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특별법 합의해도…野 "인색한 특별법, 입법 보완 해야"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 소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지원 대책 결과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고, 정의당은 핵심 대책인 최우선 변제금 지원 방안이 결국 수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진보당은 피해자 범위를 한정하는 '피해자 배제법'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여당과 정말 힘든 협상을 했다.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결과에 아쉬움이 있다"며 "피해자 범위도 매우 좁았다. 피해자 범위를 현실 피해대상자까지 최대한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씀드린다"고 종합 평가했다.

민주당 전세사기대책특별위원장인 맹성규 의원은 "5억원 이상의 전세사기 피해자, 계약이 유효하지 않은 입주 전 사기피해자는 피해자로 특정 받지 못했다"며 대신 "이분들도 대통령령에 따라 긴급 주거 지원, 대출, 법률 상담 등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맹 위원장은 "정부가 제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임대나 우선매수권 외에 제3의 방식으로 저희 당에서는 채권 매입을 통한 선 보상 후 구상이라는 원칙을 주장했다. 정부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최우선변제금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고, 그나마도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후 정부는 제3의 안으로 최우선 변제금에 상응하는 무이자 대출을 해주겠다는 것, 그리고 그 이상 2억4000만원까지는 1~2%의 저리대출을 10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해주는 안을 가져왔다. 그래서 크게 피해자 대상 범위 확대하고, 피해자 구제 중 제3의 안으로 그 안을 저희가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출받는 건 부담, 최우선변제금, 제대로 수용 안돼"

정의당 전세사기·깡통전세 대책 특별위원장인 심상정 의원은 전세사기대책 특별법 합의안 도출에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다만 문제는 가장 중요한 핵심대책인 최우선변제금 지원 방안이 제대로 수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와 정의당이 가장 주력한 것은 피해자 중에서도 가장 절박한 분들,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대출 상환 압박까지 받고 계신 분들을 위한 대책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심 의원은 "저와 정의당이 수정안으로 제시한 것이, 각 피해유형별로 적용될 수 있도록 우선매수권, LH 매입, 조세안분, 경공매 대행, 전세대출 채무조정 및 신용회복, 최우선변제 확대라는 여섯 가지 안을 제안했었다"며 "처음에는 무조건 반대하던 정부도 결국 6가지 제안을 하나하나씩, 또 우회적인 방식으로 모두 수용했다"고 짚었다.

이어 "저희가 이분들을 위해서 제시한 것이 두 가지로, 하나는 전세대출로 인한 채무조정과 신용회복, 또 하나는 최우선 변제금 지원이었다"며 "채무조정 및 신용회복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다른 대안을 마련해 왔다. 보증기간이 은행에 대위변제를 먼저 해 주고, 피해자는 20년 동안 분할 상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년 동안 피해자는 신용등급에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라며 "저희가 제안한 안보다는 매우 부족하지만 그래도 정부가 성의껏 가져왔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우선변제금 지원에 대해서는 "정부는 무이자 대출을 제시했다. 이미 대출로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분들인데, 다시 대출을 받으라는 정부의 대안을 피해자들로서는 수용하기가 매우 힘드실 것이다. 피해자들의 요구에는 매우 미흡하고 절박한 피해자들의 손을 끝내 정부가 잡아주지 않은 인색한 특별법"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몇 가지 소위에서 보완된 부분은 무이자 대출 규모 관련 근저당 시점이 아니라 현재 시점으로 최우선 변제금을 적용하도록 한 것, 더불어 전세사기를 긴급복지지원 대상으로 포함하고 복지 지원 대상 기준을 완화해 생계비와 의료주거비 등을 추가로 지원하겠다는 안을 가져온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평했다.

심 의원은 "피해자 확대와 관련해 이중계약과 신탁사기 등은 수용되었지만 입주전 사기는 포함되지 못했다. 또 보증금 5억원 이상인 분들도 포함되지 못했다"며 "대신 이분들이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대출 및 법률 지원 등은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조치됐다"고 설명했다.

심 의원은 "또 법의 유효기간을 2년보다 늘려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이 있었으나, 이는 6개월마다 국토부 장관이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법안 적용 실태를 보고하여 위원회에서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법안의 부대의견으로 포함하기는 것을 합의했다"고 부연했다.

또한 심 의원은 "특별법 논의에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린 가장 큰 원인은 정부 여당과 야당 사이의 인식 차이가 컸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전세사기가 정책 실패이고,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문제해결의 핵심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고 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이에 더해 "전세 사기와 깡통 전세는 정부 정책 실패로 비롯된 결과이고, 그로 인한 광범위한 전세 사기, 깡통 전세는 사회적 재난"이라며 "역대 정부의 대출과 보증, 임대사업자에 대한 특혜는 무자본 갭 투자를 확산했고, 무자본 갭 투기를 확산했고, 임대차 시장을 사기꾼들의 놀이터로 만들어 주었다"고 거듭 정부 정책 실패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특별법을 이후 계속 수정 보완하고 깡통 전세 예방 및 근절 대책을 체계적으로 마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배제법'인가, 피해자들 온전히 구제 못해"

진보당도 "이번 특별법은 제대로 된 해법인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포함하지 않아 피해자들을 온전히 구제하지 못하는 법안으로 반드시 수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진보당 대변인실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특별법은 첫째로 피해자 범위를 한정하는 '피해자 배제법'"이라며 "이번 합의안은 △입주 전 사기 △수사 개시가 어려운 피해자 △보증금 5억 초과 세입자 등을 여전히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둘째로 최우선변제금에 대해 무이자 대출을 하겠다는 방안이 담겨 있으나 이는 피해자가 빚을 더 지라는 방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선별하고,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겨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전세사기·깡통전세는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사회적 재난'이며, 재난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는 방안이 정확한 해법이다. 추가 대출이 아니라 '선구제 후회수' 방안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국토위는 이날 오전 국토법안소위를 열어 여야 합의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전세 피해 보증금 채권 매입 등 피해 구제 방안을 두고 지난 네 차례 소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으나 이번 다섯번째에 여야 합의에 도달했다.

전세 피해 보증금 회수 방안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현시점의 최우선변제금을 최장 10년간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내용이 담겼다. 최우선변제 범위를 초과하는 구간에 대해서는 2억4천만 원까지 1.2~2.1%의 저리 대출을 지원한다.

야당은 최초 임대차 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최우선변제권을 소급 적용해줄 것을 요구해왔지만, 정부는 이를 받지 않는 대신 이 같은 절충안을 제시했다.

특별법은 대상 요건도 완화해 이중계약과 신탁 사기 등에 따른 피해도 적용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무자본 갭투기'로 인한 깡통전세 피해자, 근린생활시설 전세 사기 피해자도 지원 대상이 된다. 특별법 적용 보증금 기준도 4억5천만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경·공매를 대행해주는 '경·공매 원스톱 대행 서비스'도 특별법에 포함됐다.

전세 사기 피해자가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환의무 준수를 전제로 20년간 연체정보 등록·연체금 부과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또 최장 20년간 전세대출 무이자 분할 상환도 허용한다. 이 밖에도 △ 조세 채권 안분 △ 전세 사기 피해자에 우선매수권 부여 △ LH 공공임대 활용 등의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