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 증권업계 '헤게모니' 문제"...금융위 "전혀 아냐"

이상근 교수 "증권업계가 '다 하겠다'는 건 옳지 않아"

"그동안 금융당국 뭐했나...'디지털감독원' 만들어 규제해야"

금융위 "증권을 증권이라 했을 뿐"

"STO 시장 활성화 아닌 '투자자 보호'가 목표"

토큰증권(STO) 제도 마련 과정에서 증권업계와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업계에 맞서 '헤게모니(패권)'를 쥐고자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헤게모니와 전혀 상관없다"고 반박했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7일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조세정책학회가 주최한 '토큰증권(STO), 미래에 가져올 변화는?' 세미나에서 'STO가 가져올 미래 금융환경의 변화는?' 발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금융당국이 '증권형토큰' 대신 '토큰증권'이라는 용어를 의도적으로 썼다면서 증권으로 볼지 토큰으로 볼지에 따라 헤게모니(패권)를 누가 가질지 명확해진다고 봤다. 앞서 금융위는 STO를 토큰증권이라 명명하며 '증권'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업비트, 빗썸 등 가상자산거래소를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개인적으로 가상자산이 투기라고 보지만, 그들이 개척한 새로운 시장에 대해 기회를 줘야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코인과 토큰은 달리 봐야 한다. 호빵(코인)에 데이고 나니 호떡(STO)도 그럴 거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토큰증권을 자본시장법 규율 하에 두고 증권사가 계좌관리기관, 한국예탁결제원이 총량관리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가상자산도 증권사에서 다 하겠다는 얘기다. 예탁결제원은 수탁 수수료를 받고, 금융감독원은 규제·감독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STO가 됐는데 헤게모니를 갖고 다 하겠다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7~2020년에 코인이 성장하는 동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뭘했는지 모르겠다"며 "이제 와서 호떡(STO)을 가져가 관리·감독하겠다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 교수는 STO 규제·감독 기구를 별도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는 "금융감독원과 시장참여자가 함께 하는 '디지털감독원'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수탁기관도 굳이 예탁결제원에서 다 해야 하나 싶다. 지역 분산과 일자리 창출을 고려해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투자자 보호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STO 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주식에 준하는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면 STO가 활발해지기 어렵다"며 "주식이 저위험 저수익이라면 STO는 어느정도 리스크를 감내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자산을 토큰화하려는 아이디어들이 시장에서 빨리 유통돼 비즈니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국장은 이 교수가 제기한 '헤게모니' 의혹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국장은 "토큰증권이라는 명칭은 헤게모니와 전혀 상관 없다"며 "처음엔 증권형토큰이라는 용어를 썼지만 논의 과정에서 법학 전문가들이 '개념이 모호하다', '자본시장법 규율을 받는다면 증권임을 확실히 해야한다'는 조언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상자산을 전반적으로 규율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만들어진 뒤 토큰증권을 논의하는 게 순서상 맞긴 하다"면서도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증권 쪽 입장을 먼저 내서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고 부연했다.

증권업계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증권업계에 잘해주고 싶은 생각도, 수익성을 확보해주려는 의도도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이 국장은 "증권사가 비교우위가 있나 없나 하는 건 금융위의 관심사가 아니다. 증권이기 때문에 증권법·시스템이 적용되는 것일 뿐"이라며 "오히려 증권사가 '돈이 안되는데 꼭 해야하나'라고 불만을 가진다면 금융당국은 '시장조성 차원에서 역할을 하라'고 주문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STO가 증권이기 때문에 자본시장법 규율 하에 뒀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STO를 증권으로 분류했다는 표현도 부적절하다. 그 자체로 증권인 걸 보고 판단했을 뿐 새로운 상품을 굳이 억지로 증권으로 분류해 규율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며 "그렇지만 시장에서 증권 여부에 대한 모호함이 있는 만큼 정부가 손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걸 명확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TO 제도 도입의 취지가 '투자자 보호'라는 점도 역설했다. 이 국장은 "STO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는 없다. IT업계 시각과는 달리 금융당국은 '투자자보호'가 훨씬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이 국장은 "블록체인 방식에 규제 차익이 있어서도 안된다. 길을 하나 더 뚫어주자는 측면이지, 새로운 길에 신호등과 횡단보도, 속도 규제가 없다는 건 아니다"라며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증권을 발행하려는 사람들에게 인프라를 마련해주겠다는 중립적 접근일 뿐"이라고 밝혔다.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에 대해서는 "가상자산 중 증권이 얼마나 있느냐 하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발행자 대부분이 로펌을 통해 증권 여부를 확인하고 설계해 가상자산 시장에 들어간다"면서도 "물론 경계선에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 단정적으로 얘기하긴 어렵다. 사례가 축적되면서 새로운 영역이 정의돼가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향후 일정과 관련해서는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을 상반기 내에 발의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 국장은 "과세 문제의 경우 당장 금융위의 관심사는 아니다. 향후 세제당국에서 합리적 과세방안을 마련할 거라 생각한다"며 " STO 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금융당국은 시장발전과 투자자보호가 양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