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경조사가 일종의 '크라우드펀딩'...증권 유통 허용돼야 완성"

김기석 대표 "투자형, 소규모 IPO와 유사...투자자와 소통 중요"

"VC나 증권사보다 '대중' 잘 알아...네트워크 효과 기대"

"토큰증권 논의 허술...뮤직카우 법 우회시켰다"

"크라우드펀딩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축의금이나 조의금을 내는 게 일종의 크라우드펀딩이다. 투명하게 공개되고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내는 게 특징이다. 증권 발행뿐만 아니라 유통도 가능해져야 비로소 완전해진다"

김기석 크라우디 대표는 지난 10일 조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ANZ와 BoA 한국지점 대표를 지냈으며 2015년 크라우드펀딩(대중+자금조달) 업체 '크라우디'를 설립했다.

크라우디는 2016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약 219억원을 중개했다. 펀딩성공률은 73%로 시장 평균(63%)을 웃돌며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플라이강원, 콘랩컴퍼니, 제주맥주 등 유망 스타트업이 크라우디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김 대표는 "돼지저금통에 돈을 계속 넣고 배를 못 가르는 상황"이라며 증권 발행뿐만 아니라 유통까지 가능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큰증권(ST) 제도 보완을 통해 크라우드펀딩도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 크라우드펀딩이 무엇인가.
=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다수의 사람들이 일정 금액을 모으는 것을 말한다. 경조사에서 축의금이나 조의금을 내는 게 일종의 크라우드펀딩이다. 전세계적으로는 대출형 70%, 리워드형 20%, 투자형 10% 비중이다. 크라우디는 리워드형과 투자형이 반반 정도다.

■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이 일반 제품 판매와 다른 점은.
= 펀딩 진행자 입장에서는 수요를 확인하고 생산할 수 있어 재고부담이 없는 게 장점이다. TV홈쇼핑의 경우 매출의 45%를 수수료로 떼어가는데 우리는 카드수수료 3.3%를 합쳐서 10% 수준이다. 참여자는 제품의 탄생부터 판매까지 함께 할 수 있다.

■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증권을 발행하는 과정은.
= 소규모 기업공개(IPO)라고 보면 된다. 연간 최대 30억원까지 모집 가능하다. 주당 가격과 조건을 투명하게 공개하는데 만약 수요가 적으면 펀딩이 이뤄지지 않는다. 회사가치를 10억원이라 생각했는데 1억원의 자금만 모였다면 무산된다. 그동안 190여개 기업이 펀딩을 진행해 90개 정도가 성공했다.

■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은.
= 처음부터 사기를 치려는 기업은 없다. 상황이 그렇게 만든다. 우리는 기업의 현금흐름이나 부동산계약 내용 등을 확인해 그런 리스크를 점검한다. 누구보다 투명하고 철저하게 스크리닝한다. 무엇보다 투자자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투명하게 소통할 수 있느냐를 중요하게 본다. 여러 기업이 펀딩 이후에도 단체채팅방을 통해 투자자와 소통하고 있다.

■ 직접 미팅도 하나.
=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준법감시인을 둬야 하는데, 내가 대표와 준법감시인, 최고재무책임자(CFO), 경리를 겸하고 있다. 이해상충 우려가 있는 만큼 직접 영업을 하진 않고 증권과 리워드 파트에 소개만 해주고 있다.

■ 일부 증권사도 겸업중개업자로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고 있는데, 크라우디의 차별점은.
= 증권사 인건비 구조에선 크라우드펀딩을 할 수가 없다. 또 주식 투자자와 크라우드펀딩 투자자는 전혀 다른데 그 특성을 고려하기 어렵다. 사실상 사업을 포기하거나 라이선스를 반납한 걸로 안다. 우리는 좋은 기업을 선별해 좋은 주식을 선보인다고 자부한다. 다른 크라우드펀딩 업체는 시장점유율이나 MAU(월간사용자수)에 치중해 아무거나 내놓고 수수료만 챙긴다.

■ 스타트업의 자금조달을 돕는 점에서 벤처캐피탈(VC)과 유사해보이는데 차이점은.
= 대중을 상대로 하는 만큼 네트워크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폐쇄적인 VC와 달리 크라우드펀딩은 A기업 투자자가 B기업을 연결시키며 투명하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 VC 운용자금도 결국 개인에게 모금하고 정부 정책자금을 태우는 거다. VC가 더 오래됐으니 전문가 라는 인식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이후 어떻게 되나.
= 발행은 되는데 유통은 안 돼 투자자들은 기업이 상장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돼지저금통에 돈만 계속 넣고 배를 못 가르는 상황이다. 인가를 신청했는데 계속 보류 중이다. 주식을 보유한 사람끼리만 거래하라는데 솔직히 편법으로 우회하면 된다. A가 1주를 B에게 무상 양도하고 99주를 매도하는 식이다. 우리도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처럼 유통을 할 수 있어야 비로소 완성된다.

■ 여러 투자자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조각투자와도 비슷해보인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하는 방법도 있지 않나.
= 물론 신청했다. 계속 검토 중인 상태다. 담당자가 바뀌면 리셋이다. 금융당국 행정절차에 래디컬한(급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또 금융당국이 뮤직카우를 살려주기 위해 법을 우회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투자계약증권의 발행절차나 예탁방식이 자본시장법에 규정돼있지 않다면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형태로 발행하라고 했다. 감사원이 들여다보면 분명 문제가 될 사안이다.

■ 토큰증권 발행(STO)이 가능해지면 크라우드펀딩에 기회 요인이 될 것 같다.
= 그렇다. 발행중개자로 역할하게 된다. 다만 지금 STO 가이드라인이 모호하다. 투자계약증권과 수익증권을 어떻게 발행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버스 노선을 모르는데 버스를 탈 순 없지 않나. 금융위가 말하는 음식(증권)과 그릇(토큰) 비유도 마찬가지다. 음식을 정확히 나열해줘야 한다.

■ 미국의 '잡스법'과 비교해 한국 자본시장법에는 크라우드펀딩과 관련해 어떤 제약이 있나.
= 미국은 '이거 빼고 다 해도 된다'는 네거티브 규제인데 한국은 '이것만 하라'는 포지티브 규제다. 경직적인 방식이다. 투자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건데 정부는 위험하니 무조건 하지 말라는 식이다. 정책 입안자들이 직접 증권을 거래해봐야 한다.

■ 이해상충 문제가 있지 않나.
= 투명하게 신고하고 투자하면 문제없다. 김남국 의원이 가상자산 투자를 한 것도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적당한 수준에서, 제대로 보고하고 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