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폭 참상과 ‘핵무기 없는 세계’를 호소하기 위해 시찰 기획
일부 보수언론 "바이든 대통령, 원폭 투하에 대해 일본에 사과"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히로시마 평화공원 원폭기념자료관을 둘러보고 평화공원 내 원폭 사망자 위령비에 헌화했다. 사진=로이터통신
일본의 일부 보수언론들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원폭 투하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G7 정상회의 첫날인 지난 19일 바이든 대통령 등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히로시마 평화공원 원폭기념자료관을 둘러보고 평화공원 내 원폭 사망자 위령비에 헌화했다.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은 1945년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로 희생된 히로시마 시민들의 넋을 위로하는 곳으로 평화기념자료관에는 피폭 당시의 참상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히로시마 출신인 기시다 총리는 G7 정상들의 방문을 통해 피폭 참상을 알리고 '핵무기 없는 세계'를 호소한다는 의미에서 이번 시찰을 기획했다. 그는 1일주일 전 직접 사전 답사까지 나서는 등 면밀하게 준비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한 각국 정상들은 기시다 일본 총리를 따라 원자폭탄의 참상이 전시된 원폭자료관을 40분 정도 참관했다. 하지만 일본이 기대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사과는 없었다.
앞서 백악관은 이번 방문을 앞두고 미군이 원폭 투하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7일 기내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평화공원 방문 시 그 어떤 성명도 내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일본의 일부 보수언론들은 자국이 2차대전 피해국임을 강조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히로시마의 한 방송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원폭 투하에 대해 일본에 사과해야 한다"는 원로 정치인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제대로 보기에는 너무 짧게 머물러 실망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핵 없는 세상'을 위해 기시다 총리가 '피폭의 실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 미국 정부가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2차대전 당시 히로시마 원폭의 실상을 공식 석상에서 거론할 경우 자칫 '미국이 가해자, 일본이 피해자'라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의 이목이 히로시마에 집중된 상황에서 일본이 가해자 이미지를 벗고 자신들도 원폭의 피해자였다는 점을 부각시킨 기시다 총리의 기획은 성공한 모양새다. 강제동원이나 위안부 문제 등 일본이 저질렀던 만행의 역사를 부정한 외교와는 대조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