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 중단을 주장했다.

경제 6단체는 "노란봉투법은 추상적으로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어,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수백만 하청노동자의 노동 기본권을 보장할 첫 법률개정안이 본회의에 올라가게 됐다"며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던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노동권을 보호받고, 정부와 여당이 그토록 주장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다소나마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야당이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