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협회 "채혈·대리처방 등 거부…업무개시명령? 준법투쟁 해당 안 돼"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반발해 간호사들이 간호사 업무 외 의료행위를 하지 않는 '준법투쟁' 돌입을 선언한 가운데, 간호협회 측은 18일 "정부가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는 것은 불법인 경우"라며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탁영란 대한간호협회 제1부회장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의사들이 말하는 환자들의 진료 거부를 하는 불법파업은 업무개시가 가능하겠지만 간호사의 경우 준법투쟁으로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간호사의 업무만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의사 지시 거부 선언으로 PA(진료보조·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들이 활동을 중단하면 수술·진료·검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료계에 따르면 약 1만명에 달하는 PA간호사는 병원에서 수술이나 시술을 보조하거나 의사 명의로 대리 처방 등을 하고 있다.

탁 부회장은 "의사의 불법 업무지시는 PA간호사뿐만 아니라 현재 모든 간호사에게 해당되는 내용"이라며 "우리나라 간호사들은 누구나 지금 행했던 일들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고용주인 의사의 지시를 소위 말하면 피고용주인 간호사가 실제적으로 거부하기가 어렵다. 부당한 업무지시는 오늘도 많은 병원에서 행해지고 있는 일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 업무지시에는 대리처방, 대리수술, 대리기록, 검진채혈, 동맥혈채혈, 항암제 조제, L-튜브 및 T-튜브교환, 기관 삽관, 봉합, 수술 수가 입력 등 무수하게 많다"고 강조했다.

본격적인 준법투쟁 일정과 관련해선 "준법투쟁 관련된 가이드라인과 여러 가지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은 내일 총궐기대회 과정에서 선포되고 그 다음에 현장에서 실시되는 건 아마 다음 주 월요일쯤으로 본다"고 밝혔다.

간호협회는 오는 19일 광화문에서 간호법 거부권 규탄 대회를 여는 등 연차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3만~4만명 규모로 이미 집회신고를 마쳤다.

PA간호사들이 간호 부서가 아닌 진료 부서에 속해 단체행동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선 "일부 맞다. 하지만 진료부 소속이라도 그들의 면허는 간호사다. 간호사로서의 불법행위는 어떤 법적으로도 보호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도 본인의 권리와, 면허 범위 내에서의 업무를 균형하기 위해서는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간호사 면허증 반납 운동 전개에 대해서도 "의견조사를 했을 때 단체행동으로 면허반납운동에 대해 64.1%가 의견을 줬다"며 "이를 통해 저희들의 의지를 좀 더 정부와 국민들에 알리는 것에 좀 더 목적을 두고 있다"고 답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간호사 처우개선' 방침을 제시한 데 대해 "정부가 여러 번 노력을 해왔던 건 알지만 실제적으로 작동된 것에 대해 평가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간호법과 간호사 처우개선의 내용은 별개"라며 "간호법은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위한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건데 처우개선이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으로서는 중요하지만 간호법과는 직접적인 연결을 갖기는 어렵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