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권경애 변호사, 김 전 부총리,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금태섭 전 의원. [사진=연합뉴스]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을 대리해놓고 무단으로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결국 패소하게 해 논란이 된 권경애 변호사가 각서를 남기고 잠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변호사는 유족 측에 금전적인 보상을 하겠다는 각서를 남기고 잠적했다.
7일 故 박모 양의 유족에 따르면 권 변호사는 현재 연락 두절된 상태로 '9000만원을 3년에 걸쳐 유족에게 갚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쓰고 자취를 감췄다.
새로 선임된 유족 대리인 양승철 변호사는 "(유족과) 합의하고 쓴 게 아니라 본인이 일방적으로 써서 줬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박양의 어머니 이기철 씨는 "권 변호사에게 사과문을 써 달라고 했더니 못 쓴다며 외부에 알리지도 말아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학교폭력 피해자인 박모 양은 2015년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에 이씨는 권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학교 법인과 서울시교육청, 가해자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소송에 무대응으로 일관한 가해 학생 학부모 1명이 이씨에게 5억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해 원고 일부 승소했다. 나머지 피고들에 대해 이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패소한 가해 학부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씨도 나머지 피고들을 상대로 각각 항소했다.
그러나 권 변호사가 3차례나 재판에 불출석해 작년 11월 이씨는 손해배상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민사소송법상 변론기일에 양쪽 당사자가 3번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하더라도 변론하지 않을 경우 소를 취하한 것으로 본다.
8년간이나 학폭 소송을 이어온 이씨는 "가해자들이 재판에서 승소했다고 떠들고 다닐 걸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지다 못해 망연자실하다"며 "법을 잘 아는 변호사가 딸을 두 번 죽인 것이며 자식 잃은 어미의 가슴을 도끼로 찍고 벼랑으로 밀었다"고 비판했다.
이 씨는 6일 MBC라디오에서 권 변호사가 출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본인이 첫 번째는 쓰러져서 못 갔고, 두 번째는 날짜를 다음 날로 잘못 수첩에 적어놔서 못 갔고 그렇게 두 번을 못 가서 취하가 됐다. 그런데 제가 알아보니 두 번이 아니고 세 번이었다. 그래서 1심에서 일부승소로 처리되고 끝났던 게 패소로 처리가 되고 나머지는 취하로 처리가 됐다"고 전하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해당 사건으로 논란이 커지자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협회장 직권으로 권 변호사를 조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변협 회장은 징계 혐의가 의심되는 회원을 조사위원회에 넘길 수 있고, 징계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징계 여부와 수위를 정한다.
또 피해자 유족 측에 소송비용액을 청구한 서울시교육청이 소송비 청구 포기를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6일 소송심의회를 열어 소송비용 청구 예외 조항을 적용할 수 있을지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