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14년만에 국회 문턱 넘었지만... 남은 과제는?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이른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14년 만에 국회 1차 문턱을 넘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입법 7부 능선을 넘어서며 최종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쟁점 사안인 '청구 전문 중계기관' 지정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현재 중계기관을 두고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반대해 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실손보험 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요청이 있다면 병원에서는 진료비, 영수증 등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전산 시스템을 통해 전문중계기관을 통해 보험사에 전달하게 된다.

현재 실손보험 청구 시에는 진료 후 의료기관에 직접 종이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 팩스로 보내거나 여러 장의 서류 사진을 일일이 찍어 보험사 앱에 접속해 청구하는데 이런 절차와 방식이 바뀌는 것이다.

그러나 최종 통과까지는 정무위 전체 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본회의까지 3개 관문이 남아있다.

보험업계에서는 그동안 진전이 없었던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최종 통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으나 가장 큰 쟁점인 '청구 중계기관' 지정 과제가 남았다.

이번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는 실손보험 청구 전문중계기관을 공공성·보안성·전문성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여지를 남겨뒀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일부 국회의원과 보험업계 등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나 보험개발원이 중계기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 의료계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공공기관인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해 의료기관에 보험사로의 청구를 강제화하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에 대해 '조건부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의료계에서는 심평원뿐만 아니라 보험개발원에 대해 환자 진료 정보가 보험사로 넘어갈 위험이 있고 전산 시스템 구축 비용 부담 등을 반대 이유로 내세웠다.

여전히 국회 본회의 최종 통과까지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방향과 중계기관 지정 해법을 찾아야 할 과제가 남아있는 셈이다.

한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이뤄진다면 실손보험 가입자의 편익이 증가할 수 있다. 녹색소비자연대가 2021년 실손보험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7.2%는 실손보험을 한 번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사유로는 '서류 발급을 위해 다시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47%)'와 '증빙서류를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24%)' 등을 꼽은 응답자도 상당했다.

또한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지난달 열린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실손보험 가입자가 불편한 절차 때문에 청구하지 않는 보험금이 연간 2000억~3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구 절차가 간소화되면 국민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도 17일 조세일보와의 취재 인터뷰에서 "청구 절차 간소화가 된다면 미지급 보험 개선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 젊은 세대는 앱으로 보험금 청구를 많이 하는 편이나 앱을 사용하지 못하는 고령층의 경우 귀찮다며 보험금 청구에 소극적인 부분이 있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