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법정 공방의 서막…이재명 내달 11일 첫 재판

檢, 4895억 배임 vs 李 "개발이익의 70% 환수 못한 게 배임?"

野 "'428억 약정설' '대선자금 8억 수수 혐의' 공소장 적시 못해"

"김만배, 428억원은 내 몫…정진상, 김용 혐의 부인"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5월 11일 10시로 정했다. 재판부는 범죄 혐의에 대해 검찰의 공소사실과 변호인들의 입장을 확인하고 증인심문 등의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9월 본격 수사를 시작한 지 1년 6개월 만에 이 대표는 배임과 수뢰 혐의로 기소됐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민간업자들에게 유리한 대장동 개발 사업 구조를 승인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1830억원의 확정이익만 받고, 4895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이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향후 재판 과정에서 배임 액수, 배임 고의성 여부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檢, 4895억 배임... 李 "개발이익의 70% 환수 못한 게 배임?"

 
성남시는 대장동 개발 사업 추진을 위해 2015년 '성남의뜰'을 설립했다. '성남의뜰'은 성남시 산하 성남도시개발공사를 통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성남의뜰 우선주 지분율을 보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53.76% 보유하고, 하나은행 15.06%, 국민은행 8.60%, 기업은행 8.60% 등으로 구성됐다. 성남도시개발공사 누적 배당금이 1830억원이 찰 때까지 1순위 배당받고, 우선주에 주고 남은 이익금은 보통주로 배당하게 된다.

보통주는 성남의뜰 전체 주식 중 약 7%를 차지한다. 보통주 지분율은 SK증권이 85.72%, 화천대유자산관리 14.28%다. 이때 SK증권의 경우 특정금전신탁 형태로 투자해 이 신탁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배당을 얻는 구조로, 여기에 참여한 회사가 화천대유 자회사 천화동인 1~7호다.

화천대유는 2018~2020년까지 약 577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SK증권(천화동인1~7호)는 3463억원, 성남도시개발공사는 1830억원이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씨와 관련된 인물(남욱, 정영학, 조현성, 배성준 등)들이 성남의뜰 보통주를 보유하고 4천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나눠 갖는 구조다.

사업구조상 성남도시개발공사는 1830억원의 확정이익만 받게 하고, 전체 개발이익 9607억원의 70%인 6725억원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 현저히 미치지 못해 손해를 끼쳤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에 6725억원에서 1830억원을 뺀 차액 4895억원을 배임 액수로 특정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확정 이익만 가져가고 나머지 개발이익은 민간업자들이 가져가는 분배 구조를 봤을 때, 공사와 성남시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였던 이 대표가 성남시의 배당을 일정 비율로 받지 않고 확정액 방식을 택해 민간업자들에게 특혜를 몰아줬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부동산 경기 변동에 대비해 지방자치단체의 안정적 수익을 추구했고, 사업으로 인한 손해를 공사와 성남시가 떠안는 것을 막기 위해 확정이익을 받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주장한다. 민간업자들의 막대한 이익은 예상치 못한 부동산 시장의 활황으로 인한 것일 뿐 공사가 이익을 포기했다는 것은 '결과론'에 불과하다는 취지다.
 
또 "개발이익 환수가 아예 0%인 부산 엘씨티나 양평공흥지구, 일반적인 민간개발허가는 무슨 죄가 되나"라며 "대법원도 번 돈이 5503억원이라 판결했는데 검찰은 여전히 1830억이라 우긴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체포동의안 이유를 설명하며 "영업사원이 100만원짜리 휴대폰을 주인 몰래 아는 사람에게 미리 짜고 10만원에 판 것"이라고 빗대 설명했다. 이어 "여기서 주인은 90만원의 피해를 본 것이지, 10만원이라도 벌어준 것 아니냐는 변명이 통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측근들을 통해 대장동 개발사업 일정, 사업 방식, 서판교 터널 개설 계획, 공모지침서 내용 등 직무상 비밀을 김만배씨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 등 민간 사업자들에게 흘려 그들이 7886억원을 챙기게 한 혐의(이해충돌방지법 위반)도 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실무진들이 주장한 초과이익환수 조항은 빼도록 결정해 공사의 이익을 의도적으로 포기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에서도 측근들을 통해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에게 내부 정보를 알려줘 부당 이득 211억원을 얻게 한 혐의(부패방지법 위반)도 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선 제3자 뇌물죄 입증 여부가 쟁점이다. 성남FC 구단주로서 건축 인허가, 토지 용도 변경 등 관련 청탁을 받고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푸른위례로 하여금 성남FC에 133억5000만원을 공여하도록 요구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를 받는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신상발언에서 "미르재단과 달리 성남FC는 성남시조례로 설립된 시 산하기업이라 사유화가 불가능하다"며 "성남FC는 시예산으로 운영되는 만큼 자체수입이 늘면 세금지원이 줄어 성남시가 혜택볼 뿐, 누구도 사익을 취할 수 없고 실제 사익을 취한 바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기업유치를 위한 성남시 행정은 모두 적법하고 정당했다"며 "시예산으로 운영되는 시 산하기업의 광고수입이 어떻게 뇌물이 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성남시 부지를 매각하는 대가로 네이버에 성남FC 운영자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요구하고, 네이버의 뇌물을 기부를 받는 것처럼 기부단체를 통해 성남FC에 지급하도록 해 뇌물을 숨기도록 한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도 포함됐다.

아울러 이 대표는 지난달 22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저에 대한 기소는 이미 전에도 수차례 말씀드렸던 것처럼 '답정기소'(답이 정해진 기소)"라며 "검찰의 이번 기소로 검찰의 시간이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될 것"이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어 "대장동 사건은 이미 8년 전에 불거졌던 검찰 게이트"라며 "당시에 '정영학 녹취'가 이미 검찰에 압수됐음에도, 그 녹취 내용에 당시 범죄행위들이 적나라하게 언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사하지 않고 묵인·방치했던 검찰"이라고 날선 비판을 했다.

이 대표가 검찰이 제시한 혐의사실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앞세워 검찰 주장에 대응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진술은 번복돼 신빙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표는 지난 1월28일 검찰에 출석하며 제출한 진술서에서 "검찰은 제가 투기 세력과 결탁하거나 그들로부터 재산상 이익을 받기로 약속한 것처럼 몰아가고 있는데, 유일한 근거는 대장동 관련 부패범죄로 구속됐다가 석방된 관련자들의 번복된 진술"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428억 약정 의혹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이 저에게 말했다고 하나. 아니다. 유 전 본부장 진술이 어떻게 증거가 되냐"면서 "검찰은 '그런 소문이 있다'면서 기소를 한다"며 검찰 기소과정을 문제 삼았다.
 

野 "'428억 약정설' '대선자금 8억 수수 혐의' ​공소장 적시도 못해"

 
이와 관련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8일 언론의 단독보도에서 시작한 '428억 약정설'과 '대선자금 8억 수수 혐의'는 검찰이 이 대표 공소장에 적시조차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문제의 '428억'은 2022년 11월1일 중앙일보 기사에서 최초로 거론됐다"며 "'정영학 녹취록'은 일관되게 천화동인1호가 유동규 것임을 가리키고 있었고, 김만배는 천화동인 1호가 자신 소유라고 밝혀왔음에도 갑자기 등장한 검찰발 '428억 약정설'로 이재명 대표가 마치 검은 돈을 받기로 한 것처럼 매도당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2021년 10월9일 동아일보는 '김만배,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라는 제목의 단독보도에서 김만배가 '천화동인 1호가 내 것이 아닌 것을 잘 알지 않느냐'란 취지로 말한 대목이 정영학 녹취록에 있다고 보도했다"며 "정작 1325쪽에 달하는 녹취록에는 김만배의 해당 발언이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녹취록 앞 뒤 문장을 보면 '그분'은 특정한 개인이 아닌 단순히 사람을 지칭하는 인칭 대명사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김용 전 부원장의 혐의에 대한 주요 물증으로 꼽히는 'LEE 리스트 8억 메모'에 대해서는 "2022년 10월21일 조선일보 단독보도가 시작이었다"며 "이재명 대표를 연상케 하는 'LEE 리스트'라는 자극적 표현이 언론에 도배됐지만 정작 'LEE'의 주인공은 이재명 대표가 아니라 남욱의 집사로 불린 이몽주였음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메모도 이몽주가 돈을 줄 때마다 써놓은 것이 아니라 2022년 9월 남욱의 지시로 사후에 작성하였다고 증언했다"며 "문제의 대선자금 8억 수수 혐의는 검찰이 이재명 대표 공소장에 적시조차 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김만배, 428억원은 내 몫…정진상, 김용 혐의 부인"

 
김씨는 428억원이 자신의 몫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김씨에게 428억원을 약속 받았으며 정 전 실장을 통해 이 대표에게 보고됐다고 보고 있다.

정 전 실장은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들에게 사업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천화동인 1호 지분의 절반인 24.5%(공통비 공제 후 428억원)를 나누기로 약속한 혐의를 받는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지난 9일 이 428억원에 대해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들 자금"이었다고 재차 증언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익 배분 협의가 있었고 유동규가 정진상을 통해 이 대표에게 보고한 것은 사실관계가 확인돼 전제 사실로 기재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대표의 인적 책임을 명확히 할 부분이 있어서 보강수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전후인 2021년 4∼8월 유동규 전 본부장, 정민용(전 공사 전략사업실장)씨와 공모해 남욱 변호사로부터 4회에 걸쳐 대선 경선 자금 명목으로 8억4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남욱 변호사는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김용 전 부원장의 6차 공판에서 2021년 3월쯤 유동규 전 본부장으로부터 김용 전 부원장에게 줄 이 대표의 대선경선 자금 20억원을 요청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20억원까진 어렵고 15억원까진 어떻게든 만들겠다 답했다"면서 "유 전 본부장은 돈이 생기는 대로 바로바로 달라고 수차례 재촉했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