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안정국장 "SVB·CS사태, 간접적 영향 가능성 있어"

SVB 파산, 글로벌 통화긴축이 주요 원인

CS 사태, 회계부정·법적리스크 등 영향

"국내 외환·금융시장 영향은 현재까지 제한적"

"글로벌 금융여건 급변, 리스크 요인 유의해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딧스위스(CS) 사태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직접적인 익스포저(노출액)는 크지 않지만 글로벌 금융여건 변화에 따른 간접적 경로를 통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인구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은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김영주 국회부의장 전문가 초청 연속특강에서 '혼돈의 금융시장 이슈 및 전망' 발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김 국장은 SVB(2090억달러·271조원) 파산의 원인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의 통화긴축이 시장금리 급등에 이어 은행 파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금리상승에 취약한 SVB의 특수한 자산·부채구조에 주로 기인한다. 바젤3 유동성규제 적용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유동성부족 사태에 대한 대비가 미흡했다"며 "SVB 사태 직전 암호자산 전문은행 실버게이트은행, 시그니처은행이 청산되면서 미국 중소은행권에 대한 불안감으로 SNS 뱅크런이 발생했다"고 부연했다.

CS(5700억달러·741조원) 사태의 원인에 대해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내외 악재로 주가가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최근 회계부정 의혹,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투자자·예금자 이탈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김 국장은 법적리스크와 스캔들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주택저당증권(MBS) 가치 관련 대고객 사기, 자금세탁 관련 내부통제 부실, 조세회피 관련 벌금납부 등 법적 리스크에 노출됐고 임직원의 고객자금 횡령, 중국영업 관련 채용비리 스캔들이 났다는 것이다.

그는 "CS는 2021년 4월 미국 이케고스 사태 시 55억달러(7조원) 손실 등 투자리스크 관리에 실패했고 2021년 그린실 투자펀드 손실을 일으켰다"고도 덧붙였다.

김 국장은 "SVB 파산과 CS 사태를2 전후해 국제금융시장의 주가와 금리 변동성이 확대됐다"면서도 "국내 외환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까지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주가는 올해 들어 상승에서 하락으로 전환된 후 소폭 반등했고, 주요국 장기금리는 미 연준의 긴축기조 완화 기대로 급락하는 등 주가보다 변동성이 더 크게 커졌다. 미 달러화 및 주요국 통화 대비 원화가 약세를 보였으나 약세폭은 제한적이었다. 국내 장단기금리는 주요국 금리 움직임과 비슷하게 하락했다.

김 국장은 "직접적 익스포저(노출액)에 대한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SVB 등에 대한 국내 익스포저는 작년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기준 국민연금 2320만달러(301억원), 한국투자공사(KIC) 462만달러(60억원)로 집계됐다.

그는 "국내 금융기관은 SVB 등과 자산·부채 구조가 다르고 각종 규제가 적용되는 만큼 외화유동성 및 건전성 상황도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며 "시스템리스크로의 전염 가능성도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한다"고 봤다.

SVB와 같이 운용자산 손실 확대→뱅크런→유동성부족 사태와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글로벌 금융여건 변화에 따른 간접적 경로를 통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글로벌 금융여건 급변에 따른 리스크 요인에 유의해야 한다"고 봤다. 금융시장 가격변수의 변동성 확대, 일부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경계감 부각 및 취약부문의 잠재리스크 현실화, 미 달러화 자금조달시장 경색 등이 리스크로 지목됐다.
 

CP시장 불안, 정부·한은 시장안정대책 이후 안정세

한편, 김 국장은 지난해 10~11월 시장 불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크레딧물 수요가 위축되고 은행채, 공사채(한전채)를 중심으로 시장수급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시장의 신용경계감이 높아지면서 시장 전반으로 불안이 확산했다.

그는 시장 불안의 파급과정으로 다섯가지 경로를 제시했다. 김 국장은 "신용물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수급부담으로 초우량물 발행여건이 악화했으며, 강원도 PF-ABCP 이슈 발생으로 기업어음(CP) 시장 전반의 불안이 발생했다"며 "또 단기금융시장발 신용경계감 확산으로 신용채권시장 위축이 심화했다. 이는 국고채 투자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심리가 확산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정부와 한국은행은 50조원+a 규모의 시장안정화 조치를 발표했다. 채권시장 수급 안정과 시장유동성 개선,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시장안정조치를 추가했다.

시장안정 대책 발표 이후 신용채권시장에서는 우량물과 단기물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상당히 진전된 모습을 보였다. 공사채와 특수은행채부터 발행상황이 호조세로 전환했고, 12월 이후에는 AA등급 여전채와 우량물까지 발행스프레드 축소세가 확대됐다.

CP시장에서도 우량물과 공사CP는 회복세를 보였으나 비우량 증권사CP는 여전히 부진했다. 여전히 높은 발행금리와 순상환 기조 유지, 단기화 지속으로 부진이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김 국장은 "시장언정대책으로 CP 및 신용채권시장의 유동성 경색 국면을 조기에 전환하고,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 완화에 기여했다"며 "한국은행은 앞으로도 면밀한 시장동향 분석과 적극적 정책대응, 시장참가자 및 관계당국과의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시장불안에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