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증거인멸 단정 어려워…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 제한"
검찰 "피의자 대부분 혐의 부인하고 있어 증거인멸 우려"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핵심 피의자인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강래구씨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4.21 사진=연합뉴스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를 받는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윤재남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1일 정당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강 협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윤 부장판사는 강 협회장을 구속할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윤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직접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거나 다른 관련자들에게 증거인멸 및 허위사실 진술 등을 회유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수사에 영향을 줄 정도로 증거를 인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강 협회장이 소환조사에 임해왔고 주거·지위 등을 감안할 때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주요 혐의에 대한 증거는 일정 부분 수집됐있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추가 규명 부분을 감안할 때 현 단계에서 피의자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인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의 영장 기각결정이 내려지자 서울중앙지검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구속영장 기각 결정 및 사유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검찰은 "당 대표 선거 금품살포 전체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피의자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공범들과 말맞추기 및 회유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이로 인해 공범들 간 실질적인 증거인멸 결과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피의자가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증거인멸 우려가 명백히 인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협회장은 지난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당시 당대표 후보의 당선을 위해 9400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9400만원 중 6000만원은 같은 당 의원 10~20명에게 300만원씩, 나머지 3400만원은 지역상황실장과 지역본부장에게 50만원씩 전달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2020년 9월 한국수자원공사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한국수자원공사 산하 태양광발전 설비 납품 청탁 명목으로 3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도 있다.
강 협회장은 앞서 두 차례에 걸친 검찰 조사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 강화평 전 대전시 동구 구의원, 전 민주당 지역위원장 강모씨, 자금 출처로 지목돼 압수수색을 당한 사업가 등 사건에 연루된 관계자들도 의혹을 부인해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인물은 없는 상태다.
핵심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에 속도조절이 불가피해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송 전 대표는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프랑스에서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후 4시(한국시간 오후 11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