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에 딸 잃은 엄마, 8년 소송했는데…변호사 불출석에 패소, 소송비까지 감당

한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 측이 가해자 및 교육청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으나 원고 측 소송대리인이 재판에 세 차례 출석하지 않아 항소가 취하되는 일이 벌어졌다.

원고 대리인은 조국 사태를 비판한 이른바 '조국 흑서' 공동 저자인 권경애 변호사로 알려졌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8-2부(당시 부장판사 김봉원·강성훈·권순민)는 지난해 11월 24일 고(故) 박주원 양 어머니 이기철 씨가 가해자와 서울시교육청과 학교법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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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 취하 사유는 소송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가 모두 변론기일에 3번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민사소송법상 변론기일에 양쪽 당사자가 3번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하더라도 변론하지 않을 경우 소를 취하한 것으로 본다.

앞서 1심 재판부는 10여명의 가해자 가운데 1명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어 5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가해자 쪽이 항소하고 권 변호사는 재판에 불출석하면서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난 것이다.

유족은 8년간 학폭 소송을 이어왔지만 권 변호사의 불성실한 행동으로 가해자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학폭 피해자 故 박주원 양 어머니인 이기철 씨는 6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권 변호사가 출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본인이 첫 번째는 쓰러져서 못 갔고, 두 번째는 날짜를 다음 날로 잘못 수첩에 적어놔서 못 갔고 그렇게 두 번을 못 가서 취하가 됐다"고 전했다.

이씨는 "그런데 제가 알아보니 두 번이 아니고 세 번이었다"며 "그래서 1심에서 일부승소로 처리되고 끝났던 게 패소로 처리가 되고 나머지는 취하로 처리가 됐다"고 말했다.

가해자 측과 서울시 교육청도 이씨에게 소송비를 청구한다는 것이 맞는지 묻자 "(소송비 청구 관련) 서류가 이미 출발했다고 지금 날짜가 다 떠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소송 비용 등에 대해 권 변호사가 어떻게 조치한다는 얘기가 없었는지 묻자 "(서류가) 오면 자기한테 전화하라고 했을 뿐"이라며 이 일이 보도로 알려진 뒤 권 변호사로부터 일체 연락이 없었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자신이 재판에 불출석해 소가 취하됐다는 사실도 이씨에게 5개월간 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한겨레에 "답답한 마음에 재판 상황을 줄곧 물었는데도 대답하지 않다가 최근에 패소했다고 이야기했다"며 "직원이 그만둬서 챙기지 못했다고 하더라. 청소 노동자로 살면서 어렵게 소송을 8년간 해왔는데 너무 원통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권 변호사는 세 차례에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불찰이다. 변명할 부분이 없고 잘못에 대한 소명도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현재 언론과 접촉을 피하고 자신의 SNS 게시물을 모두 내린 상태다.

딸의 사망 뒤 경찰과 학교가 조사에 나섰는데 결론은 피해자 없음, 가해자 없음이었는데 정말인지 묻자 이씨는 "경찰이 은광여고를 압수수색을 하고 또 설문조사를 했다. 경찰이 조사가 끝났으니 오십시오 해서 경찰서를 찾아가서 얘기를 들었다. 그때 담당 경찰은 의심이 가는 아이는 있는데 물리적인 폭력(증거)를 찾지 못해서 저희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원통해했다.

소송을 낸 후 학교나 교육청에서의 지원은 있었는지 묻자 "소송을 내기 전 저는 학교에 '당신들이 해야 될 일은 해라'라고 호소했다. 가해자 피해자 없음으로 처리를 한 게 학교다"며 "저는 서울시에 재심했고 세종시에 행심을 하는 동안 교육청을 찾아가서도 지금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 그랬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다 형식적인 절차만 하고 다 뭉개버렸다. 자기 방어들만 하지 뭘 돕나"라고 분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