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쓴소리 쏟아낸 김종인 "경제정책 無 상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국내 민생 문제를 어떻게 잘 처리하냐가 문제인데 지금 물가 상승이 어느 정도 꺾인 모습을 보이는 것 이외 민생 안정을 위한 경제지표를 찾아볼 수가 없다"며 "경제 정책이라는 게 그냥 무(無)의 상태"라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지난 3년 동안 코로나를 겪으면서 엄청난 패자를 많이 양산했는데 그 패자들에 대한 원상복귀를 어떻게 해 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지금 자영업자들의 경우에는 돈을 꿀 데가 없다. 대부업체도 은행은 은행대로 신용이 없으니까 대출을 더 이상 안 한다. 은행이 매우 긴축적인 정책으로 가기 때문에 이것이 악순환이 돼서 자영업자들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처음부터 재정건전화를 전제로 재정도 역시 긴축 방향으로 가니까 경제 상황이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재정 운영을 너무 경직되게 생각할 것 같으면 경제정책이 융통성 있게 갈 수가 없다"며 "재정긴축 하는 건 예를 들어 '죽을까봐 미리 자살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그동안 재정을 너무나 방만하게 해서 정부에 빚이 늘었기 때문에 올해는 긴축을 해서 재정을 건전화 한다, 얘기하는데 이 재정의 건전화를 한다는 집념을 가지고 하다 보면 경기가 무너져서 결국 그 자체가 악순환이 돼서 재정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이런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재정 안전을 위해 연간 정부가 쓸 수 있는 부채 규모를 GDP 대비 3%라고 얘기하는데, 꼭 3%를 지켜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경우에 따라 4%도 가고 5%도 갈 수 있다가 경기가 좋아지면 부채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우에 따라서 상황이 어려운 상황이 될 것 같으면 GDP 대비 5%도 갈 수 있고 부채비율이 60% 넘어갈 수도 있고, 그것에 집착할 것 같으면 재정운용도 안 되고 경제운영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다"고 부연했다.
 

"대국회 자세 잘못돼…野와 협상 의사 전혀 보이지 않아"

또한 현 정부의 대국회에 대한 자세가 잘못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의회가 야당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면 그걸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을 채택해야 되는데 그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결국 대통령이 야당 대표도 만나주지도 않고 야당과 그런 문제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협상할 의사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이어 "어차피 이재명 대표가 사법리스크에 걸려 있는 건 사실이지만 현재 민주당을 대표하고 있는 것도 변경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협치를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정상이라고 보는데, 지난 1년 동안 안 해 왔기 때문에 더 이상 내년 총선까지는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이어 "내년도 총선이 끝나고 나서 만에 하나 과반수로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을 때 이런 식으로 갈 수 있겠는가 굉장히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美 대중국 전략 무시 못해…진전 위해 日 매듭 푸는 결단"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에 대해서는 "미국이 한미일 관계를 구축해야만 동북아에서 대중국 전략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윤 대통령이 무시할 수가 없다"며 "국민 정서로는 문제가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매듭을 풀지 않으면 더 진전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결단을 내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1991년 쿠웨이트 해방전쟁(걸프전) 때 미국이 우리나라에 파병을 요청하지 않았지만 42개국 다국적군 중 14개국이 한국전에 참전했던 나라였다. 당시 우리가 UN가입을 앞두고 국제사회 진출해야 하는 마당에 내 소관은 아니지만 노태우 대통령에게 '좀 파병을 하는 것이 정상인 것 같다' 건의를 했다"며 "파병해서 전쟁은 이틀만에 끝났지만 결국 아시아 국가에서 유일하게 다국적군에 참여한 실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여튼 매듭을 푸는 역할을 누군가 해야 되는데 일본이 적극적으로 안 나오니까 윤 대통령이 결심을 해서 매듭을 풀었지 않나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선 "실질적으로 우리 시찰단이 가서 검증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상당히 의문스럽다"며 "형식적인 절차만 취하고 와서 오염수 방출을 허용되는 게 아니냐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방출에 대해 합법적으로 우리가 동의를 하는 것처럼 모습을 갖춰주는 것이 옳으냐 안 옳으냐는 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일본 관계를 적극적으로 해결한다는 의미에서 대통령께서 동의를 해주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국가 채무 증가, 탈원전 등 전 정부 정책 비판을 본격화한 데 대해서는 "문재인 정권의 잘못을 어떻게 바꿨느냐보다 현재 직면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거냐를 물어봐야 한다"며 "정권이 바뀐지 1년이 경과했기 때문에 너무 과거에 집착하면 현재 문제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