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 "기업분석 보고서보다 '족집게' 리딩방 찾는 개인투자자"

"투자자문사, 개인에게 홍보 안해...레버리지도 안써"

"CFD 규제, 시장 유동성 축소 부작용"

"노르웨이 국부펀드, 일관된 투자스타일 강조"

"투자자문사는 일반 개인에게 '원금보장', '고수익 보장' 같은 멘트로 마케팅하지 않는다. 독립리서치들은 비상장, 중소형주 리포트를 발간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판단을 돕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기업을 분석하기보다는 매매타이밍을 알려주는 주식리딩방을 찾아 100만원을 지불하고 있다"

이동현 더시드파트너스 투자전략 본부장(이사)은 최근 조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본부장은 독립리서치법인인 리서치알음 대표를 역임했으며 한가람투자자문, 피데스투자자문, 칸서스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우리글로벌자산운용 등에서 펀드 매니저로 일했다.

아울러 그는 세계 최대 규모의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최초로 운용한 것으로 주목받았다. 이 본부장은 "그들은 수익률보다 펀드 매니저의 투자 스타일에 중점을 둔다"며 "아시아 중소형주에 큰 기회가 있다고 보고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최근 미등록 투자자문사에 의한 주가조작 사태가 발생했다. 정식으로 등록한 투자자문사와 영업행태가 어떻게 다른지 투자자들이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 사실상 개인이 알 수가 없다. 투자자문사의 주요 대상은 연기금 같은 기관이라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개인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 지인이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마케팅하진 않는다. 레버리지를 쓰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원금이나 고수익을 보장해준다는 멘트를 한다면 의심해야 한다.

■ 정식 인가를 받은 업체들이 피해를 입을 것 같다.
= 개인 비중이 워낙 작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겠지만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문제가 있다. 최근 차액결제거래(CFD) 규제도 마찬가지다. CFD가 2.5배 레버리지가 가능한 만큼 1조원을 투자하면 2.5조원의 유동성이 시장에 공급돼왔다. 이걸 중단하면 그만큼 유동성이 말라버리는 것이다. 전체 시장의 유동성이 줄어든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

■ 독립리서치법인인 '리서치알음' 대표를 역임했다. 비상장이나 스몰캡 리서치에 주목한 이유는.
= 리서치 자료가 부족하다. 코넥스와 K-OTC에 있는 340여개 종목 중 180개 정도를 커버했다. 개인투자자도 비상장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였다.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이나 증권사에 자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 유료화 구독 서비스가 자리잡았다고 보나.
= 수요가 있을 줄 알았지만 수익성은 아직 물음표다. 월 2만원대로 리서치를 구독해 기업분석을 하기보다는 매매타이밍을 알려주는 리딩방을 찾아가 100만원을 결제하는 투자자가 태반이다. 기관도 마찬가지다. 독립리서치를 플랫폼화하려는 논의가 추진됐었는데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콘텐츠만 취하려고 해 무산되기도 했다.

■ 펀드 매니저로 오랜 시간 활동했는데 기관전용사모펀드(PEF) 사업에 합류한 계기는.
= 펀드 매니저가 설 자리가 없어졌다. 액티브 펀드가 쪼그라들고 상장지수펀드(ETF)와 로보어드바이저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다. 더시드파트너스에서는 회사를 잘 운영하고 엑시트를 하면 베네핏이 더 클 수 있다. 그동안 100개 회사를 넓게 파악했다면 여기서는 1개 회사를 깊게 알 수 있다. 더 재미있고 새로운 도전이다.

■ 트러스톤자산운용에서 세계 최대 규모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운용했다. 자금을 추가 위탁받은 건 투자 성과가 좋아서였나.
= 노르웨이 국부펀드 운용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담당했다. 6개월의 실사를 거쳐 초기에 2.5억불(약 3500억원), 추가로 3.5억불(약 4500억원)을 받았다. 투자 성과는 안 좋았다. 투자 스타일을 일관되게 유지한 점을 좋게 평가받았다.

■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자산배분은 어떤 식인가. 위탁운용사에 어느 정도의 운용 자율성이 주어지나.
= 그들은 수익률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운용역에게 '당신이 이런 스타일인 걸로 알고 있다, 그 스타일을 유지하라'고만 요구한다. 자산 배분이 아니라 펀드 매니저 배분을 한다고 느꼈다. 나는 한 종목을 장기간 보유했고 압축투자를 하는 스타일이었다.

■ 압축투자는 어떤 식인가.
= 예를 들어 국민연금 펀드가 1조원이라면 종목수가 130~140개 정도 되는 게 일반적이다. 나는 40개 내외의 종목으로 구성했다. 한 종목당 투자금액이 굉장히 압축돼 있는 거다. 시가총액이 작은 중소형주의 경우 회사 지분율의 3∼4%까지 보유하기도 했다.

■ 펀드 매니저의 투자 스타일을 믿고 전권을 일임하는 식인가.
= 펀드 매니저의 역량을 굉장히 우선시한다. 펀드 수익률이 아닌 투자의 방향성이나 프로세스를 많이 본다. 스타일이 맞으면 가만히 지켜보다가 뭔가 이상한 게 있으면 물어본다. 회사의 모델 포트폴리오에 있는 종목을 담진 않았는지, 사장이 추천한 종목이 포함되진 않았는지 점검한다.

■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한국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 아시아 중소형주에 관심이 많더라. 한국은 10조원 정도 되면 대형주라고 하는데 미국 시장에서는 터무니 없이 작지 않나. 그래서 그들은 이쪽에 더 큰 기회가 있다고 보고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