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은행은 안전해...나머지는 잠재위험 살펴야"

"SVB와 韓은행은 달라...타 업권, 부동산PF 등 리스크 모니터링해야"

"부실기업 공개는 '뱅크런' 부추길 우려 있어"

예금자보호 한도 5000만원→1억원 상향엔 이견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딧스위스(CS) 위기로 글로벌 금융위기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시중은행의 건전성은 양호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은행 외 다른 금융업권은 잠재적 위험에 대한 모니터링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9일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용우·민병덕·김한규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경제연구소가 공동주관한 '세계 은행위기, 한국 금융은 안전한가' 토론회가 열렸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시중은행은 안전하다"면서도 "은행 외 모든 금융회사는 비명 소리도 없이 정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 교수는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소수의 거액 예금자로부터 '뭉칫돈'을 조달했고, 대출보다 유가증권 투자 비중이 높았다"며 "우리나라 시중은행은 특별한 문제가 없다. 다만 은행 외 금융권은 잠재적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실기업명을) 명시적으로 언급할 순 없다"며 "자칫 뱅크런(대량예금인출)을 유발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임일섭 예금보험공사 예금보험센터장도 "한국금융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논의는 공개된 장소가 아니라 꼭 필요한 사람만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한다"며 "소문만으로도 예금자는 당장 인출할 유인이 있어 뱅크런의 트리거(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부실 금융기관의 특성으로 ▲예금보험제도 외부에서 요구불 예금을 유치한 곳 ▲금리인상에 취약한 부문에 자금을 운용한 곳 ▲자기자본비율이 취약한 상태에서 연체율이 상승한 곳 ▲고유계정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별도계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곳 ▲금융감독원의 공식적인 감독을 받지 않는 곳을 제시했다.

전 교수는 "금리가 인상되면 부동산과 국공채도 박살날 수 있다. 한전채마저도 소화되지 않을 수 있다"며 "또 금융회사처럼 영업하면서도 금융감독을 받지 않는 곳들이 있다. 이 경우 문제가 터졌을 때 해결하려면 굉장히 복잡해진다"고 경고했다.

증권사에 대한 법인지급결제 허용 논의와 관련해서 전 교수는 '위험한 불장난'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금융투자회사가 환매가능하고 원금보장되는 부채를 판다는 건 위험하다. 요구불예금(원금보장과 수시출금이 가능한 부채)을 엄격히 규제받지 않는 곳에서 팔면 큰일날 수 있다"며 "SVB는 금융지주사로서 강한 감독을 받고 산업자본 영향이 없는 데도 망했다. 과거 공사채형 투자신탁 실패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뱅크 대표를 지낸 이용우 의원도 우리나라는 미국과 상황이 다르지만 우리 금융구조에 맞는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는 IMF와 금융위기를 거치며 은행의 대형화, 과점화가 이뤄져 SVB와 같은 지역 특화은행이 없다"며 "업력이 짧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예금-자산구조가 예대율, 유동성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5대 시중은행의 과점구조를 개선할 규제 완화, 금산분리 완화에 치중하고 있는데, 높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본격적으로 터지는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작년 9월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 규모는 125조원에 달한다.

금융안정을 위한 예금보험공사의 역할도 요구됐다.

전 교수는 "예금보험계정의 재무적 충실화가 시급하다. 보호한도를 현행 5000억원에서 1억원으로 인상하고 최소 보험료 한도를 증액하는 정공법이 필요하다"며 "차선책으로 '금융시스템 안정계정'을 신설해 금융권역과 무관하게 금융시스템 위기 시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임일섭 예금보험공사 예금보험센터장은 "예보제도 외부라 하면 보호한도 초과예금을 통한 조달이나 비예금부채를 통한 조달이 있을 수 있다"며 "전자는 보호한도 상향을 통해 고전적 뱅크런에 대응하고, 후자는 금융안정계정 입법으로 섀도우뱅크런을 억제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의원은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은 법인이나 부자들의 예금을 일반 서민들에게 전가하는 구조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도 위기상황에서 예금 전액보호 조치를 내렸으나 정치적 논란과 은행의 위험관리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문제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