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대책’…“구체적 사안 없어 희망적 고문”

‘경매중지’… “대부업체로 넘어간 채권, 일반 시중은행처럼 편치 않아”

‘우선매수권’…“또 빚 끌어내야”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은 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부에서 대책을 내놓으면 뉴스나 기자들이 지금 당장 이뤄질 것처럼 쓰는데 열어보면 예정이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안상미 위원장은 "언제 하겠다는 정확한 시간도 구체적인 사안들이 없으니까 희망적인 고문으로 끝날 수도 있어 그것에 대한 절망으로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 대책이) 아직 정확한 실체가 없다. 그리고 빨리빨리 이뤄져야 된다"며 "물론 시간이 걸린다고 말할 수 있지만 진짜 급하다.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 발인하는 그 전에도 또 (자살) 시도하는 신고가 있었다"며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안 위원장은 "사람들의 우울증이 너무 높아서 저도 두렵다"며 "정부에서는 심리적인 지원을 해야겠다 하는데 물론 (그것도) 해야 되지만 저희한테 심리치료는 보증금 환수받고 남씨(건축왕 전세사기 사건 주범) 일당을 제대로 처벌하는 것이 제대로 된 심리치료다. 그런 것들이 하루속히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한탄했다. 

'경매중지'… "대부업체로 넘어간 채권, 일반 시중은행처럼 편치 않아"

정부는 지난 19일 전세사기 피해자 거주 주택에 대한 경매·매각을 중지하기로 했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 유예 조치 시행에 대해 정부는 우선 인천 미추홀구의 전세 사기 피해자 2479세대 중 은행권 및 상호금융권 등에서 보유 중인 대출분에 대해 20일부터 즉시 경매를 유예하기로 밝혔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안 위원장은 "경매 중지라는 게 그 전날 저녁에 나왔으니까 저희는 너무 급해서 그다음 날부터라도 중단되길 희망했는데 그렇지는 못했다"며 "지금 중단이 되는 것 같은데 이게 또 은행에서 채권들을 대부업체로 넘겨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부업체로 넘어간 채권은 정부에서 압박하기가 일반 시중은행처럼 편치 않다"며 "정부에서 이렇게 발표를 하고 빨리 안 이뤄지니까 계속 넘기려는 시도들이 보이는 데 정말 이기적"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더했다.

이어 "(대부업체로 채권이 넘어가면) 이자율이 높다. 그래서 나중에 배당을 받을 때 금액이 더 적어지는 것 같다"며 "저희 피해자들끼리는 무조건 한 번 더 검토해달라고 이의신청하는 것밖에는 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그는 "정말 심각한 사회적 재난이다. 정부에서 좀 더 강력하게 은행권에 얘기를 해 주고 대부업체까지 같이 중단될 수 있도록 해야 된다"며 "재난 앞에서 국가가 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다면 이게 국가인지 정말 의심스럽다"고 탄식했다. 

'우선매수권'…"또 빚 끌어내야"

정부와 국민의힘은 20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피해주택 경매 때 일정 기준에 맞춰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유지분자 우선매수권 제도를 준용해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안 위원장은 "저희가 달라고 한 요구 조건 중에 가장 핵심인데 아직 실체가 없다"며 "피해자들이 어떤 금액에서 살 수 있는지, 어떻게 경매꾼들하고 경쟁을 안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체가 없기 때문에 그런 것도 빨리 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또 빚을 끌어내야 되고, 보증금 환수가 목적인데 그게 어렵기 때문에 이런 대책들을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며 "솔직히 저희는 정부에서 선구제하고 후청구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남씨 일당들 한 60여명 가까운 공모자들이 있는데 탈탈 털고 집들을 팔고 그러면 저희 구제된다"며 "민사도 힘들고 여러 가지 개인적으로는 안 되기 때문에 국가에 말씀드리는 건데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고 하니 우선매수권이라도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대책이 없으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하겠다는 거지 이 집을 사고 싶어서 매수하겠다는 건 절대 아니다"며 "공공 매입을 해서 임대 주는 방향들 등 여러 가지를 나라에 제시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세사기 주범 뒤에 배후가 민주당 인사가 있다는 여당 일각의 주장에 대해 "피해자를 구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도 시간도 인력도 부족한 판에 이걸 무슨 정치권으로 시선을 옮기냐"고 쓴소리를 날렸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잘못했느니 누가 잘못했느니 언제부터 제도가 이랬느니 하는 건 논점을 흐리고 해결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제일 화가 난다. 정치적으로 싸움 가십거리로 만드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되고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전세사기 피해 관련 경매 일정 중단 또는 유예 등의 대책을 지시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기획재정부, 국토부, 금융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전세사기 피해지원 범부처 TF를 가동하고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세대에 대한 주택 경매를 유예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또한 지난 20일 정부여당은 긴급 당정협의를 열어 전세사기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전세사기 주택 전반에 대해 경매를 중단하고, 피해자에 대해서는 거주 주택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