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만(좌)·윤관석 의원 [사진=연합뉴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당시 송영길 당대표 후보 캠프 관계자 9명이 국회의원 등에게 현금 총 9400만원을 전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검찰은 당시 돈 전달 과정에 관여한 인물로 윤관석, 이성만 의원과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구속기소), 송영길 전 대표의 보좌관 박모씨, 조택상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 등 9명을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했다. 이들은 당시 송영길 당대표 경선캠프에서 선거운동을 도왔다.
검찰은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오간 금품을 9400만원으로 특정했다. 또 돈을 받은 국회의원의 실명을 기재하지는 않았지만 10~20명이 관여돼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9400만원의 자금이 세 가지 경로를 통해 살포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영장에 "윤 의원은 2021년 4월24일 당대표 경선 투표 일정이 임박하자 국회의원들의 기존 지지세를 유지하기 위해 강래구 당시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에게 '국회의원들에게 돈을 뿌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지시·권유했다"고 적시했다.
강 회장은 지인을 통해 우선 3천만원을 마련한 뒤 그해 4월27일께 300만원씩 10개 봉투에 담아 송 전 대표 보좌관 박모씨, 이 전 부총장을 거쳐 윤 의원에게 전달했고 윤 의원은 이튿날 이 돈 봉투를 같은 당 의원 10명에게 나눠줬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같은 날 이 전 부총장과 강 회장에게 '의원들에게 추가로 나눠줄 현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 강 회장에게 300만원씩 든 돈 봉투 10개를 더 받아 의원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돈 봉투를 수수한 국회의원 10명이 누구인지는 영장에 특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2차례에 걸쳐 전달된 돈 봉투가 모두 다른 사람에게 갔다면 수사 대상이 20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 추가 교부액을 합치면 윤 의원이 의원 20명가량에게 60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총액 중 1400만원은 전국대의원과 권리당원 포섭용으로 지역본부장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강 회장의 지시·권유로 조 전 부시장 등이 돈을 마련해 오면 50만원씩 봉투에 담아 지역본부장 10여명과 7명에게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검찰은 선거운동 독려를 위해 강 회장이 2021년 4월 말 마련한 2천만원이 50만원씩 쪼개져 지역 상황실장 20명에게 두 차례 전달됐다고 파악했다.
전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윤 의원, 이 의원의 주거지와 사무실, 송 전 대표 보좌관의 근거지, 강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이 돈의 구체적 공여 과정과 가담자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물을 분석 중이다.
검찰은 현금을 마련한 강 회장이 이 전 부총장과 통화하며 "봉투 10개가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고 언급한 통화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자금 조달자나 전달자 등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수수자들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정당법 50조는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특정인의 선출을 위해 금품·향응 등을 제공하거나 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런 일을 지시·권유·요구하거나 알선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더 무겁게 처벌한다.
윤 의원과 이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윤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야당의 전당대회와 관련해 오로지 사건 관련자의 일방적인 진술에만 의존해 무차별적으로 이뤄진 검찰의 무리한 수사는 명백한 야당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도 "어떠한 사실 확인 요청이나 사전 조사 없이 들이닥친 황당한 압수수색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