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모시기에 '진심'인 K-금융...이복현 금감원장도 지원사격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해외 출장에 동행해 국내 금융사의 해외진출과 해외투자 유치 노력을 지원한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과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도 'K-금융'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복현 원장은 전날부터 오는 12일까지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3개국을 방문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가 동행한다.

이 원장은 6개 금융사와 공동 주최한 싱가포르 투자설명회(IR)에서 개회사뿐만 아니라 패널토론 섹션에도 직접 참여해 해외투자자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해외투자자들에게 'K-금융'의 건전성‧혁신성‧성장성과 외국인 투자환경 개선 노력을 적극 홍보했다.

전날에는 태국 중앙은행(BOT) 총재를 만나 국내 핀테크 기업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오는 10일엔 싱가포르 통화감독청(부청장), 12일엔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 청장을 예방한다. 한국 금융사가 인도네시아 영업‧투자 확대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OJK의 지원을 촉구했다.

이 원장은 동남아 금융감독기구 수장 외에도 국내 금융사 현지 법인장과도 만난다.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화재, 한화생명, KB손보 등 7개 금융사 CEO가 공동 개최하는 포럼(11일)과 인도네시아 진출 금융사 현지 법인장 간담회(12일)에 참석해 국내 금융사의 현지화 노력과 애로사항을 듣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원장의 동남아 3개국 방문은 한국 금융시장 및 금융회사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며 "현지 금융감독당국 수장과 면담을 통해 현지 진출 금융회사의 위상을 높이고 글로벌 영업 확장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장이 피감기관인 금융사 CEO와 동행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금감원장의 해외 IR 참여는 몇몇 금융사 회장들이 작년부터 요청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원장의 'K-금융' 홍보는 이전에도 있었다. 그는 지난달 5일 글로벌 보험회사인 처브(Chubb) 그룹 CEO를 만나 한국 시장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지난달 13일에는 'FSS SPEAKS 2023'을 개최해 주한 미국 대사와 주한 영국 대사, 주한 네덜란드 대사, 주한 호주 대사,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등 외교사절과 외국계 금융회사 한국 대표‧임직원 등을 만났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감독당국이 기조연설과 Q&A 세션에서 어떤 코멘트를 할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며 "국내 금융사에 대한 해외투자 수요를 촉진시키고 국내 금융사의 해외진출 지원 목적도 있는 만큼 다소 전향적인 발언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인바운드(해외투자 유치)'와 '아웃바운드(해외진출)'에 열심이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달 17일부터 22일까지 자산운용사 CEO 15명과 함께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찾았다. 유럽연합(EU) 자본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투자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2023 밀컨 콘퍼런스'에 참가했다. '미국판 다보스포럼'으로 알려진 밀컨 콘퍼런스에서 한국을 주제로 한 단독 세션이 개최된 건 19년 만이다.

손 이사장은 외국인 투자자 등록 의무 폐지와 영문 공시 확대 도입, 외환시장 구조 개선 등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설명했다. 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기준과 평가 이슈, 해외 우량기업 상장 유치 등 현안을 공유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사 CEO들이 단체로 출장을 가면 아무래도 개별 방문하는 것보다 미팅 상대의 급도 올라가고 신경을 많이 써주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활용하려는 수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