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2R 격돌…민주 "재투표" vs 국민의힘 "당론으로 부결"

여야는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해 극한 대립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재투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국민의힘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쳐질 경우 부결시킨다는 입장을 당론으로 정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라며 "민주당은 간호법 국회 재투표에 나서겠다. 국민 건강권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민주적 절차대로 국회법에 따라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간호법의 핵심을 비켜난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들고 나왔다"면서 "국민과의 약속인 간호법을 관철하기 위해 국회에서 재투표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태 국회와 간호사분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도 모르나. 윤석열 정부의 간호법에 대한 무지와 저열한 인식이 개탄스럽다"며 "간호사의 적법하고 안정적인 업무 환경을 위한 간호법을 폄훼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행태는 정말 몰염치하다"고 맹폭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강훈식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국회에서 재의결을 할 것이며, 중재안에 대해서도 일고의 가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윤 대통령이) 간호법 재의 요구한 것을 민주당이 표결에 부치면 당론으로 부결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의요구에 반발한 간호사들이 1차 단체 행동에 돌입할 것을 예고한 데 대해 "법안 내용이 직역 간 협업을 깨뜨리고 의료법 체계를 깨뜨리는 문제가 있고, 법안 처리 과정도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다"며 "우선 정부 차원에서 현장을 점검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고, 설득 등 필요한 일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통령이 재의 요구한 법안이 다시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더 까다롭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을 모두 모아도 국민의힘(115석)이 '집단 부결'에 나서면 가결이 불가능해 간호법 제정안은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간호협회 "준법투쟁" vs 의사협회 "의결시 연대 총파업"

  한편 정치권 밖에서도 의료계는 대립했다. 간호사 단체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반발해 '면허증 반납운동', '규탄 집회' 등 사상 첫 단체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은 17일 이날 간호협회 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준법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불법진료에 대한 의사의 업무지시를 거부하는 것이다. 특히 임상병리사 등 다른 보건의료직능의 면허업무에 대한 의사의 지시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간호법·면허박탈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는 17일 성명을 내고 "만약 간호법이 다시 한번 국회에서 의결되는 불상사가 벌어진다면, 동 비대위와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일시 유보했던 연대 총파업에 곧바로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장을 내놨다.

다만 "16일 국무회의에서 의료인 면허 취소법에 대한 재의요구권 요청 및 의결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국무회의 전후로 정부와 여당에서 밝혔던 계획대로 의료인 면허 취소법은 위헌 소지를 없애고, 국민 정서에도 부합하는 수준으로 재개정안이 마련돼 국회에 상정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