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통화정책 최우선 목표 물가안정… 금리인하 기대는 과도"

금통위원 6명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 결정

금통위원 5명 "3.75% 인상 가능성 열어두자" vs "3.5% 동결 적절" 의견 1명

이 총재 "부동산 연착률 가능성 커져... 시장 안정돼야 부동산 PF 우려 줄어"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분기 3%대로 낮아지고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전망치인 연간 3.5%에 대체로 부합할 것이지만 근원인플레이션은 전망경로를 다소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향후 물가 전망에는 국제유가 및 환율 움직임, 국내외 경기 둔화 정도, 공공요금 인상 시기 및 폭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설명에 의하면 이날 회의에서 금통위원 6명의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됐다.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서 그는 "지난 2월과 같이 5명의 금통위원은 3.75%로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말했으며 한 명은 3.5% 동결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인상 가능성 열어두자고 한 이유는 첫째 물가 둔화 흐름은 이어지겠지만 산유국 추가 감산 등이 국제 유가에 영향을 주고 국내 공공요금 인상 및 인상폭 등으로 하반기 불확실성 크다는 점이다"면서 "또한 주요국, 특히 미 연준이 통화정책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따라 상황을 지켜보자는 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장률 전망치가 추가적으로 하향 조정됐고 물가는 하락할 것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금리인상이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에 대해 이 총재는 "현 상황에서 물가경로는 명확해졌으나 실리콘벨리 파산, 크레딧스위스 사태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새로운 불확실성이 추가됐다"며 "1, 2월 미국, 유럽의 경제성장률이 좋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전 세계적으로 성장 둔화가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 한국의 금리수준이 긴축적이어서 금리인상이 종결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는 과하다고 생각한다"며 "시장은 실물경제에서 소비상승 속도가 꺾이고 투자증가 속도는 느리고 부동산경기는 침체되고 있어 이를 고려해 금리인하를 전망하고 있다. 금융부분에 있어서는 해외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선반영되면서 시장의 과도한 기대가 있다는 게 금통위원들의 중론"이라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최근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해서 "환율 수준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적정환율이란 개념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과거에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에는 긍정적 영향을 주고 수입물가가 오르는 부정적 영향이 있다고 했으나 이는 최근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예전에는 부채가 많아 국가부도의 위험이 존재했지만 지금은 채권국이다"며 "또한 해외에 투자하는 개인도 많은 상황이다. 환율을 하나의 가격변수로 생각해 주면 좋겠다. 환율로 인해 이익보는 사람도, 손해보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국가의 역할은 불확실성을 조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려되고 있는 부동산PF 시장에 관해서 이 총재는 "작년 급락했던 부동산경기의 하락 속도는 둔화되고 있어 부동산시장의 연착률 가능성이 커졌다"며 "부동산 가격이 가장 중요한 변수이므로 부동산시장이 안정되어야 부동산PF에 대한 우려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연체율을 보면 과거와 비교해 낮고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부실률, 연체율은 절대 높은 수준이 아니다"며 "또한 국내 금융기관은 충분히 감내 가능한 수준이다. 일부 금융기관들이 어려움을 가질 수 있겠지만 우리가 할 일인 전체 금융기관으로 위기가 번지는 것을 막는 대책과 툴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한은 예상보다 더 낮아지고 반도체 경기도 하반기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금리인하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시각에 대해 이 총재는 "시장이 맞다면 예측을 잘한 것"이라며 "한은 데이터에 의하면 반도체 등 IT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현 수준에서 1.9% 정도. 2월 전망치 1.6%보다 높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말까지 IT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이 견고하다면 현 성장률은 전 세계 수치에 비해 낮은 건 아니다"며 "IT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늦게 회복되더라도 IT를 제외한 성장률은 괜찮다"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당연히 금리인상 시 여러 부작용이 있다. 다만 물가를 잡는 장점이 존재한다. 물가안정이 되지 않으면 더 큰 부작용이 있다. 통화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물가안정"이라며 "금융안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정책 목표 중 하나이다. 다만 SVB, CS 사태가 보여 준 것은 물가안정 목표와 금융안정 목표의 상충관계가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각각 다른 툴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가 중단기 목표에 수렴할 때까지 금리인하 논의는 안하는 것이 좋다. 하반기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금리인하 언급은 부적절하다"라며 "물가가 잡혔다는 확실한 수치가 있을 때까지 금리인하는 어렵다. 시장의 금리종결 기대는 과도하다"라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