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투자 실패로 주장하면 사기죄 처벌 어려워"

정재기 변호사 "전세사기는 신축빌라에서 많이 발생"

"전세계약 체결 직후, 임대인 바지사장으로 바꾸는 케이스 가장 많아"

"전입신고와 확정 결정 효력 발생 전, 근저당 설정등기하면 우선 순위 밀려"

"인천 미추홀구 피해 규모 2700채.. 밝혀진 피해자 800명 외에 더 있을 것"

정재기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지난 19일 YTN라디오 생생경제 '긴급진단 전세사기, 피해 유형과 예방법은?'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정 변호사는 이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동산 전세사기의 구조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보통 전세 사기는 신축빌라에서 많이 발생한다"며, "분양 대행사나 건축업자가 짜고 임차인을 모집한 다음, 전세 계약을 체결한 직후에 임대인을 바지사장으로 바꿔버리는 케이스가 대체로 드러난 유형이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예를 들어, 노숙자라든지 신용이 안 좋은 사람을 내세워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게끔 하는 사례가 있다.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그날 전입신고와 확정 결정을 받는다고 신고를 하는데, 효력은 그다음 날 발생한다. 그런데 신고한 당일 대출을 받아서 근저당 설정 등기를 하면, 근저당 설정 등기권자가 선순위가 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 전세입자의 보증금을 후순위로 만들어서, 어떻게 보면 임차인의 권리를 박탈시키는 시스템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정 변호사는 신축빌라업자, 건축업자가 감정평가사, 공인중개사, 분양대행사, 그리고 은행 담당자와 공모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예컨대 5억짜리 빌라를 10억에 평가하게 한 다음, 사람들에게 10억짜리 빌라인데 5억에 전세로 들어오면 된다고 속인다. 이후 나머지 5억을 대출 받든지 자기 자본을 들여서 들어오든지 하는데, 건축업자는 이미 그 5억에 대해 근저당을 설정 받아 대출을 한 상태이다"라고 설명했다.

시가가 5억원인데 이미 두 배 이상 대출이 껴있기 때문에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세사기, 고의인지 투자인지 여부가 쟁점

정 변호사는 최근 인천 미추홀구 사건의 주범들이 일부 구속되고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지만, 모든 사람들에 대해 사기죄를 적용하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법적으로 따지면 애매한 측면이 있다. 처음부터 사기를 치고 접근했던 사람들에 대해 처벌을 하겠지만, 예컨대 내가 충분한 투자 가치가 있어서 아파트를 늘려간 사람에 대해서는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 법적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또 "범죄라는 것은 행위를 할 때 고의성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아무런 경제적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투자 사업을 시작했다는 식으로 변명을 할 수 있다. 즉 그냥 임대 사업을 한 건데 운이 나빠서 (급격하게 금리가 오르는 등) 이렇게 됐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범죄인지 투자인지가 쟁점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함께 출연한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부동산 사기의 경우에도 골든타임이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현재 인천 사건의 규모가 2700채이다. 지금 사기 피해자를 800명 정도로 추산하는데, 나머지 1900명은 사기를 안 당했냐? 그건 아니다. 자기가 당한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통 사건 인지 후 1,2개월 후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는데 처음엔 사기당한 충격을 받고, 이후에는 변호사 상담도 받고 정부 대책도 기다리는데 결국 전세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 좌절한다. 사기 친 사람을 잡아서 처벌하더라도 전세금을 돌려받는 건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사건 발생 후 7~8개월 정도 된 시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분들이 나오고 있다. 이 골든 타임이 지나기 전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없도록 빠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