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 상임이사 “국가, 국민 기본권 보장해줘야 할 의무”
“국회에서 논의되는 전세사기 문제…소유권 중심의 접근 방식”
◆…21일 오전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전세사기ㆍ깡통전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펼치고 있는 농성장.[사진=연합뉴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여야 합의로 지난 22일 법안소위원회를 통과한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안을 24일 처리할 예정인 가운데, 이 법안이 '주거권'이라는 기본적인 인권이 침해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래군 4.16재단 상임이사는 23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주거가 권리다, 인권이다는 관점이 빠져있는 것"이라며 "우리 헌법에도 그런 증거를 유추해낼 수 있는 조항들은 굉장히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헌법 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34조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를 언급하며 "35조 쾌적한 환경에서 거주 생활할 권리가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가입하고 있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를 주장했다.
이어 "사회권규약인 11조에 보면 모든 사람이 적당한 식량 의복 및 주택을 포함하여 자기 자신과 가정을 위한 적당한 생활 수준을 누릴 권리를 갖고 있고 생활조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권리를 갖는다"며 "국가는 그걸 보장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상임이사는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주거 문제를 부동산, 주택시장의 문제로 접근해 주거권이 인권이라고 그러면 굉장히 낯설어 한다"며 "국회에서 논의되는 전세사기 문제 접근 방식도 이처럼 소유권 중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유권 중심의 인권체계가 많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우리는 소유권 중심의 사고와 법체계의 제도를 갖고 있고 그게 너무 당연한 것처럼 알고 있다"며 "인권의 관점에서 보면 이건 틀린 얘기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주거권과 관련해서 세입자를 보호하는 법(주택임대차보호법)이 인권으로서 어떤 경우에도 보장이 돼야 하는데,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시행되면 (권리가) 중지된다"며 집주인(소유권) 중심의 권리보장 법체계를 지적했다.
한편, 지난 23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가 마련한 특별법 합의안이 입주 전 사기 피해자, 다가구 피해자 제외 등 사각지대가 남아있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최우선변제금을 회수 받지 못하거나 지원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은 기존 전세대출에 추가 전세대출까지 수억 대 빚더미에 앉게 된다"고 주장했다.
특별법에는 전세 피해 보증금 회수방안과 관련해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현시점의 최우선변제금(세입자가 살던 집이 경·공매로 넘어갔을 때 은행 등 선순위 권리자보다 앞서 배당받을 수 있는 금액)을 최장 10년간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내용이 담겼다.
특별법 적용 보증금 범위는 4억 5천만 원에서 최대 5억 원으로 확대됐다. 또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경·공매를 대행해주는 '경·공매 원스톱 대행 서비스'도 특별법에 포함됐다. 정부는 경·공매 비용의 70%를 부담한다.
이 외에도 특별법에는 전세 사기 피해자에 우선매수권 부여, LH 공공임대 활용 등의 내용도 담겼다. 법안은 24일 국토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