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천탕서 목욕하다 익사, "지병 때문" 보험금 거절... 법원의 판단은?

노천탕에서 목욕하다 쓰러져 익사했을 시 지병이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우연한 외래 사고'에 해당해 보험사에서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나경 부장판사)는 목욕 중 익사로 사망한 70대 유족들이 손해·생명 보험사 2곳을 상대로 청구한 보험금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냈다.

재판부는 70대 남성 A씨가 가입했던 2개 보험사에 원고에게 각각 3875만원, 1500만원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8년 10월16일 오전 5시45분 해외 지역 호텔 노천탕에서 물에 떠 있는 모습으로 발견됐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으나 같은 날 오전 7시8분 사망 판정을 받았다.

A씨 자녀 4명은 "아버지가 우발적인 외래 사고로 숨졌으며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원래 지병이 아닌 우발적 외래 사고이기에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반면 보험사 2곳은 "A씨가 우발적 외래 사고가 아닌 순환기계 질환으로 숨졌다"면서 "A씨의 상속인인 자녀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맞섰다.

A씨가 숨진 원인은 지병으로 보험약관에 따라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한 것이다. A씨가 가입한 보험은 '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고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 사실 조회 결과와 변론 취지를 종합해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감정의는 A씨가 온천욕 중 순환기계 질환 악화로 물에 빠졌으나 당시 자발호흡이 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에 호흡기로 물을 흡입하면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CT검사 결과를 판독한 의사도 A씨가 의식 장애 등으로 넘어져 골절이 발생했고 그 뒤 익사에 이른 것으로 추측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재판부는 "A씨가 갖고 있던 순환기계 질환의 발현도 사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는 있으나 의식을 잃을 당시 자발호흡이 가능했던 A씨가 노천탕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쓰러졌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A씨의 사인은 노천탕에서 의식을 잃어 물속에 빠짐으로써 호흡이 불가했다는 외부적 요인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A씨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서 보험금 지급 사유로 정한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숨진 만큼, 피고들이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