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박상인 교수 “정부 여당과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에너지요금 인상 지연”
“여론 수렴하겠다는 포퓰리스트적 접근”
“요금 비싸면 거기에 맞는 재생에너지 생산 가능”
“시장 불확실성에 정책 불확실성까지 더 얹어줘”
◆…14일 서울 성북구 한 대중목욕탕에서 업주가 올해 1월과 지난해 1월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를 보여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잠정 보류된 가운데, 계속 미룬다면 재정 부담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서울대학교 박상인 행정대학원 교수는 3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총선이 1년 남았기 때문에 그동안 (전기·가스 요금을) 안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가)봄에 수요가 줄어들 때 에너지요금을 올리자고 판단했는데, 문제는 정부 여당과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니까 조금 기다려보자는 의사결정을 한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정당 여당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 대해 포퓰리스트였다고 엄청 공격을 해왔다"며 "물론 중요한 정책을 여론 수렴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전문적인 영역은 여론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을 해야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요금 올라간다는 것을 누가 좋아하겠냐"며 "(현 정부가)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하는 것이 정말 그분들이 말하는 포퓰리스트적 접근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정부에서 3일 전기·가스 요금인상 지연에 따른 리스크를 점검하기 위한 회의를 취소하면서 이러한 상황이 재정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날 함께 출연한 김윤경 경제 전문기자는 "경영에 타격이 온다는 말을 강조하고자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말을 했다"며 "한전의 경우에 지금 원가 회수율이 70% 정도밖에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요금인상을 하지 않으면 운영 자금을 어디선가 충당을 해야 되는 것"이라며 "한전채를 발행해 채권이란 빚으로 운영비용을 감당하는데 그 용량을 또 늘려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업부 장관이 인가하면 채권을 6배까지 늘릴 수가 있어서 올해 많게는 100조 원가량의 부채를 낼 수가 있다"며 "그러나 부채를 일으켜서 계속 가동을 할 수는 없고 요금인상이라는 것을 계속 미루게 되면 구멍은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년 12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한전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한전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액 2배에서 5배로 늘리고, 긴급한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6배까지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어 박 교수는 "요금이 비싸면 거기에 맞는 재생에너지 같은 것도 생산이 가능해진다"며 "가격기능과 시장을 강조하는 정권이라면 포퓰리스트적이라고 자기들이 비판했던 이런 정책을 할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시장 불확실성에다가 정책 불확실성까지 더 얹어줬다"며 "국민들, 기업, 자본시장도 그렇고 가뜩이나 있는 불확실성에 정부가 불확실성을 더 키우는 정책을 쓰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기요금은 일정하게 올리되 사회적 약자들에게 바우처 같은 것을 지원하는 것이 보통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정답이 있는 문제라는 진행자의 말에 박 교수는 "정책이 가야 할 방향이고, 제일 중요한 건 신뢰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어렵고 힘든 상황이라는 건 솔직히 이야기하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어려운 선택 중에 이게 최선이다는 것을 설득할 수 있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