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시 상속세 부담...세제 인센티브 필요"
"물적분할 후 5년 상장제한? 쪼개기상장 근본 동기 못 꺾어"
"소액주주 주인 대접 받으려면 주주권 행사해야"
◆…김용남 변호사는 4일 조세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변호사는 검사 출신으로 제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현재 법무법인 '일호'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며 최근 저서 '소액주주 혁명'을 출간했다. [사진=김진수 기자]
김용남 변호사는 4일 조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변호사는 검사 출신으로 제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현재 법무법인 '일호'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며 최근 저서 '소액주주 혁명'을 출간했다.
김 변호사는 1400만 소액주주가 하나로 뭉쳐 혁명을 일으킨다면 코스피지수가 5000을 넘어 1만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전자투표제 적극 활용 △연기금의 주주대표소송 △자사주 소각 의무화 △이사의 주주이익 확인 △쪼개기상장 금지 정책 △집단소송제도 개혁 △증거개시제도 도입 △의무공개매수제도 적용 △소액주주 피해예방기구 신설 △집단지성 소액주주 플랫폼 구축 등 주식시장 10가지 룰을 제안했다.
■ 자본시장과 기업 거버넌스 이슈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 관심을 가진 지는 오래됐다. 검사 시절 금융 관련 수사를 했었고, 증권거래법 논문으로 석사 학위도 받았다. 최근 들어 우리 자본시장에서 투자자의 뒤통수를 치는 일이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도저히 이렇게는 안되겠다, 대중이 힘을 합쳐서 우리 상장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나가자'는 생각으로 책을 쓰게 됐다.
■ 미국은 자사주 매입 후 소각하는 주주환원정책이 일반적인데, 우리나라는 자사주를 매입한다 해도 소각으로 잘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 미국 주식시장은 이사회 중심주의와 주주 중심주의가 대립할 정도로 주주가 대접을 받고 있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발행주식수가 줄어들면서 남은 주식의 가치가 올라가고 배당도 늘어난다. 이렇게 주주들이 주식을 사면 경제적인 부가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배주주 중심주의다. 자사주 취득 후 소각 비율이 2.3%에 불과하다. 97.7%는 자사주를 우호세력과 맞바꾸거나 그냥 들고 있으면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한다. 우리 기업은 자사주를 지배주주의 재산으로 여기는 것 같다.
■ 자사주 소각을 유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상법 개정 전에는 자사주는 소각을 전제로만 취득할 수 있었다. 우리 기업 문화가 상식적으로 바뀌어주면 좋겠지만 자발적으로 안된다면 법률로서 강제해야 한다.
■ 메리츠금융지주를 거버넌스 우수 사례로 꼽았는데, 기존 기업과 어떤 점이 달랐나.
= 우리나라의 지주회사 제도는 기형적이다. 미국은 애플, 알파벳(구글)처럼 지주회사만 상장하고 자회사들을 비상장으로 둔다. 반면 우리나라는 모회사와 자회사의 동시상장에 따른 더블카운팅(중복계산)과 지주회사 디스카운트(할인) 문제가 있다.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지주회사 주식만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자산가치는 어마어마하게 커지는데 상속·증여세 부담이 확 줄어든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자회사인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를 비상장화하면서 진정한 지주회사 제도를 보여줬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하면 주가가 오르고,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되며 상속·증여 단계에서 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배주주가 이런 걸 감수하면서도 훌륭한 거버넌스를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 제2의 메리츠금융이 나오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 세제상의 인센티브는 물론이고 모범 사례로 전파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얼마 전에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사절단과 같이 미국을 방문했는데, 이럴 때에 거버넌스 모범 기업을 옆에 두는 거다. 다른 기업들도 보고 따라 배워라 하는 의미다.
■ '쪼개기상장' 같은 꼼수가 판을 친 근본적인 이유가 높은 상속세율에 있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법 개정 전에는 사회적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상속제도 개선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도, 기업도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 쪼개기상장의 근본적인 이유는 지배주주가 외부 투자를 받으면서 지배력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상반된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얻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100% 지분을 갖고 있으면 된다. 하지만 상장기업이 외부에서 막대한 자금을 투자받는다면 지분율이 떨어지고 지배력이 약화되는 게 당연하다.
과점주주의 경우 상속세율이 60%에 달한다. 재산 10조원을 남기고 사망하면 상속세로 6조원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어떠한 경우에도 국가가 50% 넘게 가져가는 건 국가 권력의 횡포라고 생각한다. 상속세를 적어도 50% 미만으로 낮춰주되, 쪼개기상장 같은 꼼수를 못하게 막자는 게 내 주장이다.
■ 윤석열 정부 1년, 자본시장과 관련한 제도 개선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 지난 정부보다는 진일보했지만 그래도 부족한 면이 있다. 경영권 인수 시 50%+1주를 의무공개매수하는 방안의 경우 소액주주의 엑시트(투자회수)에 한계가 있다. 경영권과 동시에 주식을 인수할 때는 미국처럼 다 사들이고 상장폐지로 가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
물적분할 후 5년 이내에 상장을 못하게 하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LG에너지솔루션이나 한국조선해양처럼 물적분할 직후 상장하는 극단적인 사례는 막겠지만 쪼개기상장의 근본적인 동기를 꺾기엔 부족하다. 사모펀드가 통상 5~7년 정도는 폐쇄형으로 투자를 받고 락(보호예수)를 건다. 물적분할 후 5년 뒤 상장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단 얘기다. 지배주주 입장에서도 5년 정도는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기간이다. 보다 장기간 상장을 금지하는 등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 주주민주주의를 위해 소액주주 한 사람 한 사람의 '백척간두' 정신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 백척간두는 단순히 위기상황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끝이라고 생각되는 상황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걸 의미한다. 주주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소액주주의 주식을 합치면 지배주주와 기관투자자보다 많은데 주인 대접을 못 받고 있다. 우리가 대통령 선거에서 대접을 받는 건 직접 투표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도 주주총회에서 주주권리를 행사해야 대접 받을 수 있고, 기업이 주주 무서운 줄을 알게 된다. 내가 산 주식이 오르기만 기다리는 '기도 매매'를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주주제안을 하고 기업가치를 올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 주주로서 한발 더 나아가고 행동할 때 진정한 주인으로서 대접받는 주주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
※ 본 인터뷰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