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열풍에 증시거래대금 전년수준 회복
리테일 강한 키움證, 순이익 68% 급증
2분기엔 CFD 미수채권 리스크로 업황 부진 전망
17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54개 증권사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1분기 순이익은 2조140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2조80억원) 대비 6.6% 증가했다. 상위 20개사 중 12개사가 순이익이 늘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주식시장 회복에 따른 일평균거래대금 증가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늘었고, 시장금리 안정화로 상품운용 관련 수익이 크게 개선됐다"며 "계절적 요인으로는 분배 및 배당금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20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내리막길에서 반등하는 추세다. 작년 1분기(22조5000억원) 수준을 회복하는 모양새다. 코스피지수는 작년 1월 2988.77에서 9월 2155.49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2500선을 등락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작년 1분기(1612억원)보다 68.3% 많은 2712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이며 선두에 올랐다. 주식 수수료수익은 1094억원으로 1년 전(1169억원)에 근접했고, 파생상품 수수료수익의 경우 589억원으로 작년 1분기(571억원)보다 많았다. 국내주식 및 해외주식 리테일 시장점유율은 각각 30.6%, 31.5% 수준이다.
삼성증권은 전년 동기(1505억원) 대비 57.8% 증가한 237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의 상품운용은 주가연계증권(ELS) 영향이 크기 때문에 최근 조기상환 및 발행 증가로 상품운용수익이 호조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2047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서 받은 배당금 수익 1조6650억원까지 포함하면 1조8697억원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턴어라운드에 힘입어 브로커리지(BK) 실적과 자산관리(AM) 자산이 급증했다"며 "금리하락에 따라 채권운용이익도 확대됐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각각 1997억원, 1528억원을 벌어들였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등 논란에서 비껴갔다"며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바탕으로 연결기준 지배주주 자기자본이 11조원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위탁수수료 감소에도 불구하고 금융상품 수수료와 자기매매손익 증가로 순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의 순이익은 1926억원에서 1433억원으로 1년새 25.6% 줄었다. 리테일보다 투자은행(IB) 부문이 강한 만큼 증시 회복에 따른 수혜는 덜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신규 딜 감소로 IB 실적 감소가 불가피했다"며 "트레이딩 부문에서 탁월한 운용성과를 거두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순이익이 29.2% 증가한 반면 KB증권은 3.6% 감소했다. 박혜진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은 트레이딩 수익이 크게 개선되며 예상을 크게 웃도는 호실적을 달성했다"며 "KB증권도 거래대금 호조에 따라 실적이 양호했다"고 봤다.
다올투자증권과 교보증권은 각각 1146억원, 52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세를 보였다. 교보증권은 금리하락이 신용스프레드 축소로 이어져 자산운용 실적이 회복되고 보유자산 평가 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인수주선 실적이 감소했지만 채권 및 파생상품 영업에선 호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나증권의 순이익은 1379억원에서 661억원으로 52.1% 감소했다. 대신증권도 전년 대비 13.7% 줄어들었다.
이밖에도 유안타증권(34%), DB금융투자(152.1%),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31.8%), IBK투자증권(103.1%), 유진투자증권(99.5%)이 1년 전보다 순이익이 증가했다.
반면 한화투자증권(-19.2%), 제이피모간증권(-26.8%), BNK투자증권(-32.1%)은 감소세를 보였다.
증권사들이 1분기엔 증시 회복 효과를 톡톡히 거뒀지만 2분기 업황은 안갯속이다.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증권사들의 CFD 미수채권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각사의 미수채권 규모는 수백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과 양정숙의원실에 따르면 3월말 기준 CFD 거래잔액이 가장 많은 증권사는 교보증권(6180억원)이었다. 키움증권(5576억원), 삼성증권(3503억원), 메리츠증권(3446억원), 하나증권(3400억원)이 뒤를 이었다.
이어 유진투자증권(1485억원), DB금융투자(1400억원), 한국투자증권(1126억원), KB증권(664억원), 신한투자증권(582억원), SK증권(139억원), NH투자증권(134억원), 유안타증권(63억원) 순이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CFD 익스포저가 많은 일부 증권사의 경우 손실규모가 상대적으로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나머지 증권사도 신용융자에서 미수금이 발생해 직간접적인 손실 규모가 예상보다 커진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규희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CFD 사업을 영위하는 13개사는 고객채권 미회수로 인한 실적저하 가능성에 직면했다"며 "나머지 증권사도 반대매매 과정에서 신용융자 손실이 발생했을 수 있어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